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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내 북한인권문제 시각차 드러나


북 핵 2.13 합의 이후 미국 국무부 관리들과 보수성향 전문가들 사이에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확연한 시각차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국무부 고위 관리들은 핵 문제 해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때문인지 2.13 합의 이후에는 해마다 발표하는 연례보고서 이외에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거론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의회 내 다수당인 민주당 역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거의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2일 미국 하원에서 열린 인권 관련 청문회는 이런 워싱턴 정치권의 분위기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가 됐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2일 열린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의 인권 청문회는 2.13 북 핵 합의 이후 달라진 행정부와 의회의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을 확연하게 보여준 자리였습니다. 이날 청문회는 지난달 국무부가 발표한 `2006년 국가별 인권보고서 실행 상황'을 검토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이날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베리 로웬크론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담당 차관보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청문회를 주최한 외교위원회 산하 국제기구.인권, 감시 소위원회의 민주당 출신 빌 데라헌트 위원장은 과테말라와 베네주엘라 등 중남미 국가들의 인권 문제만을 집요하게 질문했고, 나머지 3~4명의 의원들 역시 베트남과 보스니아, 중국의 인권 문제를 잠시 제기하다가 곧 청문회장을 떠났습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국무부가 냉전시대의 관념적 논리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독재와 전체주의 정권의 인권 문제를 지적하고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역시 북한은 언급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제이 레프코위츠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최근 한 강연회에서 민주당 주도의 미국 의회가 초당적으로 북한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가져줄 것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날 청문회는 레프코위츠 특사의 당부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레프코위츠 특사는 민주당 주도의 의회 지도부 가운데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의원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의회의 지원 없이 북한 인권 개선 노력을 진전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3월 발표한 `2006 국가별 연례 인권보고서'에서 북한을 이란, 버마 등과 함께 세계 최악의 인권탄압국으로 지목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북한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폭압정권 가운데 하나이며, 언론과 출판, 종교, 집회, 결사의 자유 등 북한주민의 생활을 대부분 통제하는 폐쇄국가라고 지적했습니다.

국무부는 또 세계 언론자유 주간을 맞아 1일 발표한 국제언론자유 현황에서 북한을 언론자유가 없는 최악의 나라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습니다. 이밖에 미국의 인권단체인 프리덤하우스도 같은 날 공개한 ‘2007년 국가별 언론자유 보고서’ 에서 북한을 전세계에서 언론자유가 가장 없는 나라로 꼽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보고서 내용과는 달리 미국 국무부의 고위 관리들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고 있습니다.

국무부 관리들의 이런 움직임은 특히 북 핵 2.13 합의 이후 더욱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배리 로웬크론 차관보는 2일 열린 청문회에 제출한 성명에서 지난해 라이베리아와 인도네시아의 인권상황이 개선된 반면 러시아와 베네수엘라는 더욱 악화됐고, 북한 등 8개국은 조직적으로 인권을 유린하는 세계 최악의 인권탄압국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언급은 의례적인 내용에 불과했을 뿐,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이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활동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로웬크론 차관보는 청문회가 끝난 뒤 북한 인권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습니다. 지난 3월 초 미국 의회 도서관에서 열린 국제 인권상 시상식에 참석했던 폴라 도브리안스키 민주주의.인권,노동 담당 차관 역시 북한 문제와 관련해 인터뷰를 거부했습니다.

헤리티지재단의 아시아 문제 전문가인 부르스 클링거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회견에서 의회 뿐아니라 국무부의 인권 담당 관리들 마저 말을 아끼고 있는 배경에 대해2.13 합의와 김정일 정권의 반발 가능성을 지적합니다.

클링거 연구원은 북한의 핵 계획 포기 의지를 시험하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과 시한을 설정한 미국 정부의 협상 전략이 유효한 동안은 가급적 인권 문제에 민감한 김정일 정권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것이 미국의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클링거 연구원은 그러나 인권과 핵은 동등한 위치에서 다뤄져야 한다며, 부시 행정부는 가급적 빨리 인권 문제를 북한과의 협상의제에 올려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또 의회의 무관심과 관련해, 이라크와 2008년 대통령 선거 준비, 경제 문제에 집중된 분위기가 큰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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