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새해들어 남한의 대통령 선거 개입 의사를 밝힌 이후 남한 내 일부 시민사회단체 홈페이지에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부자와 ‘선군정치’를 비롯한 북한체제를 찬양하는 글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한국의 동아일보가 보도했습니다. 서울의 김세원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문: 한국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이 8일 공개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1월24일 현재 12개 시민사회단체 홈페이지에 김일성 부자를 찬양하는 회고록 등 노골적으로 북한을 찬양하는 문서가 3천9건 이라고 하더군요.
답:네, 한국 경찰청이 분석한 바에 의하면 북한을 찬양하고 한국의 보수단체와 미국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글이 지난해 12월25일부터 올해 1월24일까지 평상시보다 4배 많은 430건이었습니다.
평소에는 인터넷 사이트 당 월 평균 1백건 내외라고 합니다.
이를 단체별로 보면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사이트에 7백31건으로 가장 많았고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5백60건, 조국통일 범민족 청년학생연합 남측본부 3백59건, 전국민중 연대와 한국청년단체협의회가 각각 2백82건이었습니다.
문: 한국 경찰청이 친북 관련 불법게시물로 규정하고 있는 글들의 내용은 대개 어떤 것들입니까?
답: 경찰이 조사대상으로 삼은 글은 일반적으로 북한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호감을 나타내는 정도가 아니라,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사상과 업적을 전파하고 대남 혁명투쟁을 선동하는 내용이어서 국가보안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내용들입니다.
예를 들면, 반제민전 중앙위원회 명의로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홈페이지에 지난 1월 18일 올려진 ‘21세기의 태양이신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께’ 라는 제목의 글에는 “지난해 10월9일 이북에서 진행된 성공적 핵실험은 세계사적 사변이며, 민족사의 대경사로서 위대한 선군정치가 안아온 가장 빛나는 특대 업적이었습니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지난 1월27일 범청학련 남측본부 홈페이지에 올려진 글에는 “북의 자위적 전쟁억지력은 우리 민족의 자랑이고 존엄이고 영예”라며 “선군 덕이 있어 이 땅에서 반세기 이상 평화가 유지되고, 6.15 공동선언이 태어날 수 있었으며 금강산 관광길도 개성공단 건설도 있는 것”이라며 선군정치를 옹호하고 있습니다.
문: 이처럼 새해들어 친북 관련 글들이 급증하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시기적으로 북측에서 남한의 대통령 선거 개입 의사를 밝힌 것과 무관하지 않겠군요.
답: 그렇습니다. 친북 관련 글들 중에는 대선을 앞두고 ‘반 한나라당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반 야당세력의 결집을 촉구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남한의 대통령선거에 대한 북한과 그 추종세력의 사이버 선거전은 이미 시작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글들이 누리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청소년도 많이 접속하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려질 경우, 이념적 사리판단을 할 수 없는 청소년들이 무방비로 노출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앞으로 2월 16일 김정일 위원장 생일, 4월15일 김일성 주석의 95돌 생일 기념행사와 맞물리면서 친북 관련 글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문: 이런 글은 어떤 경로를 통해 한국 시민사회단체의 홈페이지에 올라가게 됩니까?
답: 북한을 찬양하는 글들의 대부분은 북한의 대남공작기구인 ‘통일전선부’ 소속 대남혁명 전위대로 알려진 ‘반제민족민주전선’의 홈페이지인 ‘구국전선’에 올려진 글들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구국전선의 홈페이지에서 이를 퍼다가 미국 일본 등 해외 서버를 이용해 남측의 포털이나 시민사회단체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구국전선의 글을 옮겨다가 한국 사이트에 퍼뜨릴 때 PC방 같은 다중 이용시설을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컴퓨터 인터넷 주소(IP)를 추적하더라도 누가 올렸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시민사회단체 홈페이지에 친북 관련 게시물을 올린 사람의 IP를 추적하려면 홈페이지 관리운영자의 협조가 필요한데 대부분의 단체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문: 경찰이 친북성향의 글이 많이 올라있는 것으로 확인한 12개 시민사회단체는 어떤 성격의 단체들입니까?
답: 이 단체들은 지난해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 후에도 북한이 아니라 미국을 비난했고 주한 미군 철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반대, 을지포커스렌즈 연습 반대 등 북한과 거의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친북 관련 게시물이 올라있는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는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 발표를 기념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로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과 주한미군철수 운동본부 등이 소속돼 있습니다. 두 번째로 많은 친북 관련 글들이 올라 있는 한국청년단체협의회는 2004년 법원으로부터 이적단체로 판결을 받은 단체입니다.
문: 만일 한국 경찰이 각종 사이트에서 노골적으로 북한을 찬양하는 글을 발견했다면 그 사이트를 차단하거나 해당 글을 삭제하면 되지 않습니까?
답: 그게 그렇게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경찰이 국가보안법에 위배될 만한 글들을 골라 정보통신부에 삭제 요청을 하면 정통부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를 열어 삭제 요청 여부를 결정해 해당 홈페이지 관리자에게 시정 요구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강제성이 없어 해당 단체들이 삭제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국 경찰청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경찰이 정보통신부에 친북 관련 게시물 3889건에 대해 삭제 요청을 했지만 포털 사이트에 올려진 1400여 건만 삭제됐을 뿐 시민사회단체 사이트에 올려진 글은 거의 삭제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한국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 개정안’이 7월 발효되면 친북 관련 글 삭제가 다소 쉬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정보통신부 장관이 홈페이지 운영자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소지가 있는 글의 삭제를 명령할 수 있는 조항이 신설됐기 때문입니다.
한국 경찰은 또 2004년부터 최근까지 인터넷에 친북 관련 글을 올린 혐의로 9명을 검거해 3명을 구속했는데 대부분 학생운동권 출신들이라고 합니다. 경찰은 이들이 친북관련 글을 올린 경위나 배경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