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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에 입대한 미군탈영 한국 국적자 - 법적처리 어떻게 되나?


내일, 17일로 이라크전쟁 4주년을 맞게 되면서 워싱턴 등 미국 전역의 주요 도시들에서는 대규모 반전시위가 열릴 예정입니다. 이런 가운데, 이라크 파병을 회피하기 위해 미군을 탈영해 한국군에 입대한 한국 국적을 가진 한 병사의 신병처리 문제를 놓고 한미 군사당국이 부심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3년 이라크전쟁 개전 이래 탈영한 미군 병사의 수는 최소한 8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14일 주한미군 수사당국이 미군 복무 중 서울을 방문해 한국군에 입대한 한국 국적의 한 병사를 이라크전쟁을 회피하기 위해 탈영한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습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국 육군 전방사단에 근무 중인 김모 이병이 지난 8일 주한 미8군 수사당국에 긴급체포된 이후 한미 군사당국 간 협의를 통해 일단 한국군에 신병이 인도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국방부와 주한미군에 따르면 미국 영주권자인 김 이병은 미국 시민권을 받기 위해 지난 2003년 ‘3년 복무와 이라크 파병’을 조건으로 미군에 입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김 이병은 2년 간 운전병 등으로 군복무를 했으나, 지난 2005년 11월 아버지가 폐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미군으로부터 휴가를 받아 한국으로 돌아간 이후 부대로 복귀하지 않았습니다.

김 이병은 해외영주권자라도 35살 이하의 남성은 한국에 6개월 이상 체류할 경우 군에 입대하도록 돼 있는 한국 병역법 규정에 따라 2006년 11월 병무청의 입영통지를 받고 한국군에 입대했습니다. 하지만 미군은 2005년 당시 김 이병이 부대로 복귀하지 않은 이유를 이라크 파병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하고 그를 수배해 왔다가, 김 이병이 자신의 탈영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주한미군 부대를 찾았던 지난 8일 긴급체포했습니다.

체포된 김 이병은 미군 당국에 의해 며칠 후 미국으로 송환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김 이병이 체포된 사실을 안 한국군이 그가 한국 국적임을 주장해 주한미군으로부터 신병을 인도받은 상태입니다. 현재 한국군의 조사를 받고 있는 김 이병은 미군측에 신병이 넘겨질 경우 미 군법에 따라 미국에서 징계를 받은 후 다시 복무를 하거나 전역 조치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군이면서 동시에 미군 탈영병인 김 이병의 신병처리 문제는 지금까지 전례가 없었고 국제법적으로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어, 양국 간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그 처리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한편 이달로 이라크전이 4년째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지원병들로 충원되는 미군의 탈영병 수가 최소한 8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의 일간지 `USA투데이'는 이라크전쟁이 시작된 2003년 가을 이래 육군 4천3백87명, 해군 3천4백54명, 공군 82명이 탈영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최근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또 해병대의 경우 정확한 집계를 내놓고 있지 않지만 지난해 9월 현재 ‘탈영상태’에 있는 병사가 1천4백55명에 이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러한 수치는 전쟁이 시작된 2003년 3월 부터 같은 해 9월까지의 집계는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실제 탈영병의 수는 1만명 가까이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신문은 탈영병의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이라크전쟁이 베트남전쟁처럼 ‘이길수 없는 전쟁’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처럼 미군 탈영병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전 4주년을 맞아 내일 17일, 미국 전역에서는 대규모 반전집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시위 참가자들은 이미 지난 14일 부터 미국 국회의사당 앞에 대형 텐트를 치는 등 대규모 반전시위를 준비해왔습니다.

반전 운동가들은 올해부터 민주당이 주도하는 새 의회가 3천2백명 이상의 전사자와 수 만명의 이라크 민간인 사망자를 낸 이라크전쟁을 종결하도록 압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전에 비해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또 최근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부분 미국인들은 이라크 침공은 실수이며, 미국 정부가 미군의 이라크 철수의 구체적인 시한을 정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이라크전에 대한 지지가 급속도로 추락하고 있습니다. 17일 열리는 시위에 참가하는 한 반전단체의 대변인은 미 국방부 본부로 행진하기 위해 내일, 전국 1백50개 도시에서 수만명이 워싱턴에 집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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