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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북 쌀 지원, ‘이중잣대’ 논란


방코델타아시아 BDA 문제 해결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 핵 ‘2·13 합의' 이행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서울에서는 대북 식량지원을 둘러싸고 ‘이중잣대’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14일 지난해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 이후 유보했던 대북 쌀 차관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식량지원 가운데 세계식량계획을 통한 지원만 재개하기로 공식 발표한 데 따른 것입니다. 자세한 소식을 서울에 있는 VOA 김규환 기자를 전화로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문: 김 기자, 한국 정부가 14일 유엔 세계식량계획을 통한 대북 식량지원을 공식 발표했다죠?

답: 네, 그렇습니다. 이재정 한국 통일부 장관은 이날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을 통해 지난해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으로 유보한 대북 쌀 차관과 유엔 세계식량계획을 통한 식량지원 가운데, 세계식량계획을 통한 지원을 재개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세계식량계획에서 요청한 옥수수 2만 4000t, 콩 1만 2000t,밀 5000t,밀가루 2000t,분유 1000t 등을 대북 지원할 예정입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2천1백만∼2천3백만 달러 어치이며,지원 물량은 지난해 한국 정부가 WFP에 약속한 옥수수 5만t 규모(약 1천9백만 달러 어치)보다는 조금 더 늘어났습니다.

문: 그러면 한국 정부의 대북 식량지원이 ‘이중잣대’에 의해 결정된다는 논란의 근거는 무엇인가요?

답: 네, 한 마디로 한국 정부가 유엔 세계식량계획을 통한 대북 식량지원 문제와 대북 쌀 차관 제공 문제를 성격이 같은 사안인 데도 각각 다른 사안으로 판단해 정책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한국 정부가 세계식량계획을 통한 지원은 북한의 어려운 식량사정 등을 이유로 조만간 집행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으나 대북 쌀 차관 제공은 북 핵 ‘2·13’합의 이행과 사실상 연계해 유보한다는 종전 입장을 유지함으로써,대북 식량지원에 원칙없이 ‘이중잣대’로 판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쌀 40만t 지원은 차관이지만 유엔 세계식량계획을 통한 식량지원은 인도적 긴급 구호성”이라며 “원칙과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재정 장관의 설명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문: 한국 정부가 대북 식량지원을 ‘이중잣대’로 판단했다는 근거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죠?

답: 물론 한국 정부의 설명대로 쌀 차관은 유상 제공이고 WFP를 통한 식량지원은 무상 제공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쌀 차관을 인도적 차원에서 진행돼 왔다고 인정해왔을 뿐 아니라, 대북 인도적 지원의 실적에 쌀 차관과 세계식량계획을 통한 지원을 모두 포함시켜 왔습니다.

여기에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 자신도 쌀 차관 제공을 인도적 사업으로 규정해 왔습니다. 특히 이재정 장관은 쌀 차관 제공을 재개하는 시점에 대해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인 만큼 국민이 합의한 상황에서 지원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세계식량계획을 통한 식량지원 역시 세금으로 이뤄지는 만큼 여기에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문: 대북 수해에 따른 쌀지원 문제도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있는데요?

답: 네, 그렇습니다. 한국 정부는 작년 핵실험으로 중단됐던 대북 수해 지원물자 중 아직 지원이 재개되지 않고 있는 쌀 1만 500t을 조만간 북송하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언상 통일부 차관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수해 쌀 지원 재개 시기에 대해 “상황 추이를 봐서 전달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날 이재정 장관은 ‘상황 변화’에 대한 설명없이 “수재 복구에 필요한 물자부터 지원을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명확한 설명이나 원칙없이 대북 식량지원을 재개한 사실과 관련해 대북 쌀 차관 제공 유보로 남북관계가 경색될 것을 우려한 한국 정부가 우회로를 택한 것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BDA 문제 해결이 임박한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등의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한편에서는 취임 일성으로 ‘인도적 지원의 원칙 재정립’을 강조해 온 이재정 장관이 ‘원칙없는 인도 지원’으로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문: 이런 지적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은 무엇이죠?

답: 이재정 장관은 “어려운 북한의 사정과 세계식량계획의 거듭된 지원 요청과 국제사회에 대한 우리의 책임, 국내여론 등을 검토했다.”면서 “BDA 문제가 풀어지니까 긴박하게 지원을 결정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는데, 이와는 관계없이 진행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보되고 있는 대북 쌀 차관 40만t 제공과 관련해 이재정 장관은 “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제”라며 “국민 세금에 의해 지원하는 것인 만큼 국민적 합의 하에 지원돼야 할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김규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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