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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레빈 의원, 대북정책조정관 임명 거듭 촉구


미국 의회 상원 군사위원회의 민주당 소속 칼 레빈 위원장이 지난달 20일 대북정책조정관 임명을 거듭 촉구하는 서한을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미 의회의 2007년도 국방수권법안에 따라 지난해 12월16일까지 대북정책조정관을 임명하도록 돼 있지만, 지금까지 계속 미루고 있습니다. 그 배경을 ‘미국의 소리’ 손지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 핵 6자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최근 미국 일간지 편집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이제 북한 담당 차관보가 됐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6자회담 등 북 핵 문제에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지만 실제로는 마치 북한을 전담하는 것처럼 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발언입니다.

미 의회가 지난해 10월 통과된 국방수권법안에서 백악관에 대북정책조정관을 임명하도록 한 것은, 북 핵 문제가 긴박한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행정부 내 각 부처간 대북 정책을 조율하고 북한과의 협상을 전담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의회는 북 핵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 상황에서 북한과의 직접대화를 계속 거부하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매우 비판적이었습니다.

이같은 배경에서 통과된 국방수권법상의 대북정책조정관 임명은 그러나 시한이 지난 지 4개월이 넘은 지금까지 아무런 발표도 나오지 않고 않습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얼어붙었던 북미관계가 2.13 합의 이후 조금씩 풀리는 조짐을 보이면서 부시 행정부가 더이상 임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미 의회조사국의 래리 닉쉬 연구원은 부시 행정부는 조정관은 임명 안했어도 북한과 활발한 양자접촉을 벌였고, 2.13 합의도 이뤄냄으로써 의회의 불만을 무마 (neutralize) 시켰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 의회 상원 군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 소속 칼 레빈 군사위원장이 지난달 20일 부시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대북정책조정관 임명을 거듭 촉구했다고 밝혔습니다.

레빈 위원장은 서한에서 임명 시한이 지났음을 지적하고, 자신은 북 핵 해결을 위한 행정부의 노력을 지지하지만 국방수권법상의 대북한 조항이 이행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레빈 위원장은 지난해에도 부시 대통령에게 이와 비슷한 서한을 조지프 바이든 의원 등 동료의원들과 함께 보낸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상원 군사위 관계자는 의회는 부시 행정부가 조정관을 임명할 것으로 여전히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북 핵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정책조정관 문제를 제기하면 북한이 이를 미국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지금까지 조용히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2.13 합의가 이뤄지면서 조정관 임명 문제가 그 전보다 덜 시급한 문제로 여겨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6자회담이 다시 교착상태에 빠지고 부시 행정부가 임명을 계속 미루면 의회는 청문회를 여는 등 다시 압력을 가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북한과의 협상을 잘 진행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정책조정관이 과연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습니다.

의회조사국의 닉쉬 연구원은 의회가 지난 10월 국방수권법안을 통과시켰을 때에 비해 지금은 북한과의 새로운 상황에 놓여있다고 말했습니다. 닉쉬 연구원은 부시 행정부가 대북 전략을 상당히 많이 바꿨다며, 현 시점에 조정관을 임명한다고 해서 큰 차이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국제위기감시기구’의 피터 벡 동북아시아 사무소장은 힐 차관보가 대북정책조정관이 되면 지금과 큰 차이가 없겠지만 의회의 본래 취지대로 외부의 고위급 인사가 임명될 경우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벡 소장은 미 의회는 당초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감독 (oversight) 체계를 갖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대북정책조정관 직책을 신설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힐 차관보가 조정관이 되면 자기 자신을 평가하게 되는 셈이라는 것입니다.

한편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대북정책조정관에 존 네그로폰테 국무부 부장관을 임명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이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부시 행정부가 의회가 규정한 대북정책조정관을 임명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다만 시간을 갖고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백악관은 대북정책조정관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소리’ 방송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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