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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 합의,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가능성 내포


한미 자유무역협정, FTA의 핵심쟁점 가운데 하나였던 북한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는 앞으로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 등 정치적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번 합의는 또 북한 내 다른 지역에서 한국 기업이 생산한 제품도 한국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아 남북경협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관한 좀 더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한국과 미국은 2일 타결된 자유무역협정, FTA에서 그동안 한국측이 강력하게 요구해온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원산지 문제에 대해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양측은 이 문제를 추후 논의할 수 있는 근거를 남기는 형식의 이른바 ‘빌트인(built-in) 방식’으로 해결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구성될 `한반도 역외 가공지역위원회’를 통해 개성공단이 역외가공지역(OPZ)으로 지정될 수 있는 여지가 남게 됐습니다.

한국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일 FTA 타결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개성공단 제품에 특혜를 부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마련됐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대해 원산지를 한국으로 인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역외가공’ 방식을 적용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해 왔습니다. ‘역외가공’ 방식은 한국산 원재료 비율이 60% 이상이면 한국산으로 인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개성공단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되면 FTA에 따른 특혜관세를 적용받게 돼 세계 최대인 미국시장의 높은 문턱을 넘어 대미수출의 활로가 열리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있는 상태여서 북한산 제품을 수출할 경우 정상교역국에 비해 2~10배에 달하는 높은 관세를 물어야 합니다. 또 대적성국교역법에 따라 모든 미국 기업들은 북한산 제품을 수입할 경우 미 재무부의 허가를 받도록 돼 있어 사실상 북한제품의 대미수출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개성공단을 한국산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바꿔, 일정한 기준이 충족되면 이를 한국산으로 인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습니다. 이 기준의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즉각 확인되고 있지 않지만,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과 현지의 근로기준 등 정치적 상황을 조건으로 연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웬디 커틀러 한미 FTA 미국측 수석대표는 비핵화 진전 상황에 따라 한반도 역외가공지역위원회가 개성공단을 역외가공지역으로 정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당장은 개성공단 제품의 미국시장 수출이 불가능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6자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논의가 진전을 이룬다면 개성공단 제품의 미국시장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그룹에서 논의하기 시작한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대북 적성국교역법 적용 해제 문제가 해결돼 북-미 관계가 개선된다면,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또한 이번 합의에서 개성공단을 특정하지 않고 역외가공지역을 포괄적으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개성공단 뿐 아니라 남포와 신의주, 원산, 함흥 등 북한 내 다른 지역에서 한국 기업이 생산한 제품도 한국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남북경협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편 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타결되기는 했지만 국회의 비준을 거쳐 발효될 때까지는 적어도 2년은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양국 간 조문에 대한 추가 법률검토 등을 거쳐 5월 중순께 협정문을 공개한 후 6월 말께 양국 정상이 본서명을 하는 등 정부 간 서명작업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또한 한국 정부의 경우 국회 비준동의 요청을 정기국회가 시작하는 9월 이후에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9월에 비준안이 정기국회에 제출되더라도 12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치권이 비준동의안 처리에 협조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실제 처리 시점은 내년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체적인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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