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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무장세력, 협상시한 또 한차례 연장


지난 19일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23명을 납치한 탈레반 무장세력이 협상시한을 하루 더 연장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또 아프간에 도착한 한국 정부 대표단과 직접 협상할 용의를 밝히면서, 아프간 정부와 연합군이 인질 구출작전을 펼칠 경우 이들을 즉각 살해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피랍자 가족들은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인질들의 무사귀환을 위해 전 국민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현재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답: 협상시한이 하루 단위로 계속 연장되는 등 안심하기 어려운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스프 아마디는 23일 언론들과의 전화통화에서 협상시한을 24시간 연장한다고 밝혔습니다.

탈레반이 협상시한을 연장한 것은 이번이 세번째로 새 협상시한은 한반도 시각으로 오늘(24일) 밤 11시 30분입니다. 탈레반 대변인인 아마디는 독일 dpa 통신과의 전화통화에서 아프간 정부가 정성껏 협상에 임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문제를 풀 수 있도록 24시간을 더 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마디는 또 아프간 현지 통신사인 AIP사와의 통화에서 아프간 정부가 한국 협상단을 막았으며 자신들과의 협상을 차단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문: 아프간 정부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답: 아프간 정부는 문제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도 감옥에 수감된 탈레반 전투원들과 한국인 인질들을 맞교환 하자는 탈레반측의 요구를 계속 거부하고 있습니다.

아프간의 압둘 하디 칼리드 내무차관은 23일 아랍위성 방송인 ‘알자지라’ 와의 회견에서 국가안보나 국익을 위해하고 법을 어기면서까지 탈레반과 거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AP 통신'은 아프간 정부가 23명의 탈레반 전투원 석방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문: 한국 정부가 중간에서 참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 같군요.

답: 그렇습니다. 24시간 비상근무 체제를 가동하고 있는 한국 청와대는 23일 밤 이번 사건발생 이후 다섯번 째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여는 등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프간 정부는 한국측 협상대표단을 정부대책회의에 참석시키는 등 양측이 긴밀히 협력하고 있지만 탈레반이 외신과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심리전을 펼치고 한국 정부와 직접 협상하겠다고 밝히는 등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의 일부 당국자들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이탈리아 인질들의 경우 석방에 14일이 걸렸고 프랑스인은 39일이나 걸렸다고 말해 한국 정부가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내비췄습니다.

문: 피랍된 한국인 인질들의 건강상태는 어떻습니까?

답: 지금까지는 안전한 것으로 현지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탈레반 지휘관 대변인은 AIP 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인 인질들의 안전에 큰 문제가 없다며, 현재 전투원들이 인질들을 여러 그룹으로 분산 배치해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탈레반측은 그러나 아프간 정부와 연합군이 인질구출 작전을 펼칠 경우 이들을 즉시 살해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탈레반은 전투원들이 몸에 폭탄을 두른 채 인질들을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문: 한국인들이 납치된 지 벌써 많은 시간이 흐르고 있죠?

답: 그렇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의료지원 등 단기 봉사활동을 펼치던 한국 샘물교회 신도 23명은 현지시각으로 지난 19일 버스를 타고 칸다하르로 이동 중 아프간 저항세력인 탈레반에 납치됐습니다. 탈레반은 인질들의 석방 대가로 아프간에 주둔 중인 한국군의 즉각적인 철수를 요구했습니다.

아프간에는 전투병력이 아닌 재건, 의료중심의 동의부대와 다산부대 2백여명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탈레반의 납치 전부터 병력을 올해 말까지 철수할 방침이었고 이를 재확인한 탈레반은 아프간 감옥에 수감 중인 동료전투원 23명의 석방을 추가 요구조건으로 내세웠습니다.

미국 유력지 ‘뉴욕타임스’는 23일 탈레반측이 2주 전 체포된 가즈니주의 탈레반 최고위급 사령관 등을 석방자 요구명단에 올렸다고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문: 한국 내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답: 납치 문제가 연일 국민적인 관심사입니다. 언론들은 매일 협상과 인질 관련 소식들을 머리기사로 대서특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질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간절한 소망과 함께 비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슬람 나라에 기독교인들이 들어가 무모하게 선교활동을 하다 화를 자초했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특히 전쟁 중인 아프간에 기독교인들이 들어가 철군협상 등의 볼모가 됐다며, 무사귀환을 바라는 소망과 함께 회초리도 함께 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정적 분위기는 회교사원에서 기독교인이 찬송을 부르는 장면과 이번에 납치된 인질들이 아프간 방문을 경고하는 문구 옆에서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오르면서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문: 하지만 교회측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죠?

답: 그렇습니다. 한국인 인질들이 소속된 샘물교회의 박은조 담임목사는 23일 발표한 성명에서 인질들은 일반적인 선교사와는 달리 전쟁 속에 피폐해진 아프간의 주민들을 돕기 위해 인도주의 봉사활동을 목적으로 떠난 사람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이렇게 많은 분들의 염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하고 특히 23명의 부모 형제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게 된 그 점에 대해서 너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또 이슬람 문화에 대해 우리가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많은 사람들이 그 땅에 그렇게 수고하면서 들어갈 아무 이유가 없습니다”

서울 남쪽 성남시 분당지구에 있는 샘물교회는 흔히 위험지역을 마다하지 않고 공격적인 선교를 펼치는 많은 정통.보수계 한국교회와는 달리 인도적 차원에서 해외봉사와 지원활동을 적극 펼치는 교회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교회는 이런 목적으로 한민족복지재단을 설립하고 북한에 어린이 병원과 사랑의 빵공장을 세우는 등 선교 외에 현지 공공지원 사업에도 큰 관심을 기울여온 것으로 한국 기독교계는 밝히고 있습니다. 박은조 목사는 오늘(23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아프간에서 봉사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 무엇보다 인질들의 가족들은 하루하루가 정말 가슴이 타들어 갈 정도로 마음이 아플 것 같은데요. 가족들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답: 인질 가족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사과한다고 23일 밝혔습니다. 그러나 가족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현재의 아픈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계속 눈물을 글썽이고 있습니다. 인질로 붙잡혀 있는 남매 서명화 씨와 서경석 씨의 어머니는 기자회견에서 자녀들이 무사히 돌아올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딸 명화화 경석이! 선한 목적을 갖고 갔으니 결과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떠날 때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무사히 돌아오길 바란다! 사랑한다 우리 아들 딸들아!”

한편 한국 정부는 앞으로 정부의 승인 없이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은 징역과 벌금 등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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