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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위원장, 김일성 추모행사에 또 불참


북한은 어제, 8일 김일성 주석 사망 13주기를 맞아 대대적인 추모행사를 벌였습니다.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김일성 추모행사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서울의 VOA 강성주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1)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기일인 7월 8일을 전후해서 대대적인 추모 행사와 홍보활동을 벌여왔는데요, 올해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답변 1) 북한의 각 언론매체들은 올해도 각종 행사의 보도나 사설등을 통해 김일성 주석을 추모하는 모습을 여전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선중앙방송은 김일성 주석의 저서들이 러시아, 파키스탄, 베네수엘라 등 세계 1백10여 개 나라에서 60여 개 언어로 2천6백70만 부가 출판됐으며, 사망 이후 지난 13년 간 1억2천5백만명의 내.외국인이 평양만수대 언덕에 있는 김 주석의 동상을 참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북한 전역에서는 회고 음악회, 토론회, 맹세결의 모임 등이 잇따라 열렸고,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부강조국 건설위업을 빛나게 실현해 나가자” 는 사설과 여러 개의 글을 실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보도나 행사들은, 지난 13년 동안 거의 변함없이 해 온 것입니다.

올 해의 특징은, 지난해에 이어 2년째 김정일 위원장이 김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을 참배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북한매체들이 미국에 대한 비난과 공격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는 점, 그리고 경제 분야에 대한 관영매체 사설의 논조가 달라진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질문 2) 이 세 가지 가운데서도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친인 김일성 주석 추모행사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점이 가장 큰 특징이 아닙니까?

(답변 2) 그렇습니다. 북한 중앙통신은 8일 “인민군 장병과 평양시의 각 계층 근로자, 청소년, 학생들이 만수대 언덕에 올랐다.”며 “이 언덕의 김일성 주석 동상에는 김정일 위원장이 보낸 꽃바구니도 놓여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이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을 찾았다는 보도가 없습니다.

김정일의 참배에 관해 북한 관영 언론매체들이 침묵을 지키는 것은 지난해에 이어 2년째입니다.

지난해의 경우 김정일은, 김일성 주석 기일 3일 전인 7월 5일, 미사일을 시험발사해서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된 시점이어서 미국의 공격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서 모습을 감췄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올해의 경우는 북미 관계가 좋은 시점인데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점이 특이합니다.

김 주석 사망 이후 김정일은, 해마다 7월 8일 0시나 오전 일찍 , 고위간부들을 대동하고 ‘금수산기념궁전’을 찾았고, 북한의 관영매체들은 이 사실을 크게 종일 보도하고는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전혀 김정일에 관한 동정보도가 없습니다.

물론 김정일의 참배에 관한 보도가 없다고, 참배를 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참배를 했는데도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상한 것이고, 참배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례적인 것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질문 3) 그럼 김정일 위원장이 참배를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분석됩니까?

(답변 3) 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작년에 북한은 미사일 발사 등으로 미국과 관계가 불편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몸을 감추었다고 할 수 있지만, 미-북 관계가 비교적 좋은 올해에도 참배를 하지 않는 것이 미국의 공격 가능성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최근 들어 많은 외국 언론들은 김정일의 건강이상설에 대해서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닷새 전인 지난 3일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을 만났던 김정일이 며칠 사이 참배를 못할 정도로 건강이 크게 악화됐다는 것은 신빙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건강이상설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보여집니다.

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가능성은 김정일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그늘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김정일은 작년 하반기 핵무기 실험에 이어 올들어 방코델타아시아 문제를 해결하는 등 북한 핵을 둘러싼 한반도의 정세를 자신이 의도한대로 끌고 가고 있다는 것을 북한주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모습을 감추고 있다가, 적절한 시점에 나타나 한반도 정세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점을 북한 인민들에게 효과적으로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후속 6자회담과 외무장관 회담 등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사항들이 진전을 이루어야 한다는 점이 관건이 됩니다.

이밖에도 북한 내 권력구조와 관련해 문제가 일어난 것이 아니냐 하는 주장과, 이제는 김일성 주석에 대한 예우가 북한 내에서 서서히 바뀌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이것은 좀 더 지켜 보아야 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질문 4) 반미적인 보도나 주장이 올해는 상당히 완화됐다고 하는 점은 어떤가요?

(답변 4) 김일성 주석 사망을 전후해서 나타나는 북한 관영매체들의 주장에는 의례히 과격한 반미 보도가 많았습니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의 경우, 작년 7월 8일에는 “지금 미 제국주의자들이 우리 사회주의를 없애버리기 위해서그 어느때보다 분별없이 날뛰고 있다”고 수위가 높은 발언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김정일이 미 제국주의자와 첨예한 대결전에서 빛나는 승리를 이룩했다”라고 말하는 정도에서 그쳐, 최근 북미 관계 개선과 6자회담 합의 이행에 대한 기대감을 져버리지 않고 있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작년에는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우리 힘이 어떤 것인가를 똑똑히 보여줄 것”이라는 아주 호전적인 험악한 표현이 있었지만, 올해는 그런 내용이 사라져 버린 점도 눈에 뜨입니다.

(질문 5) 올해는 또 경제건설과 주민생활 향상을 강조하는 내용이 크게 늘었다고 했지요?

(답변 5) 그렇습니다. “부강한 조국 건설”이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니만큼, 해마다 경제에 관한 강조가 있기는 했어도, 올해는 경제 분야를 강조하는 점이 특이한 점입니다.

북한은 지난 연초에도 경제살리기에 나서겠다고 관영매체들을 동원해서 밝히기도 했지만, 안보 문제 때문에 추진이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이제는 한반도의 분위기가 어느 정도 안정됐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경제 건설과 주민들의 생활향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다시 말해 북한이 안보 문제에는 어느 정도 자신감을 회복했으니까, 이제는 경제 살리기에 나설 수 있는 것이 아니냐 하는 자신감이 읽히는 13주기 추모 분위기였다고 말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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