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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총리, 종군위안부에 ‘미안한 느낌’?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 중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6일 미 의회 지도자들과 만나 일본군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애매모호한 표현인 ‘미안한 느낌(Sense of Apology)’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현재 하원에 제출된 위안부 결의안에서 요구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 앞에서는 26일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습니다. 보도에 유미정, 김근삼 기자입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미국 방문 첫 날인 26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해리 리드 상원 민주당 대표 등 상,하원 지도자 10명을 만났습니다.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종군위안부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 ‘미안한 느낌(Sense of Apology)’을 갖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아베 총리는 또 “총리로서, 개인으로서 어려운 상황에 처했던 위안부들에게 연민(Sympathy)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들은 아베 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현재 하원에 제출된 위안부 결의안에서 요구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공식사과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는 애매모호한 표현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번 발언은 특히 과거 일본 정부가 ‘통절한 반성’이나 ‘통석의 념’ 등 애매모한 표현으로 공식 사과를 회피했던 것과 같은 맥락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총리로서 사과하지 않겠다는 아베 총리의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증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5일 일본군이 종군위안부를 강제동원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가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아베 총리는 종군위안부가 ‘광의의 강제성’은 있었지만 ‘협의의 강제성’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없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여론이 커지자, 일본군에 의한 종군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일부 인정하고 사과한 1993년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의 발표를 기본적으로 계승한다며 사태를 수습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미안한 느낌(Sense of Apology)’을 갖고 있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해 하원에 위안부 결의안을 제출한 마이크 혼다 하원의원은 실망을 표시하고 일본의 공식적인 사과를 거듭 촉구했습니다.

혼다 의원은 아베 총리가 개인적으로 사과 의사를 밝힌 것은 기쁘게 생각하지만, 이는 아베 총리의 개인적인 사과였지 결의안에서 요구하는 일본 정부의 명확하고 공식적인 사과는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현재 미 하원 외교위원회에 상정돼 표결을 앞두고 있는 위안부 결의안과 관련해 일본계 원로인 민주당의 대니얼 이노우에 상원의원이 이를 심의, 처리하는 톰 랜토스 하원 외교위원장과 에니 팔레오마베가 동아태환경소위원장, 그리고 위안부 결의안 제안자인 마이크 혼다 의원에게 각각 서한을 보내 결의안 처리를 자제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노우에 의원은 서한에서 일본 정부가 이미 위안부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사과했으며, 위안부 결의안이 미-일 관계를 손상할 우려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혼다 의원은 위안부 결의안 통과 문제가 미국과 일본의 관계를 악화시킬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혼다 의원은 오히려 일본이 과거를 인정하고 정리함으로써 양국 관계는 물론이고 아시아 주변국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26일 아베 신조 총리의 방미에 맞춰 백악관 앞에서는 워싱턴 위안부결의안 범동포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습니다. 이날 시위에는 한인은 물론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과 워싱턴 지역 중국인 단체 등도 참석했습니다

이날 시위에는 또 미국 외에 한국, 일본 등 전세계 언론의 취재진 수십명이 모여, 아베 총리의 미국 방문과 맞물려 위안부 문제에 대한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아베 총리는 27일 워싱턴 근교의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중동 5개국 순방길에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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