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난 10일 ‘2.13 합의’ 초기조치 이행에 최대 걸림돌이 돼 온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BDA의 북한자금 동결을 전면 해제한다고 발표했지만, 북한은 이후 8일이 지난 오늘까지 이에 대한 최종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북한에 조금 더 시간을 줄 용의가 있으며 “유연한” 입장임을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 재무부의BDA에 대한 제재 조치가 오늘부터 공식발효됨에 따라, BDA는 사실상 금융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됐습니다. 좀 더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북한은 미국이 BDA에 동결된 북한 자금 2천5백만 달러를 전면 해제한다고 발표한지 8일이 지난 오늘까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 재무부가 미국 달러화 지폐 위조와 돈세탁 등 불법행위 의혹을 이유로 가한 BDA 은행 내 북한자금 2천5백만 달러에 대한 동결 조치는 ‘2.13합의’초기조치 이행에 최대 걸림돌이 돼 왔습니다. 북한은 이 자금을 전면 회수할 때까지 핵시설 폐쇄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북한은 ‘2.13 합의’ 초기조치 이행 시한 하루 전인 지난 13일, 미국이 발표한 BDA 제재 해제의 실효성 여부를 확인한 후 최종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지금까지 BDA의 북한계좌에서 자금을 인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탠리 아우 BDA 회장은 17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다른 은행으로 자금을 이체할 수 없기 때문에 아직까지 어떤 자금도 인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우 회장은 또 “이른바 ‘검은 돈’을 받아 줄 은행은 없다”며 “현 시점에서 유일한 방법은 은행에서 직접 어음으로 인출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BDA의 북한자금 예금주 가운데 한 명인 콜린 매카스킬 대동신용은행 대외협상 대표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매카스킬 대표가 지난 16일 북한 관련 자금이 국제 금융거래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지 여부를 시험하기 위해 자금이체를 시도할 계획임을 밝힌 것과 관련해, 북한측이 그를 사실상 대리인으로 내세워 BDA 제재해제의 실효성을 대신 확인하려 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BDA 문제로 ‘2.13 합의’ 초기조치 이행이 전혀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BDA 문제와 관련해 강경파들의 비판을 무릅쓰고 상당 부분 양보했던 미국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17일 북한자금의 송금을 지연시킨 기술적인 문제를 감안해 북한이 약속을 이행하는 시한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할 것임을 거듭 밝혔습니다.
숀 맥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BDA 자금 인출 등을 위한 과정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는 사실을 이해한다고 말하고, 북한에 좀 더 시간을 줄 용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맥코맥 대변인은 또 북한이 영변 원자로 폐쇄를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한국 언론의 보도를 부인했습니다. 앞서 한국 언론들은 영변 원자로 주변에 원자로 폐쇄를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부 특이 동향이 포착됐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맥코맥 대변인은 미국은 북한이 ‘2.13합의’의 일환으로 영변 원자로 폐쇄를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통보를 정식으로 받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18일로 BDA에 대한 미국 재무부의 제재 조치가 발효됨에 따라, BDA는 사실상 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봉쇄당하게 됐습니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18일 BDA를 북한을 대신해 위조지폐와 마약 등과 관련된 불법행위로 벌어들인 자금을 ‘돈세탁’한 은행으로 지목하고, 미국 내 모든 은행들에 30일 이내에 BDA와의 거래를 전면 금지하도록 했습니다. 따라서 그동안 정상업무를 할 수 없었던 BDA는 오늘부터 모든 미국 달러화 결제가 불가능해져 사실상 청산의 길로 접어들게 됐습니다.
BDA 은행은 지난 16일 미국 정부가 구체적 증거도 없이 정치적 목적으로 제재를 취했다며 미 재무부에 청원서를 보낸 데 이어, 현재 관련 법률소송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