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경제가 시장경제 체제로 빨리 전환하도록 하려면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채찍과 함께 당근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북한 경제전문가인 브래들리 밥슨 (Bradley Babson) 세계은행 전 부총재는 21일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에서 열린 강연에서, 현재 군부에 집중돼 있는 북한의 자원은 경제적으로 보다 효율적인 용도에 배분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손지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브래들리 밥슨 전 세계은행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총재는 북한경제가 발전하려면 대북한 제재와 경제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경제 전문가인 밥슨 전 부총재는 이날 강연에서 북한의 자원은 군부에 집중되기 보다는 국제사회의 제재에 의해 경제적으로 보다 효율적인 용도에 배분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북한이 경제개혁과 투자정책을 추진하도록 국제사회의 지원도 있어야 한다고 밥슨 전 부총재는 말했습니다. 대북한 제재와 지원이 동시에 진행되면 북한은 그만큼 더 빨리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밥슨 전 부총재는 또 북한이 만일 경제를 개방하게 되면 한국처럼 수출에 주력하는 외부지향적 경제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큰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보다 훨씬 더 큰 대외무역 관계를 맺어 해외에서 자원을 들여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원을 확보하면 북한주민들의 생활수준도 향상되고 경제성장을 이루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경제난으로 가뜩이나 허덕이고 있는 북한은 지난해 10월 핵실험 이후 유엔의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밥슨 전 부총재는 유엔의 제재는 북한의 군 관련 계획을 규제함으로써 경제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군과 관련된 생산요소들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도록 유인책을 마련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북한 군 노동자들이 사회기반시설 구축이나 재건 사업들에 전환배치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제재가 갖는 부정적인 영향도 있습니다. 북한이 상업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품목이 군사적 용도로도 사용될 수 있으면 제재 대상이기 때문에 발전이 불가능합니다.
북한은 유엔 외에 미국으로부터도 금융제재도 받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2005년 9월, 북한이 돈세탁과 달러화 위조지폐 제조 등 불법 금융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있는 북한 계좌들을 동결한 바 있습니다.
밥슨 전 부총재는 미국의 금융제재는 북한의 군부와 지식인층인 엘리트 집단에 피해를 입혔지만 전반적인 경제에는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외화는 북한의 군 계획과 지식인 계층의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데 주로 사용될 뿐 경제의 버팀목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밥슨 전 부총재는 북한과 주요 교역상대국들인 한국, 중국 사이의 교역은 은행이 아닌 직접지불제, 현금, 물품들로 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의 대외 무역성장과 투자 관계는 방코델타아시아와 같은 은행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밥슨 전 부총재는 미국의 금융제재로 인해 북한의 외화관리 체제가 무너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이뤄진 북 핵 합의에 관해, 밥슨 전 부총재는 북한은 과거에 비해 손해보는 장사를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밥슨 전 부총재는 지난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는 중유와 경수로를 지원하는 등, 북한에 드는 비용이 기본적으로 50억 달러에 무기한적으로 매년 1억 달러 정도였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비해, 이번 합의에 따라 북한에 중유를 제공하는 비용은 약4억 달러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밥슨 전 부총재는 중요한 것은 북한의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 4억 달러의 보상금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이번 합의는 북한에 대한 정치적 보상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밥슨 전 부총재는 북한이 이번에 핵 문제에 합의한 것은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돈이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이기 때문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세계은행에서26년 간 근무한 경제전문가인 밥슨 전 부총재는 지난 1998년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 북한 중앙은행 총재가 자신에게 거시경제와 미시경제의 차이점을 설명해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북한 관리들의 경제. 금융 분야 전문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