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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희 한달여 동안 범행 준비한 듯


미 역사상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인 조승희 씨는 적어도 한달 동안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수사당국 관계자들은 조 씨가 살상력이 높은 탄알을 구입하는가 하면, 인근 지역에서 사격연습까지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 살고 있는 조 씨의 친인척들은 그가 정신발달 장애의 일환인 자폐증을 앓고 있었다고 말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버지니아주 경찰당국이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의 현장검증을 거의 완료한 가운데, 범인 조승희 씨가 범행을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했었다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미국 NBC 방송은 19일 조 씨가 방송국에 보낸 자료에 대한 검토와 수사관들의 말을 인용해 조 씨가 사람을 살해할 확률이 높은 할로포인트(Hollow-Point) 탄알을 구입해 한 달여 동안 인근 사격장에서 사격연습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수사당국은 또 범행현장인 대학 내 노리스 건물 강의실에서 무려 17개의 권총 탄창이 발견됐으며 이중 일부는 최대 33발까지 장전할 수 있는 형태였다며, 이로 미뤄볼 때 조 씨는 범행 당시 적어도 2백발 이상의 총알을 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조승희 씨가 자폐증을 앓았다는 친인척들의 증언들이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미국의 AP 통신은 오늘(20일) 한국에 살고 있는 조 씨의 이모할머니와 외삼촌의 말을 인용해 조승희 씨가 자폐증을 앓고 있음을 부모가 확인했었다고 전했습니다.

조 씨의 이모할머니 김양순(85)씨는 조승희 씨가 어려서부터 말이 거의 없고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는 등 차갑고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였다며, 조 씨 부모가 미국에 이민간 뒤 전화를 통해 조 씨가 자폐증 진단을 받았음을 알려줬다고 말했습니다.

자폐증은 사람을 대하는 것을 기피하고 자기의 세계에 집중돼 있어 의사소통이 힘든 정신발달 장애의 일환으로, 환자에 따라 매우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 병입니다. 자폐증은 미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병 가운데 하나지만 아직 뚜렷한 원인이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CBS 방송 등 미국 언론들은 19일 조 씨의 중.고등학교 동창생들의 말을 인용해, 조 씨가 학교에서 어눌한 말투와 대인기피증 때문에 이른바 `왕따'를 당하고 때로는 일부 과격학생들로부터 인종차별까지 겪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의학 전문가들은 자폐증 증상에 외부로 부터 따돌림까지 당한 환경들이 자기만의 세계에 더욱 집착하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했고, 이런 현상들이 쌓여 주위에 대한 분노로 폭발했을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그동한 행적이 묘연했던 조 씨 부모와 누나가 현재 미 연방수사국(FBI)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태식 주미 한국대사는 19일 조 씨 부모가 안전하게 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음을 FBI 당국자가 확인해 줬다고 말했습니다. 한인에 대한 보복성 범죄 우려와 관련해 FBI 워싱턴지국의 조셉 퍼시치니 부국장은 워싱턴 일원에서 한인들을 상대로 한 혐오범죄는 아직 없었다고 말하고, 앞으로도 이런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NBC 방송이 보도한 조승희 씨의 동영상에 대해 피해자 가족과 버지니아 공과대학 학생들의 비난이 빗발치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조승희 씨는 범행 당일 권총과 망치 등 흉기를 들고 협박과 원망을 내뱉는 자신의 모습을 비디오 영상에 담아 NBC 방송에 보냈으며 이를 입수한 NBC 방송은 18일 일부 영상에 일반에 공개했습니다.

경찰당국은 조 씨에 대한 많은 정보를 이미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NBC 방송에 보낸 비디오 영상은 수사에 큰 도움을 주지 않았다며, 범인의 잔악한 모습을 여과 없이 보도한 NBC 방송 보도에 실망감을 표시했습니다.

버지니아 경찰국의 스티브 프라허티 본부장은 희생자 가족과 버지니아 공대의 모든 학생들, 그리고 심지어는 국제사회 마저 공포스런 영상 보도에 경악하고 있다며, NBC 방송의 보도는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습니다.

NBC 방송은 논란이 확산되자 성명을 발표하고 충격을 받은 희생자 가족과 학생들에게 정중히 사과한다고 말했습니다.

버지니아주는 20일을 희생자 애도의 날로 선포하고 정오를 기해 묵념의 시간을 갖는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미국 전역의 많은 교회와 성당에서는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회와 특별 예배가 열리는 등 많은 미국인들이 희생자 추모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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