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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안정 되찾는 버지니아 공대


미국 버지니아 공과대학이 사상 최악의 교내 총기난사 사건의 충격을 극복하고 점차 안정을 되찾고 있습니다. 학교 측은 사건 발생 1주일 만인 오늘, 23일부터 수업을 재개한다고 밝힌 가운데, 사건 발생 직후 학교를 떠났던 학생들이 속속 돌아오고 있고, 지역사회도 치유와 화합에 나서고 있습니다.

미국 버지니아 공과대학이 세계를 충격 속에 빠뜨렸던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지 1주일 만인 23일부터 수업을 재개했습니다. 사건 발생 직후 집으로 떠났던 학생들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고, 인근 주민들도 나들이를 나오는 등, 학교 주변은 예전의 활기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버지니아 공대가 위치한 블랙스버그 시내의 식당과 주점 등은 돌아온 학생들로 붐비기 시작했고, 버지니아 공대 기념품 가게도 학생과 동문, 추모객들의 기념품 구입이 쇄도해 때아닌 특수를 누렸습니다.

학교당국은 학사일정을 공식적으로 재개하면서도 학생들이 아직도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해 정상적인 강의가 이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기 않고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하기로 했습니다. 강의 복귀를 압박하는 대신, 지금까지의 성적 만으로 이번 학기의 학점을 부여하거나 또는 벌칙이나 불이익없이 이번 학기 수강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물론 수업에 복귀한 학생들은 앞으로 방학 때까지 남은 20여일 동안 강의를 계속 들을 수도 있습니다.

학교 측은 수업 재개에 앞서 교수와 재학생 등이 참석한 가운데 침묵 추도식을 가질 계획입니다. 추도식에서는 희생자 32명의 명복을 기리기 위해 대학본부에서 32회 타종이 이뤄지고, 희생자들의 숫자에 맞춰 32개의 흰색 풍선이 하늘로 날려집니다.

아직 공식 수사결과가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참사 희생자들의 시신이 가족들에게 모두 넘겨진 가운데, 희생자들의 장례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상당수 유가족들은 시신을 넘겨받아 고향으로 내려갔고, 추모예배 등과 함께 조촐하게 장례식을 치르고 있습니다.

버지니아 공대 총학생회는 교내 강의실이나 식당 등을 차지하고 있는 언론사들에 수업 재개에 맞춰 23일까지 철수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희생자 추모소에는 희생자들을 찾는 추모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다시 학교로 돌아온 학생들과 동문들, 지역 주민들이 장미와 국화 등 조화와 촛불, 성조기, 인형 등 각종 기념품이 가득 메워진 추모소를 찾아 희생자들을 기리고 있습니다. 추모소에는 32명의 희생자 추모석과 함께 범인인 조승희의 추모석도 마련돼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왼쪽에서 4번째인 조승희 씨의 추모석 앞에는 ' 네가 그렇게 필사적으로 필요했던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가슴이 아팠다' ' 내가 승희 너와 같은 사람을 만난다면 손을 내밀 수 있는 용기와 힘을 가지기를 기원한다' 라고 쓰인 쪽지도 놓여 있습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교직원은 이 비극은 너무나 슬픈 일이지만 누구를 미워하거나 분노할 일이 아니라면서 조승희 씨에게도 처음부터 다른 32명과 똑같은 슬픔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가 실시 중인 버지니아 공대 총격 살인 사건에 대한 한국의 책임 여부를 묻는 조사에 90%가 한국이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또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발행되는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신문은 `한국인에 보내는 편지- 한국인의 사과에 담긴 교훈' 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참사는 한국인들의 잘못이 아니라면서, 범인 조승희 씨는 아이 때 미국에 건너온 이민자이며 이민자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미국이 오히려 사과를 해야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이번 총기 난사 사건의 검시결과가 나왔습니다. 검시관인 윌리암 머슬로 박사는 범인인 조승희 씨가 자살하기 전까지 32명의 희생자들에게 1백발 이상의 총격을 가했으며, 몇 차례 확인사살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머슬로 박사는 조승희 씨가 자신의 머리 관자놀이를 쏴 자살했다면서, 두뇌가 손상되지 않았어도 그가 어떤 두뇌 이상을 갖고 있는지는 부검을 통해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닏.ㅏ 머슬로 박사는 또 조승희 씨가 범행 당시 마약을 복용했는지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 혈액을 채취했다면서, 2주 후에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미국 경찰은 현재 범행동기 파악 등 수사에 급진전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수사관들은 조승희 씨가 첫 총격을 가해 살해한 여학생 에밀리 힐스처 씨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에서 나타났습니다. 이와 관련해 CNN 방송은 경찰이 특히 에밀리가 평소 사용해 온 휴대용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수거해 집중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한 경찰은 조승희 씨가 평소 힐스처 씨와 교신을 해왔는지 알아내기 위해 버지니아 공대의 컴퓨터 서버도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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