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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북한 '선군정치' 철학이념으로 자리잡아'


북한의 선군정치는 단순한 정치적 선전구호 차원을 넘어 북한사회의 구조와 기능을 유지하는 강력한 철학이념으로 자리잡았다고 북한 문제에 정통한 미국의 한 전문가가 밝혔습니다. 또 북한의 내부봉기로 인한 정권붕괴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며,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북한에는 집단적 군부지도체제가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취재에 유미정 기자입니다.

미국 내 대표적인 북한 전문가로 꼽히는 조지아 주립대학교 박한식 교수는 23일 이곳 워싱턴에 소재한 한미경제연구소(KEI)에서 열린 ‘선군정치와 김정일 정권의 이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선군정치는 이제 북한에서 주체사상을 승화한 철학적 이념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습니다.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해 북한 내 선군정치 이론가들과 실무 종사자들을 면담한 바 있는 박 교수는 선군정치는 단순히 군을 최우선시 해야 한다는 정치구호 차원을 넘어, 과거 김일성 시대 주체사상과 마찬가지로 현재 북한사회에서 중추신경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교수는 사람의 신체가 중추신경에 의해 좌우되듯 북한의 모든 주요 정책은 군에 의해 결정돼 사회전반으로 하달된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또 북한에서 군은 외부의 위협으로 부터 국가를 방어하는 본연의 임무 외에도 인민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값진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군은 일반주민들의 삶에서 문제해결사와 물자 제공자 등 실용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박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일반 가정의 하수도 시설이나 화장실이 고장났을 때 이를 고쳐주고 식량배급을 가져다 주는 것도 군의 몫이어서 북한에서 군은 없어서는 안될 의존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 북한에는 가족 가운데 군인이 없는 가정이 없을 정도로 군은 일반주민들의 삶과 신념체계에 깊숙히 자리하고 있다고 박 교수는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정권은 철저한 교육을 통해 이같은 선군사상과 선군정치를 효과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한식 교수는 철저한 선군사상 교육이 북한의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교와 그 이상까지 계속된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과거에는 교수나 학자가 공장에 찾아와 근로자들을 가르쳤던 ‘공장대학’이라는 것이 있었지만, 지금은 군 관련 학자나 이론가들이 선군정치를 가르치는 ‘군인대학’이라는 것이 있다고 말하고, 북한 지도부는 이를 통해 일반주민들에게 선군사상을 매우 효과적으로 주입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이같은 선군사상의 배경 때문에 북한 내부의 봉기로 인한 정권붕괴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박 교수는 전망했습니다.

박 교수는 군을 근간으로 한 북한의 사회정치체제는 마치 새둥지처럼 상호의존적이고 촘촘히 짜여 있어, 나뭇가지 한 두개를 없애도 둥지는 건재한 것처럼 북한체제 자체는 쉽게 붕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선군사상과 관련한 북한의 후계자 계승 문제에 관해 박 교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북한은 집단적 군부지도체제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박 교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가족이나 자식들 가운데는 김일성 주석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양성한 것처럼 후계자 훈련을 받은 사람이 없기 때문에 이들 가운데 후계자가 나올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박 교수는 김정일 위원장 사후 북한의 권력은 군부 집단체제에 의해 행사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박 교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군부 쿠데타를 우려해 군부 내 한 두명의 장성에게 권력이 쏠리게 하는 것은 견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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