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전 미 차관보 ‘북한, 우라늄농축계획 진행시켰을 것’


다음 달 열릴 것으로 기대되는 북 핵 6자회담에서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문제가 어떤 형태로든 다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6자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Christopher Hill)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미국이 이 문제의 진상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손지흔 기자가 2002년 10월 북한을 방문해 이 문제를 직접 거론했던 제임스 켈리 (James Kelly) 전 미 국무부 차관보로부터 당시 상황을 들어봤습니다. 켈리 전 차관보는 북한이 지난 몇 년 간 우라늄 농축계획을 진행시켰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담에 손지흔 기자입니다.

문: 지난 2002년 방북당시 상황에 대해서 말씀해주시죠.

답: “새 부시 행정부는 2001년 6월 당시 포용과 대화의 새 대북한 정책을 마련했었습니다. 미북 대화가 이뤄지기 까지는 16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북한은 처음 1년 동안 미국과의 모든 대화를 거부해오다 2002년에 들어서서 마음을 바꿨습니다.

미국은 그해 여름에 북한이 상당한 규모의 우라늄농축계획을 비밀리에 벌이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이는 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를 비롯해 북한이 서명한 여러 합의들에 위반되는 일이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미국이 북한의 우라늄농축계획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측에 알리기 위해 북한을 방문해 강석주 외무성 제 1부상과 만났습니다. 저는 북한측에 어떠한 답변도 요구하지 않았고 이 점을 조심스럽게 검토해 보라고만 말했습니다.”

문: 그때 북한측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북한측은 처음에는 우라늄농축계획을 서둘러 부인했습니다. 그러다 강 부상은 북한이 우라늄농축계획을 진행하고 있으며 북한은 미국의 대북한 적대정책에 반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이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강 부상은 그 뒤 몇 가지 비관적인 제안을 하고서는 이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이에 대해 저는 북한이 우라늄농축계획을 부시 행정부의 취임 훨씬 전부터 진행시켜왔고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점이 증거에서 드러났다고만 말했습니다. 그 후 북한은 우라늄농축계획을 시인한 것이 잘한 것인지 다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

문: 힐 차관보도 최근 미국이 북한의 고농축우라늄계획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미국은 어떤 증거를 가지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나요?

“그럴 수는 없습니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계획이 얼마나 규모가 크고 포괄적인지에 대해서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입수한 정보의 심각성과 신뢰성에 관해 미국 정부내에서 의견차이가 전혀 없다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저는 북한이 1990년대에 가스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우라늄농축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상당히 노력했다고 확신합니다. 북한은 원심분리기를 이용하면 우라늄농축 활동을 쉽게 감출 수 있기 때문에 이 방법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플루토늄은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은 2002년에도 그랬듯이 지금도 북한의 우라늄농축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모르는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원자재에서 고농축우라늄을 만들기 위해 원심분리기와 관련 장비들을 구입하는데 수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는 조짐이 있었습니다.”

문: 켈리 차관보께서 지난 2002년 방북하신 이래 북한이 우라늄 농축 계획을 더 개발했다고 생각하십니까?

답: “다른 건 몰라도 북한에는 많은 유능한 전문가들이 있고 북한은 많은 돈을 투자해 온갖 종류의 기술적인 물자를 손에 넣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이런 물자를 갖고도 많은 유능한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에게 8년 넘게 일을 시키지 않았고 아무런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어떤 방식으로든 핵 무기를 40년 넘게 개발해왔습니다.

문: 힐 차관보가 며칠 전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계획의 진상을 밝히겠다고 했는데요. 북한이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할 것으로 보십니까?

답: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힐 차관보는 여러 면에서 제가 예전에 차관보로 지냈을 당시 했던 말들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와는 달리 북 핵 6자회담 과정이 있습니다. 그리고 힐 차관보가 얼마전 북한에서 가졌던 것과 같은 개별회담들이 있고 여기서 긍정적인 일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제적인 감시아래 북한 영변 핵 원자로를 폐쇄시키자는 것은 긍정적인 제안입니다. 하지만 힐 차관보는 미국의 목표는 영변 핵시설의 폐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핵무기 계획의 종식과 근본적으로는 핵 계획 폐기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문: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계획은 곧 있을 북 핵 6자회담에서 다뤄질 텐데요. 6자회담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답: “우리는 6자회담에서 진전을 이루고 있는 것 같지만 앞으로 아주 더딘 과정이 될 것으로 봅니다. 저로서는 북한이 핵무기 계획을 포기하기로 분명히 결정했는지가 아직 확실치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그 시점에 이를 때 까지는 계속 노력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6자회담에서 돌파구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