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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 봉납


취임 이후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보여온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총리 명의의 공물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국과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즉각 유감을 표시했지만 최근 일본과 관계가 급진전되고 있는 중국은 직접적인 비난은 하지 않았습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이번 공물 봉납에 대해 말을 삼가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소식입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고 일본 정부 관리들이 확인했습니다. 아베 총리가 봉납한 공물은 미화 4백20 달러 상당의 비쭈기 나무 입니다. 일본에서 마사카키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나무는 동백나무와 비슷한 상록수의 일종으로, 일본 국민들 사이에 신령한 나무로 알려져 여러 의식에 널리 이용되고 있습니다.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보낸 것은 20년 전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 이후 처음입니다. 앞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한국과 중국 등의 반발을 무릅쓰고 직접 신사를 참배해 자주 논란을 야기했었습니다.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공물 봉납이 알려지자 한국과 중국 정부는 즉각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한국 외교통상부는 당국자 논평을 통해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 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아베 총리가 공물을 보낸 것은 역내 평화와 올바른 역사인식 정립에 역행하는 것” 이라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정부는 야스쿠니 신사가 갖는 외교적 민감성을 지적했지만 직접적인 비난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중국 외교부의 장위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야스쿠니 신사는 중국과 일본 양국 관계에서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고 지적하고, 그러나 두 나라 지도자들이 이미 정치적 걸림돌들을 극복하기로 합의한 만큼 일본은 합의 사항을 엄중히 준수하길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지난달 일본 국회연설에서 “중국인들은 일본의 침략전쟁으로 많은 상처를 입었지만 그 책임은 일본 국민이 아닌 소수의 군국주의자들이 져야 하며, 중국 정부와 인민은 일본 지도자들의 공개적인 침략 인정과 깊은 반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원자바오 총리의 이런 발언은 베이징 올림픽과 상하이 국제박람회, 그리고 지속적인 경제발전에 대한 일본의 협력을 염두에 둔 실용적인 접근책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이같은 실용적인 태도에 부응하듯 일본의 아소 다로 외상은 “아베 총리의 공물 봉납은 큰 문제거리로 생각되지 않는다”며 “중국과의 관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베 신조 총리와 일본 정부는 모두 이번 야스쿠니 신사 공물 봉납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삼가고 있습니다. 시오자키 야수히사 관방장관은 이번 화분 봉납은 개인의 문제이므로 정부가 언급할 사안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시오자키 장관은 화분 대금 역시 아베 총리의 개인 비용으로 지불했다며 이번 봉납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그러나 ‘내각 총리대신 아베 신조’라는 직함으로 화분을 공납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4월 관방장관 재직 당시 야스쿠니 봄철대제를 앞두고 비밀리에 신사를 참배한 바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야스쿠니 참배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라를 위해 싸운 분들의 명복을 빌고 존중의 마음을 표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그러나 외교적 정치적 문제 때문에 신사 참배 여부를 말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하는 대신 공물을 봉납한 배경에 대해 두 가지 의도가 함께 담겨져 있다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즉 신사를 참배하려는 마음은 있지만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고, 또 최근 불거지고 있는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적인 여론도 염두에 둬야 했기 때문에 이를 견제하고 보수파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참배 대신 공물로 대신했다는 것입니다.

아베 내각은 오는 7월 실시될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을 중심으로 정치적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한편 야스쿠니 신사 문제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일본 유족회가 8일 열린 토론회에서 논란 많은 A급 전범을 야스쿠니 신사로 부터 다른 곳으로 옮길 것을 주장해 이를 둘러싸고 일본 내에서 많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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