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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자 유치 대상국 다변화 조짐


북 핵 ‘2·13 합의’ 이행이 급진전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일변도였던 북한의 외국자본 유치에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은 특히 최근 이집트의 대형 건설회사와 1억1천5백만 달러(한국돈 약 1천58억원) 규모의 시멘트 생산계약을 체결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서울에 있는 VOA 김규환 기자를 전화로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북한이 최근 이집트 오라스콤건설과 시멘트 생산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16일 보도됐는데요?

답: 네,그렇습니다. 이집트의 시멘트 제조와 건설업체인 오라스콤이 북한 상원시멘트에 1억1천5백만 달러(약 1천58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이날 보도했습니다. 오라스콤사는 북한 국영 평양명당무역회사와 이같은 내용의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상원시멘트연합기업소 지분의 50%를 취득할 예정입니다.

평양 인근에 시멘트 공장을 보유한 상원시멘트는 북한의 대표적인 국영 시멘트 공장입니다. 특히 이 기업은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산하 외화벌이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자금’ 전담 부서인 39호실 직속으로, 북한에서 손꼽히는 규모와 시설을 자랑합니다.

상원시멘트는 오라스콤으로부터 유치한 자본으로 공장시설을 현대화하고 생산능력을 연 3백만t 규모로 확장하는 것은 물론 레미콘 사업과 관련 자원 채취, 공장 인근 수력발전 설비 등에도 투자할 계획입니다.

한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대외무역이 비공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순위를 매길 수 없음을 전제하면서도, “오라스콤건설의 이번 대북 투자액은 기업의 단일 계약액 규모로는 최고 수준일 것”이라고 추산했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외국의 대북 투자 중 최고액은 어느 정도입니까?

답: 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지난해 3월 작성한 ‘북한의 외자유치 현황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까지 북한의 외자유치 누적액은 모두 12억 2천5백만 달러입니다.이 중 최고액은 2000년 4월 중국 기업이 라선(라진·선봉지구)에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투자한 2억 달러(약 1천8백40억원) 규모였습니다.

특히 지난해 10월 현재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이 집계한 중국의 2006년 대북 투자 승인액은 1억 3천5백만 달러(약 1천2백42억원)인 점을 감안하면,이번 오라스콤건설의 투자는 북한이 중국을 제외한 제3국을 상대로 한 투자유치에서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질문) 외국의 대북 투자액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입니까?

답: 네. 중국의 대북 투자는 2004년의 경우 5천만 달러 정도이고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의 투자액이 6천6백만 달러에 이르는 등 최근들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대북 외국인 투자액의 절반을 훌쩍 넘긴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까닭에 북한이 현지 최대의 시멘트 생산업체에 중국이 아닌 제3국의 대규모 자본을 끌어들이고 50%의 지분을 제공한 것은 중국 일변도 해외자본유치 구조에 변화를 예고하는 조치로 평가됩니다.

(질문) 북한이 중국 일변도의 해외자본 유치에서 변화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답: 네,북한경제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북한이 지하자원 개발과 기반시설,유통 등 경제분야에서 ‘대중 종속화’를 경계하면서 다른 국가의 자본을 끌어들이는 방안을 나름대로 모색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2005년 5월 유엔개발기구(UNDP)와 함께 국제기구 및 외국 무역 전문가를 초빙해 ‘무역토론회’를 개최하고 외국으로 경제대표단을 파견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유치 활동을 벌인 결과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김영윤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중국과 무역에서 큰 이익을 보기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 대체수단으로 제3국과 무역 및 투자유치에 나서고 있다.”며 “우선 이집트 등 비동맹국가를 중심으로 교역을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질문) 북한은 이번 계약 체결을 상당히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죠?

답: 네,그렇습니다. 북한은 이번 계약 체결을 계기로 북한의 외국자본 유치에 대한 상당한 자신감을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은 16일 이 사실을 보도하면서 오라스콤측이 “(북한과) 다른 경제분야에서 협력을 적극 도모할 의지를 표시했다.”면서 “오라스콤측은 앞으로 상원시멘트연합기업소의 생산 능력을 늘리고 라선경제무역지대,광물생산,발전소,항만 등에 투자할 계획을 확언했다.”고 전했습니다.북한 언론이 외국인 투자상담 합의와 앞으로 계획을 이번처럼 상세히 전한 것도 이례적인 일입니다.

(질문) 일각에서는 이번 계약 체결에 대해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답: 네,그렇습니다. 이번 계약으로 인해 북 핵 문제의 해결 국면을 맞아 제3국의 대북 투자와 교역이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미국·일본 주도의 대북 경제제재가 계속되는 한 비동맹 국가와 교역 확대가 북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서울의 한 북한 전문가는 “이전에도 대규모 대북 투자 발표가 여러번 있었으나,실제 성사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며 북한의 국내외 투자환경이 열악한 탓에 앞으로 상황은 아직 불투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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