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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공동선언 7주년 특집 씨리즈] 지난 해 남북관계와 앞으로의 전망


남북한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갖고 '6.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한 지 7년이 지났습니다. '남과 북이 나라의 통일 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하기로 했다'고 밝힌 6.15 선언 이후 남북관계는 `양과 질' 양면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지난 한 해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로 남북관계가 한때 최악의 상태로 떨어지면서, 6.15 선언에서 강조했던 민족공조의 구조적 한계가 분명히 드러난 시기였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이 6.15 남북공동선언 7주년을 맞아 보내드리는 특집방송, 오늘은 그 첫 번째 순서로 지난 한 해 동안의 남북관계와 이를 둘러싼 논란,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보도에 이연철 기자입니다.

2007년 5월17일 오전 11시 30분, 경의선 남측 문산역에서 4량의 객차를 연결한 디젤 기관차가 기적 소리를 크게 울리며 북측 개성역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같은 시각 동해선 북측 금강산역에서도 열차가 남측 제진역을 향해 떠났습니다. 이재정 한국 통일부 장관은 남북열차 시험운행은 반세기 이상 끊어졌던 민족의 허리를 잇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평화통일 시대를 여는 전환점이자 남북화해협력, 공존공영, 한반도 평화정착에 한발짝 더 다가가게 되었고 평화의 역사가 그 서막을 열게 됐습니다. "

물론 이 남북열차 운행은 1회성 시험운행이란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북한은 공히 반세기 만에 이어진 경의선과 동해선 열차의 상징적인 의미를 반겼습니다. 이밖에도 남과 북 사이에는 지난 한 해동안 장성급 군사회담과 장관급회담, 경제협력추진위원회 회담, 적십자회담 등이 이어졌습니다. 또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그리고 개성공단 사업 등을 통한 교류와 경제협력이 지속되는 등 남북관계는 양과 질 면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지난 한 해는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남북관계가 한때나마 최악으로 떨어지면서 긴장상태가 최고조에 달한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0월 9일, 북한은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지하 핵실험을 감행했습니다. 북한은 이보다 앞서 7월5일에는 미사일을 시험발사했습니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는 꽁꽁 얼어붙는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었습니다. 남측은 쌀과 비료의 대북 지원을 유보했고,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면회소 건설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중단된 가운데 개성공단 추가분양도 중단됐고, 금강산 관광객 숫자는 급격히 줄었습니다. 한국 매봉통일연구소의 남광규 박사는 북한의 핵실험으로 남북관계에 심각하고 어려운 변화가 초래됐다고 지적했습니다.

" 그동안 한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북한에 유지해 왔던 대북포용정책 그 자체의 근본이 흔들리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거의 없다고 할 만큼 한국의 역할 공간이 상당히 좁아졌습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국사회의 대북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고,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이른바 '남남갈등'이 고조됐습니다. 야당과 보수층은 포용정책을 당장 폐기하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중단하도록 강력하게 요구한 반면, 진보진영에서는 그래도 포용정책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맞섰습니다.

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6.15 공동선언의 기본정신인 민족공조에 대해서도 남북 간에 차이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한국측은 6.15 공동선언을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 평화구축의 유용한 수단으로 여기는 반면, 북한은 민족공조를 내세워 남측의 협력과 지원만을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한 발짝도 진전되지 못하던 남북관계는 2007년 들어 북 핵 6자회담 '2.13 합의'가 타결되면서 가까스로 반전의 계기를 맞았습니다.

" 초기조치 행동계획은 한반도 비핵화를 공약의 단계에서 행동의 단계로 전환시키는 그런 중요한 문서입니다. "

2.13 합의 이후 남북한 사이에 대화와 접촉이 다시 활발히 진행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2.13 합의는 미국 등 북 핵 북 핵 6자회담 참가국들의 지속적인 노력에 의해 비로소 가능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 발전은 6.15 선언에서 천명한 민족공조보다는 오히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에 더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미국 조지아대학교의 북한 전문가인 박한식 교수는 민족공조가 원칙적으로는 맞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합니다.

" 현실적으로 국제사회를 배제하고 외교정책이나 통일정책을 성공적으로 끌어낼 수가 없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 들어 남북관계가 다시 활기를 띨 수 있었던 것은 지난 해 말부터 시작된 북미관계 개선, 특히 미국의 대북 유화정책의 결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을 악의 축 국가의 하나로 지목하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폭군으로 부르며 북한의 양자대화 요구를 거부했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에이펙 정상회의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한국전쟁 종료협정에 서명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지난 1월 독일 베를린에서 미국과 북한의 6자회담 대표 간에 양자회담이 열렸고, 이후 부시 대통령은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 BDA 은행에 동결된 북한 불법자금을 풀어주는 등 북한에 대해 전례없는 양보 조치를 취했습니다. 행정부 내 대북 협상파들의 건의를 받아들인 결과였습니다.

조지아 대학의 박한식 교수는 당분 간은 북미 관계가 악화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 대체적으로 북한은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기를 오래 전부터 바라고 있고, 미국도 북한을 악마화 시킬 필요성을 덜 느끼는 것 같습니다."

한국 외교안보연구원의 전봉근 교수는 앞으로도 남북관계는 무엇보다 북한 핵 문제가 어떻게 풀리느냐가 핵심변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관계라고 말합니다.

" 한미 간에 공조체제를 잘 유지해서 여기에 대해 어떻게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면서, 한미 간에 발전시켜 나가는 그리고 한미동맹을 손상시키지 않는 그런 방법을 좀 찾아내야 되겠죠. 그러기 위해서는 한미 간에 좀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6.15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된 지7년. 이제 남북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이 매일 1천 명이 넘고, 남북을 넘나드는 자동차도 2백대가 넘습니다. 개성공단에서는 약 1만3천명의 북한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고, 남북 교역량도 해마다 크게 증가하는 등 남북관계는 7년 전에 비해 크게 발전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핵 문제에서 보듯 남북한이 6.15 공동선언의 정신대로 민족끼리 자주적으로 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일은 아직은 뚜렷한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지난 한 해 동안 명백히 드러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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