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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탈북 대학생 위한 ‘리더쉽 학교’ 열려


탈북 대학생들의 리더쉽 즉 지도력을 심어주기 위한 민간 교육 프로그램이 3년째 서울에서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 행사에 참여한 탈북 대학생들은 ‘리더쉽 학교’가 자신의 정체성과 미래 통일 일군의 사명감을 다지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대북한 인권단체인 북한인권시민연합과 미국 워싱턴의 민간 비영리 재단인 국제공화연구소(IRI)가 공동주최한 ‘ 대학생 리더쉽 캠프’의 이모저모를 김영권 기자가 전해드립습니다.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동안 서울 노틀담교육관에서 열린 제 3회 탈북대학생 리더쉽 캠프!

전국의 각 대학에서 선발된 20여명에 가까운 탈북 대학생들이 주강사인 루마니아민주연맹(Asociatia Pro Democratia) 의 아나 마리아 모스네그 실무국장으로부터 루마니아의 구 독재 공산정권이 민주주의 나라로 변모한 과정을 진지하게 듣고 있습니다.

미래 북한의 변화에 대비하고 통일 일군을 키운다는 목적으로 열린 이 행사는 한국의 대표적인 북한인권단체인 북한인권시민연합이 2005년부터 시작한 탈북대학생전문 특별교육 프로그램입니다.

탈북자 1만명 시대를 맞은 한국에는 현재 2천여명의 탈북 청소년들이 있으며 그 가운데 5백여명이 특별전형 혜택을 받아 대학에 진학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절 반 가량이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거나 장기간 휴학하는 등 대학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이영환 교육팀장은 이런 현상에 주목해 ‘탈북대학생 리더쉽 캠프’를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 이 (탈북) 학생들이 대학 이후에 대한 뚜렷한 목표의식이 정립이 안돼있고 대학에만 목표가 제한된 것을 보고, 졸업 후 전공을 살려 취업을 하고 취업 뒤 미리 통일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목표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면 여러가지 문제들이 풀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한국내 탈북대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 겪는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는 정체성 혼란입니다. 남한에 왔으니 북한 생활을 잊으라는 주위의 조언을 따르려 하지만 새로운 문화와 사회에 적응하기 힘들고 살아온 배경이 달라 친구들과의 대화에도 함께 하기 힘들 때가 많다고 탈북대학생들을 말합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대학생 최준철씨 역시 정체성을 찾기가 매우 힘들었다고 고백합니다.

“학교 동기들과 같이 밥을 먹고 얘기하다 보면 저 같은 경우는 한국에서 학교다닌것도 아니고 북한에서 살다가 중국에서 살다가 왔으니까, 그 친구들하고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의 얘기를 하면 저는 할말이 없잖아요. 같이 대화를 어울릴 수 없는 거예요.”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윤현 이사장은 이렇게 정체성 혼란을 겪는 탈북대학생들에게 무엇보다 뿌리를 잊지 말 것을 강조합니다.

북한출신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고 앞으로 졸업 후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소명의식을 갖는 것이 한국 사회 적응은 물론 미래 통일사회의 중요한 일군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윤 이사장의 지론입니다.

이런 목표는 2박 3일간 진행된 ‘탈북자 리더쉽 캠프’의 일정표에도 잘 담겨져 있습니다. 취업준비와 면접방법을 터득하는 실용적 수업에서부터 법률지식과 시민 민주주의 교육 등 지식과 세계관을 넓히는 시간에 이르기 까지 행사는 오전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빽빽한 일정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올해는 특히 미국의 민간재단인 국제공화연구소(IRI)가 공동참여해 민주주의의 확산과정과 인권의 중요성을 탈북대학생들에게 강의해 학생들의 국제적 시각을 넓히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공화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운데 한 명인 존 매캐인 상원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IRI는 지난 1983년 설립된 비영리 재단으로 미국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세계 100여개 나라에서 시민사회개발과 교육, 민주주의 선거 개혁과 감시, 여성과 청소년들의 지도력 개발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특히 IRI 와 협력사업을 펼치고 있는 루마니아의 친민주연맹(Asociatia Pro Democratia) 아나 마리아 모스네그 실무국장이 주강사로 참여해 과거 독재공산정권이 민주주의사회로 변모한 과정과 현재도 겪고 있는 어려움들을 설명해 탈북대학생들의 공감을 샀습니다.

올해 서울의 한 대학에 입학한 이명철씨는 모스네그 국장의 강의를 들은 소감을 이렇게 말합니다.

“ 아! 이런 세계가 있구나! 이제까지 북한만 이런줄 알았는데 다른 세계에도 이런 계기가 있었구나. 독재정치가 있었구 그것이 여러노력을 통해 민주주의로 바꼈구나 하는 것들을 깨닫게 됐죠.”

이씨는 특히 지워버리고만 싶었던 북한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며 앞으로 북한을 위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게됐다고 말합니다.

“리더쉽 캠프에 오기 전에는 솔직히 북한에 대해 잊은 기억이 많았는데 이번 리더쉽 캠프를 통해서 다시 고향에 대해 생각이 들고 옛날 겪은 독재정치에 대해 되새김질 하고, 아 ! 내가 북한을 위해 어떻게 해야 되겠다는 그런 생각이 든 것 같아요.”

탈북자 리더쉽 학교를 먼저 수료한 선배들은 취업 후에도 후배들을 위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가 하면 어려운 형편에서도 용돈을 모아 장학재단 조성을 시도하는 등 모범이 되고 있다고 행사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대구의 한 대학에 재학중인 최준철씨 역시 이번 지도자 학교를 계기로 탈북자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기로 다짐했다고 말합니다.

“선배로서 지금도 남한으로 오고 있는 탈북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게, 그들에게 말 한마디라도 도움줄 수 있는, 그런 부끄럽지 않을 삶을 살아야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구요 자원봉사를 많이하고 싶어요”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이영환 팀장은 지난 3년간의 노력이 이제 조금씩 열매를 맺고 있다고 말합니다.

“학생들의 시각을 트여주고, 좀 더 멀리 세상을 내다볼수 있고 그리고 마음을 열고 내가 북한에서 왔다는 것을 숨길 것이 아니라 내가 북한에서 태어났고, 앞으로 성공하게되면 기여를 하고 싶은 곳도 북한이라는 즉 자기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효과를 잘 거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측은 한국에는 정부나 민간차원에서 탈북대학생들의 학업과 사회진출을 체계적으로 돕는 교육제도가 거의 없다며 국제적인 자질을 갖춘 훌륭한 탈북자 출신 인재들의 양성을 위해 정부와 시민사회가 더 많은 지원과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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