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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동북아방송연구회’ 박성문 연구위원


일본 정부가 다음 달부터 북한을 청취권으로 하는 대북한 라디오방송을 개국하기로 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일본의 국영 대북방송 개국 의미와 북한주민에게 미칠 영향 등에 관해 한국의 대북방송 전문 연구단체인 ‘동북아방송연구회’ 박성문 연구위원의 견해를 전해드립니다. 대담에 서울의 VOA 박세경 기자입니다.

) 일본이 다음 달에 국영 대북방송을 시작한다고 밝혔는데요, 어떠한 의미로 볼 수 있겠습니까?

답) 이번의 발표는 납치문제에 대한 아베 내각의 강한 의지가 담겨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베 내각의 직속기구인 납치문제 대책본부가 1억 5천만엔, 미국 돈으로는 약 123만 3천 달러의 예산을 들여 직접 방송을 운영할 계획이어서 라디오방송의 의미는 단순한 전파 발신이 아니라 일본 정부의 의지를 발신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일본 정부는 해외에서 북한으로의 정보 발신에 라디오 전파가 대단히 중요하고 효과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요, 여러 수단이 있겠습니다만 탈북자들의 움직임 등으로 볼 때 가장 손쉽게 정확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수단은 라디오가 아니냐는 것이죠.

) 이 일본 국영 대북방송은 어떤 내용으로 구성이 됩니까?

답) 일본의 국영 대북방송은 일본어 30분, 한국어 30분으로 매일 1시간씩 방송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제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방송에서는 납치문제를 비롯한 대북한 문제에 임하는 일본 정부의 입장, 납치문제는 절대 용서할 수 없다는 내용, 납치피해자 가족의 사연들, 그리고 납치피해자는 반드시 돌아와야 한다는 내용과 납치 문제에 관한 국제사회의 움직임 등을 전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 밖에도 북한 주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국내외 뉴스와 해설 등도 방송될 것으로 보입니다.

) 전파 송출은 물론 일본 국내에서 이뤄지겠죠?

답) 이미 일본 내 민간단체가 운영하고 있는 대북방송 ‘시오카제’가 지난 3월 말부터 일본 국내에서 단파로 송출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아베 내각이 직접 운영하는 방송이라면 이 역시 일본 국내에서 송출될 확률이 높습니다. 아직 방송시간과 주파수가 결정되지는 않았습니다만 북한 주민들의 접근이 쉬운 채널을 통해 전파를 내보내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본과 북한의 거리가 최소 700에서 최대 1000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데요, 이 정도 거리라면 일본 내의 대출력 중파 시설을 통해 방송을 송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일본의 대북방송이 북일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답) 일본인 납치 문제를 대북한 정책의 최우선과제로 놓고 있는 아베 내각이 운영하는 방송이기 때문에 그 성향이나 강도가 상당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현재의 냉랭한 북일관계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북한 당국은 납치 문제는 이미 해결된 사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일본 정부는 모든 납치 피해자들이 돌아오고 납치범들을 일본에서 처벌할 수 있을 때까지 취할 수 있는 모든 대북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국영 대북방송 특히 한국어방송도 매일 실시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외부세계의 매체에 위협을 느끼는 북한 당국으로서는 방해전파를 가할 것으로 예상되구요, 이는 현재의 북일관계를 더욱 후퇴시킬 수도 있을 것입니다.

) 최근 들어 북한이 대북방송에 집중적인 방해전파를 발사하고 있는 사실이 밝혀졌는데요, 북한주민들의 실제 청취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리라고 보십니까?

답) 거의 모든 대북방송이 방해전파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의 소리도 같은 상황에 놓여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 자유북한방송과 국경없는 기자회 등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북한의 처사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북한 주민들이 대북방송을 청취할 때 방해전파의 영향으로 인해서 어느 정도 지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단파방송이라는 것이 날에 따라서 전파상태가 달라지기 때문에 방해전파로 인해 방송청취가 완벽하게 막히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방해전파의 영향을 조금이라도 덜 받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주파수들을 활용해서 대북방송을 송출하는 것인데요, 이를 위해서는 일본의 경우처럼 민간대북방송 등 여타 라디오방송에 한국 정부가 많은 주파수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과 협조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봅니다.

) 대북한 라디오방송이 얼마나 존재하는지 그 현황도 좀 짚어주시죠?

답) 현재8개의 방송국이 존재하고 있는데요, 한국에서는 공식적인 채널로 KBS 사회교육방송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북한보다는 중국, 러시아 등 재외동포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대북방송으로서의 기능은 많이 약화되었습니다. 그 부분을 민간대북방송들이 감당하고 있는데, 대국민 참여방송을 표방하는 열린북한방송이 있고 탈북자가 주축이 된 자유북한방송, 인권단체가 운영하고 있는 자유조선방송, 그리고 선교단체가 운영하는 북한선교방송 등이 있습니다.

) 대북 라디오방송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답) 대북방송의 실효성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없습니다만 얼마 전 청진항을 통해 일본 아오모리로 건너온 탈북자 가족 4명의 경우만 해도 현지 경찰의 조사 결과 탈북할 당시 필수품으로 라디오를 소지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들 가족은 한국과 일본의 현황, 사정을 잘 알고 있었고 납치 문제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이들 가족은 북한에 있으면서 대북방송을 몰래 청취하면 외부 정보를 접했다고 진술했다는데 아마도 미국의 소리나 자유북한방송 등을 청취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작년 말 외부의 조사 결과를 보면 탈북자 208명 중 64명이 북한에 있을 당시 대북방송을 청취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고 그 중 대다수는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 방송되는 미국의 소리와 자유아시아방송 등을 청취했다고 밝혔습니다. 탈북자의 세 명 중 한 명꼴로 대북방송을 들었다는 것이죠.

이런 사례들을 통해 대북방송에서 전해주는 각종 국내외소식이 북한 내에서 매우 중요한 정보원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구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라디오를 통해 많은 정보가 북한 사회에 유입된다면 그 사회의 구성원인 주민들이 장벽을 낮추고 사회변혁을 주도할 수 있도록 의식화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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