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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정치판으로간 배우들


문: 안녕하세요, 한 주의 영화 소식을 전해드리는 ‘영화 이야기’ 시간입니다. 매주 ‘미국의 소리’ VOA 방송 김근삼 기자와 함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요, 오늘은 어떤 얘기를 전해주시겠습니까?

답: 오늘은 미국 영화인들의 정계 진출에 대한 얘기를 해드리겠습니다. 미국은 내년에 대통령 선거가 열립니다. 미국 대통령은 4년 임기에 한 번의 연임만 가능한데요, 그래서 현재 미국 대통령인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임기도 내후년 초에 끝납니다. 그리고 이미 여러명의 정치인들이 대통령 선거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연예계의 포커스는 배우 프레드 톰슨에게 맞춰져 있습니다. 톰슨은 원래 변호사였구요, 테네시 주에서 상원의원을 지낸 정치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러 편의 영화에도 출연했구요, 현재는 NBC 방송의 ‘LAW & ORDER’라는 인기 범죄드라마에서 검사로 출연하고 있습니다.

이런 톰슨이 이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아직 정식 후보등록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를 위해서 방송사에는 다음 시리즈에는 출연하기 힘들 것이라고 알렸다고 합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면서 방송사들은 이미 톰슨을 대통령 선거 여론조사에 함께 포함시키고 있는데요, 단숨에 공화당 후보 중 2위로 뛰어올라서 출마가 유력하게 예상됩니다.

문: 저도 TV 드라마에서 날카로운 검사역으로 출연했던 톰슨을 본 기억이 나는데…실제로도 법조인이자 정치인이였군요. 대통령 선거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군요.

그런데 사실 북한에서는 영화나TV에 출연하는 배우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같은 국가 최고 지도자의 자리에 오른다는 게 상상하기 힘든 일일텐데요. 미국에는 배우 출신 정치인이 적지 않죠?

답: 그렇습니다. 미국과 같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그 나라의 시민이라면 누구나에게 정치인의 길이 열려있습니다. 그래서 정치인 중에는 다양한 직업 출신들이 있는데요, 영화 배우도 거기에 들어가죠.

지금까지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배우 출신 정치인이라면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꼽을 수 있습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81년부터 8년간 대통령 직을 역임했는데요, 원래 영화배우가 주업이었습니다. 1930년대 후반에 영화계에 데뷔했는데요, 미남 배우로 인기를 끌었죠.

정치인으로서는 원래 민주당 소속이었는데요, 철저한 반공주의적 성향 때문에 공화당으로 옮겼구요, 1960년대에 캘리포니아주 주지사가 되면서 정치인으로서의 경력을 꽃피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까지 올랐지요. 영화배우로서의 친근한 이미지도 있구요, 또 정치인으로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서 사후에도 ‘미국인이 가장 사랑했던 대통령’이라는 말을 듣고 있습니다.

문: 현재 캘리포니아 주지사인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도 영화배우 출신이죠?

답: 그렇습니다. 사실 미국 영화의 중심지는 헐리우드라는 곳인데요. 미국 주요 영화사들의 촬영장이 몰려있고, 실제 많은 배우들이 헐리우드 주변에 삽니다. 그런데 헐리우드가 캘리포니아 주 안에 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많은 영화배우 출신 정치인들이 캘리포니아 주를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합니다.

슈왈츠제네거 주지사는 영화배우로는 레이건 전 대통령보다 훨씬 성공한 인물입니다. 원래 육체미를 겨루는 바디빌더 출신인데요, 액션 영화배우로 대성했죠. 미래에서 온 기계전사를 다룬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대표작이구요, 서사적인 액션물 ‘코난’ 도 유명하죠.

슈왈츠제네거 주지사가 높게 평가되는 이유는 미국 태생이 아닌 이민자라는 점입니다. 원래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났는데요, 영어 발음에도 아직 오스트리아 액센트가 남아있죠. 그래서 많은 코미디언들이 슈왈츠제네거 주지사의 발음을 웃음거리고 삼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출신이라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주지사가 됐다는 점은, 이민자들에게도 희망을 주고 있죠.

레이건 전 대통령도 캘리포니아 주지사 출신이죠. 하지만 재미있는 점은 슈왈츠제네거 주지사는 대통령 선거에는 나설 수 없다는 것인데요. 미국 헌법은 대통령 선거의 경우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에게만 출마 자격을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연방 의원이나 주지사 등 모든 다른 정치인은 이민자도 될 수 있지만, 오직 대통령직만은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에게만 자격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문: 미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배우들이 정치인으로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고 느껴지는데, 비결이 뭘까요?

답: 주민들의 투표로 선출되는 정치인들에게 지명도는 매우 중요한 척도 중 하나죠. 영화나 TV 등을 통해 이미 얼굴을 알린 배우들은 선거 초기에 지명도 면에서 다른 후보들을 앞설 수 있겠죠. 그래서 좋은 공약도 유권자들에게 더 잘 알릴 수 있구요. 물론 연기자라는 약간은 가벼운 이미지 때문에 단점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누구에게나 정치인의 길이 열려있는 민주주의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영화배우도 대통령이 될 수 있겠죠.

한 영화배우만 더 소개해드리면요, 서부영화 배우로 이름을 날렸고, 지금은 감독으로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아시죠? 한국에서도 유명한데요, 이스트우드도 한 때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작은 도시의 시장으로 선출되서 정치인 활동을 했었습니다.

‘LAW & ORDER’의 배우 프레드 톰슨 씨가 대통령 선거에 도전한다니, 로널드 레이건에 이어 또 다시 영화배우 경력을 지닌 대통령이 탄생할지 지켜봐야 겠군요. 김근삼 기자 오늘도 재밌는 소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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