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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열차시험운행 성공


한반도 분단 반세기만에 이뤄진 남북 열차 경의선과 동해선 시험운행이 17일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이번 시험운행은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역사적인 행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경의선 시험열차가 출발한 문산역에서 VOA 특파원이 보내온 자세한 소식입니다.

열차의 시험 운행 시간은 짧았습니다. 그러나 경의선과 동해선 두 열차가 분단의 장벽을 넘은 것은 한반도에 새로운 역사를 쓰기에 충분했습니다.

경의선과 동해선 열차는 오늘(17일) 오전 11시 30분, 각각 한국의 문산역과 북한의 금강역을 출발해 1시간 30분 만인 오후 1시 개성과 제진 역에 도착한 뒤 다시 출발지로 돌아왔습니다. 경의선 열차는 총 27.3 킬로미터, 동해선 열차는 25.5 킬로미터를 달렸으며, 두 열차에는 각각 한국측 1백명과 북한측 50명 등 총 3백명이 탑승해 역사의 순간을 지켜봤습니다.

이날 경의선이 문산역을 출발하기 직전 권호웅 북한 내각참사 등 북한측 대표단이 기념식장에 도착하자 한국측은 환영음악과 함께 이들을 맞았습니다.

남북한에서 국민의 가요로 인식될 정도로 인기가 높은 ‘반갑습니다’ 란 노래가 현장에 울려퍼지면서 흥을 돋운 가운데 경의선 열차가 힘차게 경적을 울리며 출발했습니다.

경의선은 지난 1951년 6월 서울-개성 운행이 중단된 이후 56만이며 동해선은 57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열차 시험운행은 지난 2000년 역사적인 첫 남북정상회담이 열린지 몇 달 뒤에 열린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첫 논의가 시작됐으며, 2002년 남북한이 공동 착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했었습니다.

남북한은 아직 평화협정에 서명하지 않은 채 기술적으로는 지난 1953년 휴전 이후 전쟁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경의선 기념행사에서 이번 열차 시험운행은 단순한 시험운행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늘 열차 시험 운행은 단순한 시험 운행이 아닙니다.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다시 연결한다는 민족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한 것입니다.”

북한측 대표인 권호웅 내각참사는 분열주의 세력의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 열차 시험운행을 계기로 양측이 화해를 위한 민족공조의 궤도에서 탈선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우리 민족의 화해와 단합과 통일을 달가워 하지 않는 내외 분열주의 세력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남북 분단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며 오랫동안 미국을 비난해 왔습니다. 북한 정부는 핵무기 개발 역시 미국의 적대정책의 산물이라며 이를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1950년 북한이 남한을 침공했듯이 김정일 정권이 다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만 8천명의 미군을 한국에 주둔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그러나 북한에 대한 공격의도는 없다고 거듭 말해왔습니다.

이날 경의선과 동해선 열차 시험운행 행사장에는 폭죽이 터지고 팡파레가 울리며 분위기를 띄웠지만 한국의 모든 사람들이 이번 행사를 반기며 기뻐한 것은 아닙니다.

이날 문산역 행사장 밖에서는 20여명의 납북자 가족과 한국 전쟁 참전용사들이 기습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충돌했습니다. 이들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비난하며 “납북자들과 국군 포로들을 열차에 실어오라” 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시위자들 대부분은 70대와 80대의 노인들이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한국전쟁 이후 북한에 납치된 한국인을 4백여명에 달하고, 한국전쟁 중 포로교환의 기회를 박탈당한 1천6백51명의 국군포로 가운데 5백 여명이 북한에 생존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그러나 대북 포용정책 기조와 점진적인 남북관계 향상의 보호를 위해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17일 실시된 경의선과 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은 비록 역사적 상징성을 띠고 있지만 남북 간의 정상적인 열차 운행이란 또 다른 중요 과제를 남겨놓고 있습니다. 열차 정상 운행은 북한에 상당한 규모의 경제지원을 계획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물자 전달 방법과 남북교류 등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민간연구재단인 세종연구소의 백학순 남북관계연구실장은 철도 연결은 휴전선을 통해 북한에 지원물자를 보내는 데 훨씬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백 실장은 식량을 포함해 북한주민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비누나 신발, 의류 등 생필품의 용이한 전달이란 측면에서 열차 운행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역시 열차 정상 운행을 통해 여러 혜택들을 누릴 수 있습니다. 북한 정부가 열차 정상 운행을 허가할 경우 중국이나 러시아 등지에서 오고 가는 선적의 물류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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