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일본, 헌법 제정 60주년…개정 논란 계속


아베 신조 총리와 규마 후미오 방위상 등 일본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3일, 일본의 평화헌법 제정 60주년 기념일을 맞아 일제히 헌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특히 미국을 방문 중인 규마 후미오 방위상은 이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와 강연을 통해 평화헌법 개정 외에 무기수출 금지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베 총리도 이례적으로 담화를 발표하고 임기 중에 헌법개정을 추진할 것임을 거듭 분명히 했습니다. 이에 따라 평화헌법 개정 문제를 둘러싼 일본 정치권 안팎의 논란이 앞으로 더욱 가열될 전망입니다. 이에 관한 좀 더 자세한 소식입니다.

규마 후미오 일본 방위상은 3일자 ‘워싱턴포스트'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헌법의 반전쟁 조항을 개정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후미오 방위상은 일본 내 헌법개정의 과정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지만, 지난 수년 간 이 문제를 논의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큰 진전이라고 말했습니다.

후미오 방위상은 그러나 중국과 한국 등 주변국들의 계속된 반발을 의식한 듯, 일본은 헌법을 개정하더라도 평화주의 정신은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후미오 방위상은 또 이날 미국 내 대표적인 보수성향 연구단체인 해리티지재단에서의 연설에서 일본의 무기수출 금지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후미오 방위상은 방어장비를 개발하는 데는 자금이 많이 들기 때문에 한 나라가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어렵다며 미국과의 무기 공동 연구개발을 촉구했습니다.

일본은 1967년의 ‘무기 수출 금지 3대 원칙’에 따라 공산권과 유엔이 금지한 국가, 그리고 국제분쟁 당사국에 대한 무기수출이 금지돼 있습니다.

한편 중동지역 5개국을 순방 중인 아베 신조 총리는 3일 일본 헌법제정 60주년 기념 담화를 통해, 일본 사회는 그동안 경제적 국제화와 과학기술 발전 등으로 인해 “60년 전 헌법이 제정됐을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중요한 변화들을 겪어 왔다”면서 “헌법을 정점으로 한 행정제도 등의 기본 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특히 “헌법의 상태에 대해 국민적 논의가 이뤄져 방향성이 확실히 나오기를 강력히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꾸준히 개헌 추진 의사를 밝힌 바 있지만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헌법 기념일에 이런 내용의 담화를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했습니다.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일본 헌법 9조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전승국들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일본은 평화헌법에 따라 육.해.공군의 전력을 보유할 수 없고, 대신 방위 목적의 24만명 자위대 병력만을 두고 있습니다. 일본 헌법은 자위대의 교전권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는 전후세대인 아베 신조 총리를 주축으로, 헌법 개정은 물론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응해 선제공격을 가할 수 있는 군사력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헌법개정 찬성론자인 도쿄 소재 고마자와 대학교의 니시 오사무 교수는, 일본은 이제 60년 전의 국가가 아니라 세계평화의 책임을 지고 있는 거대한 국가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헌법개정 반대론자들은 일본이 제국주의로 회귀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일본은 평화헌법 덕에 전쟁을 치르지 않고 번영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개헌을 놓고 찬반론이 팽팽한 가운데 개헌은 언제쯤 가능해질지가 관심사입니다. 일단, 일본 자민당과 공명당이 발의한 헌법 개정절차를 정한 국민투표법안은 이미 지난달 13일 중의원을 통과했습니다.

여당은 이달 중 참의원 의결을 거쳐 법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입니다. 이 경우 의회는 법안에 따라 7월 참의원 선거 이후 열리게 될 임시국회에서 중의원과 참의원에 별도의 헌법심사회를 설치해야 합니다.

심사회는 헌법개정의 필요성 등을 포함해 구체적인 조사에 착수하게 됩니다. 다만, 법안은 공포 후 3년 간은 개헌안 발의를 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 달 중 국민투표법안이 확정된다고 해도 각 당은 빨라야 2010년 5월에나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게됩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