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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초대석]  첫 소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펴낸 이민진 씨


미국내 화제가 되는 인물을 알아보는 워싱턴 초대석, 최근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이라는 제목의 첫 소설을 펴낸 한인 작가 이민진 씨와의 대담을 보내드립니다. 부지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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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첫 소설을 내셨는데요. 먼저 축하 드립니다. 소설 제목이 ‘Free Food for the Millionaires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인데요. 특이하네요. 어떤 의미죠?

(Lee) “It started because that my friend…

제 친구 중에 투자은행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는데요. 그 친구가 말하길 거래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점심을 한 턱 낸다고 합니다. 만약에 인도 회사와의 거래였으면 인도 음식을 내고, 일본과의 거래였으면 일본 음식을 내는 식으로 말이죠.

그런데 음식이 준비되면 회사에서 직급이 높은 사람들이 제일 먼저 달려간다고 하네요. 또 제일 많이 먹구요. 다들 돈을 엄청나게 버는 백만장자들인데도 말이죠. 그 얘기를 들으니까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백만장자들을 위한 공짜음식’이란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저는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될 수 있는 재능을 갖고 태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엔 누구나 백만장자입니다. 타고난 잠재성을 발휘한다면 말이죠. 그렇다면 개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공짜음식은 은혜라고 할 수 있을텐데요. 은혜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떤 노력이나 일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그냥 주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동안 살면서 보니까 착한 사람이건, 나쁜 사람이건 누구나 다 이런 은혜를 경험하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누구나 다 고통도 받지만요. 그것이 제가 전하고자 하는 두번째 의미구요. 더 진정한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어떤 내용의 소설인지 소개 좀 해주시겠습니까? 또 소설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가 있는지요?

(Lee) “I think that message of the title is very important to me..”

책 제목이 주는 메시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다 부자이고, 또 모두가 은혜를 경험한다는 것입니다. 이 소설은 뉴욕의 한인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케이시 한인데요. 프린스턴 대학교를 졸업한 한인 이민자의 딸입니다. 케이시의 부모는 세탁소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세탁소를 경영하는 사업가가 아니라 고용인입니다. 미국인들은 한인 이민자들이 모두 잘 살고, 다들 명문 대학을 나왔고 교육수준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미국에는 가난한 한인들도 많거든요. 하지만 그들의 삶 역시 잘 사는 한인이나 교육수준이 높은 한인들만큼 풍요롭고 흥미롭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 이 소설을 쓰신 동기라면요?

(Lee) “This is my fourth novel attempt..”

사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음식’은 제가 네번째로 시도한 소설입니다. 1996년에 첫번째 소설을 썼는데 퇴짜 맞았고, 그 뒤에 다른 소설 두 편을 쓰기 시작했는데 아직 끝을 못 맺었습니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음식’은 5년전에 쓰기 시작했는데요. 다른 사람들한테 12년이 걸려서 쓴 책이라고 말하곤 하죠.

이 소설은 일인칭이나 삼인칭이 아니라 전지적인 작가시점에서 썼습니다. 19세기 소설에서 전지적 작가시점을 볼 수 있습니다. 작가가 등장인물의 모든 시각에서 얘기하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의 생각을 묘사하는 거죠. 사실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고 이 기법을 쓰는 작가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기법을 익히고 싶었고, 그래서 오래 걸렸습니다.

() 한인 이민자 가정의 얘기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실제 모델이 있습니까? 혹시 작가 본인의 얘기는 아닌가요? 소설에 나오는 것 처럼 부모와의 사이에 갈등이 있었던 건 아닌지요?

(Lee) “No, I didn’t… I really didn’t…”

아니오.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 그런 사람들을 많이 봤죠. 그들이 느끼는 분노와 불공평한데 대한 불만의 감정, 또 대화가 부족하다는 느낌, 그런 감정을 충분히 이해가 갔습니다. 자전적인 소설이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답하겠지만 감정적인 면에서는 그렇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분노, 욕망, 부러움, 그런 감정을 저도 느낀 적이 있거든요. 드러내기 부끄러운 그런 감정을 소설의 주인공에게 담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 유에스에이 투데이 신문은 이민진 씨의 소설을 소개하면서 버지니아 공과대학 총격사건의 범인인 조승희의 배경과 흡사하다고 지적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Lee) “I thought that it was really interesting the caption was written that way..”

제목이 그런 식으로 달린 건 흥미로운 일이었습니다. 저나 기사를 쓴 기자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죠. 그냥 제목을 단 사람이 알맞다고 생각해서 쓴 것 같은데,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비슷한 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제 소설은 조승희 얘기와는 다릅니다.

버지니아 공과대학 사건 때문에 몹시 속상했죠. 그랬던 사람이 단지 한인들 만은 아닐 겁니다. 원래 유에스에이 투데이 신문과 인터뷰를 한 건 여름에 읽을 만한 소설 가운데 하나로 뽑혀서 이뤄진 것이었는데요. 인터뷰를 한 기자가 따로 기사로 취급하는게 낫겠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나간 겁니다. 그냥 우연이라고 할 수 있죠.

사람들이 제 소설을 버지니아 공과대학 사건과 연결시키는 걸 원치 않습니다. 제 소설 주인공의 부모가 세탁소에서 일하긴 하죠. 그러고 보니 등장인물이 그런 식으로 묘사된 소설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또 자녀가 부모 보다 잘 난 것으로 묘사돼 있습니다. 하지만 제 소설의 주인공 케이시 한은 조승희와는 다릅니다. 두 사람 다 분노에 차 있긴 하죠. 소설 속의 케이시는 무척 화가 나 있습니다. 하지만 조승희는 분노에 차 있었을 뿐 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었죠.

() 요즘은 어떤 글을 쓰고 계십니까?

(Lee) “I am writing a novel called ‘Pachiko’”…

‘빠찡코’라는 제목의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일본내 한인들에 관한 얘기죠.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음식’을 쓰기 전에 시작한 소설인데요. 자료 찾기가 힘들어서 쓰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8월에 일본에 가게 됐거든요. 남편 일 때문에 일본에 가서 한 몇년 살게 됐습니다. 그래서 소설 쓰기가 쉬워졌습니다. 이 책의 초록이 미조리 리뷰에 실렸고, ‘한 해 최고의 소설’로 피든상을 받았습니다. ‘Motherland (조국)’이란 제목의 글입니다. 일본정부가 재일 한인들에게 지문채취를 강요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 어떻게 일본내 한인들의 지문채취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죠?

(Lee) “I’m an immigrant. I was a history major…”

전 이민자죠. 예일 대학교에 다닐 때 역사를 전공했는데요. 그 때 일본에서 전도활동을 하던 백인 목사가 와서 지문채취 문제에 관해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재일 한인들이 감정적, 정신적으로 겪는 고통에 관해서요. 전 열아홉살, 스무살 때부터 항상 재일 한인들에게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나라에 가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남는지 궁금했습니다. 일본내 한인은 미국내 한인들과는 다르죠. 제 부모님은 스스로 선택해서 미국에 오셨지만 일본내 한인들은 강제로 끌려오거나 아니면 속아서 온 사람들도 많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재미 한인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 네. 두번째 소설도 기대가 되는데요.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Lee) “Thank you.”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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