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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수단 인권 문제의 차이'


북한과 수단 다르푸르의 인권 문제는 미국에서 비슷한 시기에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두 나라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르푸르의 심각성은 미국의 작은 도시 주민회의에서도 자주 거론될 정도로 미국인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반면, 북한의 인권 문제는 이렇다 할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문가들로부터 이유를 들어봤습니다.

북한과 아프리카 북서부 나라 수단은 미국 국무부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나란히 최악의 인권탄압국으로 몇 년째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수단 다르푸르에서는 정부가 지원하는 아랍계 민병대 잔자위드가 남부에 거주하는 기독교계 흑인 원주민들을 무참하게 탄압해 지난 4년여 동안 적어도 20만명 이상이 학살되고 2백만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유엔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북한 역시 지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 적어도 1백만~2백만명 이상이 기아로 숨진 것으로 국제 인권단체들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일부 단체들은 천재지변도 아닌데 이렇게 많은 아사자가 발생한 이유는 김정일 정권의 주민보호 실패에 있다며 유엔 안보리의 개입, 또는 책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캔사스주 출신의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은 최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수단과 비교하며, 북한과 관련해 미국에서 목소리가 더 커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브라운백 의원은 사망자 수를 놓고 비교하면 20~40만명이 죽은 것으로 추산되는 다르푸르와 2백만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북한은 좋은 비교가 된다며, 다르푸르의 심각성이 결코 무시돼서는 안되지만 북한의 인권 문제 역시 그 이상으로 진지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두 나라의 인권 문제를 바라보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시각은 현재 크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다르푸르 학살 4주년을 맞아 전세계 35개 이상의 나라에서 ‘피의 모래시계’시위가 대대적으로 열렸습니다. 이들은 다르푸르에서 피가 물처럼 흐르고 있다며 미국 정부와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습니다.

미국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다르푸르의 참상을 보여주는 영상들이 텔레비전을 통해 미국인들의 안방에 전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인권 문제는 수단과 달리 거의 전파를 타지 못할 뿐아니라 이를 아는 미국인들도 소수에 불과합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에 있는 존스홉킨스대학 산하 한미연구소의 구재회 소장은 북한 인권 문제가 갖는 정보의 한계성을 지적합니다.

구 소장은 수단의 경우 희생자들의 참상을 생생하게 담은 풍부한 자료들이 거의 매일 쏟아지고 있어 이를 미국인들에 알리는 데 매우 유용하지만, 북한인권에 대한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합니다.

구재회 소장은 미국인들이 매일 텔레비전을 통해 만나는 헐리우드 스타 등 유명인들이 수단 현지를 방문해 인도적 활동을 펼치는 장면은 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중요한 나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미국의 유명 배우인 조지 쿨루니 부자는 이미 다르푸르 인권과 관련한 다큐멘타리에 출연했고, 액션 배우 출신의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공개적으로 다르푸르 문제를 거론하는 등 그동안 많은 스타들이 다르푸르에 관심을 보여 왔습니다.

미국의 일부 비정부기구들은 지난 몇 년 동안 북한 인권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영화와 방송 다큐멘타리 제작, 유명 헐리우드 스타들의 행사 초청 등을 타진했지만 번번히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관계자들은 자료와 예산 부족, 그리고 수단처럼 북한을 직접 방문할 수 없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지적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북한과 관련해 핵 등 안보 문제에 집중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가리우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보수성향의 민간연구재단인 허드슨 연구소의 마이클 호로위츠 선임연구원은 부시 행정부의 핵 우선 정책이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인민을 탄압하는 김정일 정권이 인권과 안보를 모두 쥐고 있는 만큼 진정한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오려면 이 두 사안이 동등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다르푸르 지역에 매장된 풍부한 석유에 대한 미 정치권과 재계의 관심, 아랍계가 장악한 수단 정부로부터 탄압받는 희생자들이 기독교인이란 배경도 기독교도가 다수인 미국에서 주목을 받는 이유라고 말합니다.

존스홉킨스 대학의 구재회 소장은 그러나 최근 들어 북한인권 문제가 미국인들로부터 서서히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구 소장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민권운동은 풀뿌리 운동에 기초한다며, 최근 북한 자유를 위한 미주한인교회연합(KCC)과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공동으로 펼치는 중국 내 탈북자 보호 촉구운동, 이른바 “내 백성을 가게 하라’ 캠페인은 북한 인권을 미국사회에 알리기 위한 좋은 출발점이라고 말합니다.

호로위츠 연구원도 KCC의 운동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그는 최근 유엔을 통한 다르푸르 해결에 부정적 자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을 다르푸르 인권운동가들과 북한 인권운동가들이 공동으로 압박할 경우 중국 내 탈북자 개선과 북한인권의 심각성을 미국 주류사회에 알리는 이중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러나 정치적 압박은 오히려 중국의 반발과 북한주민들의 인권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들은 중국 정부에, 날로 성장하는 국제적 위상에 걸맞게 국제법을 준수하도록 설득하는 한편

북한 인권의 심각성을 증명할 수 있는 여러 자료들을 확보하고, 이를 유엔과 미국 주류사회에 구체적으로 알릴 때 비로서 다수의 미국인들과 정치인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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