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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특별보고관, '한국 내 이주노동자 인권개선 기대'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 20일 호르헤 부스타만테 이주자 인권 특별보고관으로 부터 한국 내 이주자들의 인권상황에 대한 보고를 들었습니다. 부스타만테 보고관은 이 자리에서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과, 한국 내 이주 노동자의 인권침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VOA 손지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부스타만테 특별보고관은 한국의 이주자 문제와 관련해 “국제결혼이 특히 주목된다”고 말했습니다. 요즘 국내에서 신부감을 찾지 못한 한국 남성들이 결혼 알선업체를 통해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에서 신부감을 데려오고 있는데 이는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부스타만테 보고관은 지난 12월 한국을 방문해 이주자들의 인권실태에 대해 조사한 후 작성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한국 내 결혼의 13.6%는 국제결혼이었고, 해외 신부들 10명 중 거의 7명은 중국인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부스타만테 보고관은 “한국에서 면담한 일부 이주 여성들은 한국인 남편이 학대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이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얻는 것은 전적으로 남편에게 달려있기 때문에 가정폭력을 참고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많은 이주여성들의 남편이 안정된 직장을 갖고 있지 않다 보니 여성들은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남편을 부양하기 위해 일을 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전했습니다.

부스타만테 보고관은 결혼 2년 후 남편의 지원 하에 할 수 있는 귀화신청의 요건을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위해 완화해 줄 것을 한국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아울러, 이주 여성들이 한국사회에 좀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한국어와 문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부스타만테 보고관은 그러나 한국 내 이주 노동자들의 인권상황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부스타만테 보고관은 “한국에서 새로 도입된 제도에 따라 이주 노동자들이 한국 노동자들과 동등한 지위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은 상당한 진전”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한국 정부가 이주 노동자들이 합법적으로 노동조합을 조직하도록 허용할 수도 있다고 내비친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부스타만테 보고관은 “한국 정부가 이주 노동자들의 노동권리를 보호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 기대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문제가 돼온 ‘산업연수생 제도’를 올해 1월 폐지하고 ‘고용허가제’로 전환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주 노동자들의 지위가 향상되고 고용절차가 투명해졌다고 보고서는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들은 재계약을 위해 고용주의 눈치를 살피느라 근로환경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을 침해한 모든 고용주를 신속히 사법처리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또한, ‘모든 이주노동자와 가족 구성원의 권리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을 비준할 것도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제네바주재 한국대표부의 장동희 차석대사는 이 협약의 비준은 아직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 협약이 요구하는 사항하고 우리 국내 현실하고 아직 괴리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우리가 해외 이주 노동자 문제에 직면하게 된 게 얼마 안되고 – 15년, 20년 밖에 안됐는데 – 일단은 우리 정부에서는 장기적으로는 협약비준을 위해서 하되 괴리 현상을 줄이는데 치중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장 대사는 또 부스타만테 보고관의 보고서에는 몇 가지 아쉬운 점들이 있었다면서, 이 점을 인권이사회 회의에서도 제기했다고 말했습니다.

“지적사항이 반드시 다 옳은 것 만은 아니고 우리 정부가 상당히 노력을 하고 있는 데 노력에 대한 평가를 좀 덜해준 면도 있고 그래서 제가 몇 가지 이야기를 하고 진행을 하고 그랬습니다.”

장 대사는 보고서는 특히 한국 정부가 외국인 신부들의 사회적응을 위해 한국어 강좌와 문화.전통에 관한 교육을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점을 간과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이미 폐지된 ‘산업연수생 제도’의 문제점들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이 제도가 아직도 시행되고 있는 것처럼 잘못 비쳐졌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부스타만테 보고관은 이번에 개발국가와 저개발국가 내 이주자들의 인권실태를 비교해 보기 위해 한국과 인도네시아를 택해 방문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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