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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언 전 장관 ‘한미 작통권 논의 정치적 결정 배제해야’


윌리엄 코언 전 미국 국방장관은 한-미 양국간의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논의와 관련해서, 정치적 영향을 배제하지 못하면 많은 희생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클린턴 전 미 행정부 시절 국방부를 이끈 코언 전 장관은 21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 인터뷰에서 한미 동맹관계를 설명하면서 이같이 경고했습니다.

코언 전 장관은 북 핵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만족할만한 국제 감시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2.13 공동성명 이행의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김근삼 기자가 코언 전 장관을 인터뷰했습니다.

문: 한-미 양국 국방부 장관 회담이 이번주 워싱턴에서 열립니다.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문제는 양국간 주요 현안 중 하나인데요,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십니까?

답: 전시작통권 이양은 전적으로 한국 국민과 정부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평시에는 통제권을 나눠 갖는 것이 가능하지만, 전시에는 명령체계의 통일성이 가장 많이 요구된다는 것입니다.

현재 한국과 미국이 각각 지상군과 공군 통제권을 나눠 갖는 방안이 논의되는 줄 압니다. 하지만 실제 전쟁이 일어났을 때, 두 명령체계 사이에 원만한 통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재앙적 상황을 맞게 될 것입니다. 전시작통권 이양 문제가 논의돼야 하기는 하지만, 통제권을 나눠갖는 부분은 매우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합니다.

문: 미국 국방장관으로서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전시작통권 이양 시기로 언제가 가장 적합하다고 보십니까?

답: 이양 시기는 오랜기간 동안 많은 훈련, 많은 협의를 거친 후에야 결정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 결정 사항이 되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전시 작전 계획을 수립할 때 정치는 최대한 배제해야 합니다. 군사적 관점에서 합당하다고 판단됐을 때는 이양을 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안해야 합니다. 만약 정치적 의도로 결정을 내렸을 때는 효율과 생산성은 물론이고 많은 인명이 희생될 수 있습니다.

문: 그렇다면 협의 시작부터 이양 시기를 정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이시군요?

답: 그렇습니다. 먼저 논의를 통해 얼마나 긴 훈련 기간이 필요하고 또 양국 간의 책임은 어떻게 나눌지 충분히 검토가 이뤄진 후에 이양 시기를 정해야 합니다.

문: 북 핵 문제로 넘어가 보지요. 지난주 베이징에서 이뤄진 2.13 공동합의에 대해 미국 정가에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모두 대두되고 있습니다.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십니까?

답: 낙관적인 쪽에 가깝지만, 비관적인 부분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임시적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합의를 통해 획기적인 진전을 이뤘다는 점에서 낙관적입니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북 핵 문제를 일시적으로만 해결할 수 있고, 또 어떤 핵 감시 체계가 마련되느냐가 관건으로 남았습니다.

북한이 합의 내용을 이행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정확한 감시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미국도 합의 내용을 이행하는 데 주저할 것입니다. 북한은 클린턴 정부 당시 핵협정을 맺고 기만함으로써 미국을 실망시킨 적이 있습니다.

과거 레이건 전 대통령은 “먼저 믿고, 그 다음에 진실인지를 확인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2.13 합의에 있어서 미국은 먼저 확인한 후에야 신뢰할 것입니다.

문: 현 부시 정부의 북 핵 문제 해결 의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답: 북 핵 협상관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확신을 주는 인물이고,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도 어느 때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과거보다 더 낙관적이라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단, 부시 대통령은 북 핵 문제를 해결할 실질적 기회가 왔다는 판단이 서지 않으면, 이번 합의를 통한 문제 해결에 전념하지 않을 것입니다.

문: 한국에는 북한의 핵이 직접적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정서도 있습니다. 북한 핵이 한국에도 직접적 위협이 된다고 보십니까?

답: 북 핵은 한국을 포함한 모든 주변 국가에 직접적 위협이 됩니다. 북한이 핵 실험을 계속하고 핵 비축량을 확대하면, 일본도 결국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핵 보유국이 돼야 한다는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 주변 안정을 헤치고, 북한은 물론이고 한국과 중국 주민들의 삶을 불안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북한의 의도만을 본 편협한 시각이 아니라, 북한 핵을 통해 한반도는 물론이고 전세계 안정을 헤친다는 관점에서, 한국에도 직접적 위협이 됩니다. 왜 북 핵 6자회담이 성사됐겠습니까? 북한 주변국들이 북 핵으로 인한 이런 연쇄작용에 대해 우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 한-미 동맹관계가 어느 때보다 약하다는 우려가 양국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현 한-미 동맹관계에 대해서 평가하십니까?

답: 현 한-미 동맹관계는 과거에 비해 약하고, 또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6자 회담이 초기에 성공을 거두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협상에 있어서 당사국들이 하나의 강력한 입장을 견지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입장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한-미 관계가 여전히 강하지만 예전만큼은 못하다는 것은 불행한 요소입니다.

문: 한-미 동맹관계의 문제는 어디에 있고, 또 어떻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답: 지난 몇 년 동안 한국 젊은 세대들의 인식에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과거 남북한 간의 갈등에 익숙하지 않고, 이 갈등 과정에서 미국이 한 희생에 대해서도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들은 많은 미군의 한국 주둔에 대해서도 동맹이나 안보분담보다는 점령이라는 관점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북한의 위협도 다른 관점으로 보고, 군사력이 배제된 채 외교만으로 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젊은 세대의 인식 변화가 한-미 동맹관계 변화의 주된 이유라고 봅니다.

하지만 미국이 자국민의 세금으로 한반도 주변에 군대를 주둔시킴으로써 주변 지역에 안정을 가져왔고, 이는 개발과 번영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한-미 관계는 다양한 분야와 계층의 교류 확대를 통해 공고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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