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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정치인들 ‘실속없는’ 이라크 방문 눈총


미국의 다양한 관심사와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이라크 문제는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 현안입니다. 그래서 이라크를 방문하는 정치인들도 많은데요, 최근 일각에서는 이들의 방문이 실속없는 ‘과시용’으로 이라크 정책에는 도움이 되지않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미국의 소리’ 김근삼 기자와 함께 미국 정치인들의 이라크 방문에 얽힌 논란을 들어보겠습니다.

문: 가장 최근에 바그다드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던 존 맥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을 비롯해서, 이라크를 방문하는 정치인들이 참 많다는 생각은 드는데요. 얼마나 많은 정치인들이 이라크를 찾았습니까?

답: 미국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3년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와의 전쟁을 선포한 후 지금까지 이라크를 방문한 정치인은 연방 의회의원만 세도 모두 3백65명입니다. 이라크 개전 5년째를 맞았으니까, 나흘에 한 명꼴로 미국 의원들이 이라크를 찾은 셈이죠.

이렇게 이라크를 찾는 정치인들은 미국의 가장 중대한 현안 중인 이라크 현황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또 현지 지도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미국의 국익을 도모한다는 좋은 취지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들의 이라크 방문이 과연 얼마나 실속이 있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문: 왜 그런 지적이 나오는 겁니까?

답: 조금 전에 말씀하신 공화당 존 맥케인 상원의원 방문을 예로 들면요, 맥케인 의원은 바그다드의 한 시장에서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부시 대통령의 추가 파병 이후 이라크 치안 사정이 실제 나아졌다는 것이 기자회견의 요지였는데요, 그래서 폭탄 테러가 많이 일어나는 시장을 회견 장소로 골랐던 것입니다.

여기에 맥케인 의원과 동행했던 공화당의 마이크 펜서 인디애나주 연방 하원의원은 “바그다드 시장이 미국 인디애나주의 일반적인 시장과 다를 게 없다”는 발언도 했습니다. 듣기에는 참 좋은 얘기죠. 하지만 현지 기자들의 취재에 따르면 주민들이 겪는 실상은 영 딴판이었습니다.

문: 미국 의원들이 현지에서 보고 전한 내용과, 주민들이 실제 겪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이군요?

답: 그렇습니다. 현지의 한 상인은 이 날 의원들이 온다고 해서 미군 군용차량인 험비 100여대가 시장 주위를 엄중하게 감시하고, 하늘에는 헬리콥터들이 계속 선회 비행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건물 옥상에는 저격수가 배치되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고, 일반인들의 통행도 제한됐다는 것이 현지 군관계자들과 주민들의 말이었습니다.

따라서 이 날 미국 의원들이 본 시장은 하루가 멀다 하고 폭탄 테러에 시달리는 바그다드의 현지 분위기와는 다른 것이고, 결국 미국 의원들은 기껏 이라크까지 가서 미국인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했다는 비난을 받게 된 것입니다.

문: 미국 정치인들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실효성에 의문마저 제기되는 이라크 방문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답: 앞서 말씀드린대로 표면적으로는 이라크 현황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라크 주둔 미군들을 격려하고, 또 현지 지도자들과 정책을 논의한다는 중요한 임무들을 설정하고 있지요.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미국같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인은 주민들의 표가 있어야 유지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그만큼 인기가 중요합니다. 정치인의 인기는 인지도와도 직결되는데요, 주민들에게 한 번이라도 더 자신의 이름과 활동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지요. 이라크는 미국 뉴스의 초점이 맞춰진 곳입니다. 이런 이라크를 방문해서 기자회견을 하면 주민들에게 자신의 관련 정책과 활동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문: 그리고 보니, 맥케인 의원을 비롯해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바락 오바마 상원의원 등 대권주자들의 이라크 방문이 기억나는 군요.

답: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올 해들어서만 세 번이나 이라크를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방문을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볼 일은 아니지요. 정치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만큼 중요한 지역이기도 하고, 또 보다 다각적인 의견과 분석이 나올 수 있으니까요.

정치인들의 방문에 관해서 지적되는 또 한 가지 문제점을 말씀드리면, 정치인들이 이라크에 다녀온 후에도 정책에 변화가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이들이 이라크에 가는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현지에서의 보다 정확한 현황 파악’인데, 삼엄한 경계 속에서 실제 현황을 파악하기는 힘들고 정책을 수정할 기회도 없는 것이지요. 오히려 각 정치인이 가지고 있는 정책과 의지를 선전하거나 강조하는 기회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존 맥케인 상원의원의 바그다드 방문과 함께 불거진 문제가 좋은 예가 되겠지요.

그러지 않아도 부시대통령은 펠로시하원의장이 이끄는 초당적인 미국대표단의 시리아방문을 가리켜 결코 미국의 대외정책에 도움이 되지 않고 도리어 대외정책에 역효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의회와 행정부 그리고 사법부, 이렇게 세개의 축이 서로간에 견제와 균형을 기하면서 국익을 추구하는 체제이기 때문에 민주당소속 하원의장이 공화당소속 대통령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자체 정책노선을 추진할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미국내 관심사와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오늘은 김근삼 기자와 함께 미국 정치인들의 이라크 방문에 대한 논란을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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