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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국군포로 가족,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송


지난해 북한을 탈출해 중국선양 주재 한국 총영사관의 주선으로 인근 민박집에 머물고 있던 국군포로 가족 9명이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송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번 일은 지난해 말 31년만에 북한을 탈출해 최근 한국에 귀환한 납북 어부 최욱일 씨가 선양의 한국 총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했다 박대당했던 사건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공개된 것으로 한국 여론의 호된 비판을 사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해외주재 공관의 동포들이나 탈북자, 또는 납북자 보호업무 수행에 근본적으로 큰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번 일과 관련한 정부의 미온적이고 서툰 일처리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외교통상부는 18일 성명을 통해 “국군포로 가족들의 귀국이 실현되지 못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히고 “정부는 이번 일을 교훈으로 삼아 관련국 정부와의 협조 하에 앞으로 국군포로와 가족의 보다 안전한 귀국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베이징의 온기홍 통신원을 연결해 좀더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 국군포로 가족들이 어떻게 북송됐습니까?

답: 이들은 지난해 탈북한 뒤 중국 랴오닝성 선양 소재 한국총영사관 소속 직원 2명이 주선한 민박집에 머물다 중국 공안에 체포됐습니다.

10월 20일경 이 같은 소식을 전해 들은 한국내 가족들이 한국 외교통상부 등에 석방을 도와줄 것을 탄원했지만, 10월 말 모두 북송돼 대부분 수용소로 보내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문 : 이들이 언제 북한을 탈출해서, 중국으로 넘어온 뒤 어떻게 한국 영사관 측에 인도됐나요?

답: 지난해 7~8월 국군포로 세 명의 가족 9명은 중국으로의 탈출에 성공했는데요,

이들은 북-중 국경지역에서 중국 선양까지 이동해 20~50일 가량 숨어 지내다 한국에 살고 있는 가족과 인척들의 도움으로 지난해 10월 11일 선양 총영사관 측에 인도됐습니다.

두 명의 한국총영사관 직원은 이들을 민박집에 머물도록 했고, 한국에서 온 가족들은 "서울에서 보자"고 인사를 한 뒤 귀국했습니다.

그러나 다음날 중국 공안이 이 민박집에 출동해 9명 모두를 체포했고, 이들은 선양 공안국과 단둥 공안국에서 조사를 받은 뒤 지난해 10월 말 북한으로 압송됐습니다.

문 : 이번에 북송된 국군포로 3명의 가족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요?

답: 국군포로 가족은 당초 9명으로 알려졌는데요, 탈북자들이 머물렀던 선양 민박집 주인이 밝힌 바에 따르면, 민박집에 찾아온 탈북자는 78세의 국군포로 할아버지 1명과 국군포로의 아내라고 신분을 밝힌 65세 전후의 할머니 1명과 9세 손녀, 국군포로 자녀라고 밝힌 20대 남자 1명과 30대 여성 2명 등 총 7명이었습니다.

이 국군포로 할아버지는 한국 경상도 칠곡 출신으로 북한을 탈출해 중국 칭다오에서 머물다 다른 국군포로 가족과 합류해 선양에 도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민박집 주인은 밝혔습니다.

한편 이 가족들의 아버지 또는 할아버지인 국군포로 세 명 중 두 명은 북한에서 이미 숨졌고, 한 명은 지난해 북한 탈출에 성공해 2006년 초 한국에 귀환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 :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지난해 9월 국군포로 등 탈북자 7명은 무사히 한국에 들어 왔다고 밝혔다면서요?

답: 오늘 한국 정부측은, 국군포로 가족 9명이 지난 10월 북송되기 전 중국 선양 에서 공안에 연행됐던 국군포로 및 국군포로 가족 6명 등 7명은 외교 교섭을 통해 무사히 한국으로 갔다고 한국 당국이 오늘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당국은, 지난 9월 11일 선양의 한 민박집에서 공안에 연행된 국군포로 출신 1명과 다른 국군포로들의 가족 6명은 중국 정부와 협상을 거쳐 한국행을 성사시켰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문 : 한국총영사관이 탈북한 국군포로 가족들을 총영사관내 등 안전지역으로 인도하지 않고, 민가에 투숙시킨 이유는 뭔가요?

답: 북한을 이탈한 주민들은 중국에 들어오면 은신처에서 숨어 지내다 기회를 틈타 한국 영사관이나 다른 나라 영사관으로 진입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탈북자들의 영사관 진입이 늘면서 중국 공안은 각국의 영사시설들에 대한 감시와 경비를 증강해 최근에는 영사관 진입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에 탈출한 국군포로 가족들도 선양 총영사관 직원들의 보호아래 있었지만 곧바로 영사관으로 들어 올 수는 없었습니다.

국군포로 본인이 아닌 이상 가족들은 모두 '북한 국적자'이므로 원칙적으로 출입국 관련법을 위반한 탈북자 취급을 받기 때문에 한국영사관 측이 중국 정부의 협조 없이 이들의 신병을 일방적으로 영사관으로 안내할 경우, '납치행위'에 해당돼 외교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있다는 게 한국 당국의 설명입니다.

이에 따라 국군포로나 납북자를 영사관내 안전지역으로 옮기기 전에 중국정부와 협의가 완료될 때까지는 민박집 등을 자주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문 : 국군포로 가족들이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한에 송환되기 전까지, 한국 정부에서는 어떤 조치를 취했나요?

답: 국군포로 가족들이 선양의 민박집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된 이후, 북한 접경도시인 단둥에 있는 탈북자 수용시설로 옮겨진 뒤, 한국에서는 국방부 대령급을 단장으로 하는 대책반이 단둥을 방문하기도 했지만 이들의 북송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외교당국은, 국군포로나 납북자의 경우 엄밀하게 말해 북한 주민의 신분이어서 이들을 한국공관으로 진입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었고, 중국과의 처리 과정에 착오가 생겨 이들의 귀국이 실현되지 못하고 결국 북송되고 말았다고 해명했습니다.

문 : 국군포로 본인 및 그 직계 가족이 탈북할 경우, 한국과 중국 당국은 이들의 한국행에 협조한다는 양해사항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답: 네. 국군포로 본인 및 그 직계 가족이 탈북할 경우, 일반 탈북자에 우선해 한국행에 협조한다는 게 한중 양국 사이의 외교적 양해사항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번에 중국 정부가 북송이라는 강수를 택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아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영사관 측은 "양국 사이의 외교 사안이라 설명하기가 복잡한 문제"라며 언급을 극구 피하고 있습니다.

문 : 중국 선양에서 국군포로 가족들이 머물렀다는 민박집 주인은 탈북자들이 체류한 나흘 동안 한국총영사관에서 한 번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답: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한으로 강제 송환된 국군포로 가족들이 투숙했던 민박집의 주인은 "국군포로 가족을 나흘간 데리고 있었지만 영사관에서 먼저 연락을 해온 적은 없었다"고 밝힌 것으로 보도를 통해 전해졌습니다.

선양 한국총영사관 부근에 위치해 있는 해당 민박집의 주인은, 그 동안 공안이 두 번이나 민박집을 찾아왔고 그때마다 한국영사관에 알려줬지만 영사관으로부터 다시 연락이 온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민박집 주인이 공개한 숙박 장부에는 한국영사관 직원 김 모씨가 이들 국군포로 가족을 데리고 민박집을 찾아온 시점은 애초 알려진 작년 10월이 아니라 9월7일로 기록돼 있는데요, 당시 한국영사관 직원은 "하루만 재워 달라. 다음날 오전 10시쯤 데리러 오겠다"며 숙박비 350위안(한국돈 약4만1000원)을 내고 떠난 뒤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는 게 민박집 주인의 설명입니다.

문 : 해당 민박집 주인이 탈북자들을 중국 공안에 신고해 체포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민박집 주인은 이를 부인했다면서요?

답: 민박집 주인은, 탈북자들이 머무른 지 사흘째 되는 날 갑자기 중국 공안국에서 전화를 걸어 주소를 물은 뒤 경찰 2명이 찾아와 투숙 경위를 캐묻고 떠났으며, 그 다음날 차량 2대가 와서 탈북자들을 모두 연행해갔다고 설명했습니다.

문: 그 과정에서 민박집 주인은 한국영사관 측에 연락을 하지 않았나요?

답: 민박집 주인은, 경찰이 찾아온 첫 날 탈북자를 데려온 한국영사관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걱정 말라'고 했고, 다음에 다시 전화를 했을 때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는데요, 민박집 주인은, 탈북자들이 공안에 연행된 4일째에도 숙박비 정산 문제 때문에 다시 한국영사관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해당 직원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영사관 여직원과 간신히 통화가 이뤄졌지만 별다른 대꾸도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일 때문에 구류를 살고 벌금을 낼 뻔 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문: 이에 대해, 당시 탈북자를 민박집에 투숙시켰던 영사관 직원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요?

답: 당시 국군포로 가족들을 민박집에 투숙시켰던 한국총영사관 직원 김 모씨는 "위에서 지시한 대로만 했을 뿐"이라며 "공안이 어떻게 민박집을 알고 찾아갔는지는 모른다"고 해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문: 중국 선양 주재 한국총영사관의 현지 분위기는 어떤가요?

답: 납북어부 최욱일씨의 구조요청 전화를 불친절하게 응대한 사건으로 새해 벽두부터 홍역을 치렀던 중국 선양 주재 한국총영사관은 지난해 10월 공관측에서 신병을 확보한 국군포로 가족 9명이 공안에 체포돼 북송된 사실까지 공개되자 오늘 할 말을 잊은 분위기였습니다.

한마디로 완전히 초상집 분위기로 사기가 말이 아닌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선양 한국총영사관은 그간 납북자와 국군포로 가족의 경우 공관 밖의 안전한 장소에 보호하면서 한국행 교섭 절차를 벌인 전례가 없지는 않았지만, 이번에 중국 공안에 체포된 후 이들의 북송을 막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뾰족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문 : 탈북자들이 민박집에 머무르고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송된 것에 대해, 선양 한국총영사관은 어떤 입장을 밝히고 있나요?

답: 중국 선양에 있는 한국총영사관 박진웅 부총영사는 오늘 VOA와 전화통화에서 "구체적 사항을 대외적으로 밝히기 어렵다"면서 상세한 언급을 극구 피했습니다.

문 : 외교부가 선양 한국총영사관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업무환경이 열악한 점을 지적했는데요, 선양 한국총영사관 인력과 시설현황에 관한 언급도 있었습니까?

답: 선양 한국총영사관 박진웅 부총영사는 "업무가 늘어나고 있지만 직원 수가 적어 과도한 업무 부담이 있다”면서 “최근 한국 외교부에서 조사단이 다녀갔기 때문에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문 : 앞서, 중국 선양 한국총영사관은, 지난 16일 한국에 입국한 납북어부 최욱일씨에 대한 영사관 직원의 ‘전화박대’ 사건으로 징계 조치를 받기도 했었죠?

답: 네. 납북 31년 만에 최욱일씨가 지난 16일 무사히 한국에 입국하긴 했지만, 선양 한국총영사관은 지난해 12월 탈북해 도움을 요청했을 때 무성의하게 대처한 것이 알려졌고, 이달 11일 외교부 등에서 파견된 감사반의 호된 질책을 받았는데요, 감사결과, 기관경고와 함께 담당 영사는 징계를, 그리고 전화를 받았던 임시 계약직 행정원 1명은 면직 처분을 받았습니다.

문 : 이런 가운데 송민순 한국 외교통상부 장관이 오는 25일 중국을 방문해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갖는다는 소식이 있는데요, 이번 회담에서 탈북자, 납북자 등의 처리문제도 협의될 예정인가요?

답: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오는 25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중국을 공식 방문해, 리자오싱 외교부장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가질 예정인데요,

이번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국군포로, 납북자, 탈북자 처리문제와 관련해, 보다 확실하고 안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을 협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울러 송민순 장관은 중국방문 기간에 중국지역 총영사 회의를 열고 영사 서비스 개선과 재외국민 보호 체제 강화방안 등을 협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문 : 현재 북한에 생존해 있는 국군 포로는 얼마나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나요?

답: 한국 정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 생존해 있는 국군포로는 500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 국군포로 70명 정도가 북한을 탈출해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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