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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문학자들, 첫 공동논문집 출간


지난주 서울에서는 남북한 문학자들이 함께 만든 첫 공동논문집이 출간됐습니다. 일제시대의 여류작가인 소설가 강경애 선생의 문학세계에 대한 남북한 학자들의 연구를 담은 ‘강경애, 시대와 문학’ 인데요, 논문집 출간을 담당한 한국의 대산문화재단은 이번 논문집을 통해 북한의 문학연구가 최근 크게 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자세한 소식 도성민 통신원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문: 남북한 학자들의 공동논문집이 나왔네요. 분단 이후 처음으로 출간된 공동논문집…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학술적으로도 큰 평가를 받고 있다구요?

답: 그렇습니다. 남-북으로 갈라지면서 순수 예술 분야라고 할 수 있는 문학부문도 한국 문학-북한문학으로 나눠져 연구, 평가되고 있었는데요, 이번 공동논문집 출간으로 남-북 문학자들이 하나의 주제에 대해 함께 연구하고, 공동의 결과물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북한문학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한국의 소장 학자 김재용 교수가 이번 공동논문집의 전체적인 편집을 담당했고 또 중국에서 북한학자들의 논문을 직접 전해받기도 했는데요. 첫 공동논문집의 의미를 들어봤습니다.

(김재용, 문학평론가) “ 615 이후의 남북 화해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실제적으로 학문이라든가 문학연구에 있어서 남북이 새로운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없었는데 ... 이번에 이런 논문집을 남쪽에서 발간함으로써 서로 그런 노력이 실제적으로 이루어졌다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겠지요. ”

문: 남북한의 첫 공동논문집의 주제가 일제시대 여류소설가 ‘강경애 선생’ 이군요?

답: 그렇습니다. 첫 논문집의 주제인 만큼 남-북 분단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분단으로 이질성이 심화된 남-북 문학사의 현실에서 함께 연구하고 논할 수 있는 공통의 분모가 필요했는데요. 분단 이전 가장 최근의 남북 공동의 역사 일제시대 소설가를 선택했습니다.

(김재용, 문학평론가) “ 강경애라는 작가가 작년에 (탄생)100주년을 맞아서.. 우리 한국 근대 작가중에서 100주년을 맞은 작가를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인식이 첫째이구요. 두번째는 남북이 이런 것을 다룬다고 하더라도 일제 시대 작고한 작가를 해야지...분단이후의 남쪽이나 북쪽에 작가가 계속 살고 있었다고 하면 .. 남-북한 서로에게 지금으로서는 상당히 부담이기 때문에 일부러 분단 이전에 작고한 작가를 선택 했던 것입니다. ... 분단 남북 모두에 부담이 없고 그러면서도 남북 화합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작가여서 선정했습니다. ”

문: 여류소설가 강경애 선생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일제 시대 최고의 사실주의 작가라는 평가가 있지요?

답: 그렇습니다. 소설가 강경애(1906~1944)... 1906년 황해도 송화가 고향입니다. 아버지를 일찍 여윈 뒤 힘들고 가난한 유년기를 보냈구요. 학교는 평양 숭의여학교 서울 동덕여학교를 잠시 다니기도 했었습니다.

1931년 잡지 『혜성(彗星)』에 장편소설『어머니와 딸』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장했으며, 1932년 간도(間島숙)로 이주한 후 복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해 단편소설 「부자(父子)」 「채전(菜田)」 「소금」 등을 발표했습니다. 강경애 선생은 일제 강점기의 역경을 딛고 작가로 성장하여 민족적, 계급적, 성적 억압에 고통받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했고, 하층계급 여성의 시선을 넘어서서 당대 여느 작가들이 볼 수 없었던 식민지의 실상을 두루 보아낸 최고의 사실주의 작가로 근대문학사에 자리 잡아 남북 양쪽에서 평가받고 있었습니다.

문: 이번 남북 공동논문집에 남쪽 학자 6명, 북쪽 학자 5명의 논문 총 11편이 실려 있네요. 소설가 강경애 선생의 작품과 개인적인 삶에 대한 고찰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답: 이번 남-북 공동논문집은 지난해 강경애(1906-1944)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대산문화재단, 민족문학작가회의, 민족문학연구소가 작년부터 공동으로 기획해 온 것이었는데요. 북쪽 학자들에 대한 공동작업 의뢰도 함께 진행되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남쪽 학자들은 소설가 강경애 선생에 대한 민중 연대성과 항일 투쟁을 주제로 6편의 연구논문을 게재했고, 북쪽 작가들은 ‘민족 지성인들이 한결같이 평가하는 강경애’를 주제로 한 논문 5편을 실었습니다.

이번 공동논문집에 강경애 선생의 대표작 ‘소금’을 주제로『「소금」 의 ‘붓질 복자’ 복원과 북한 ‘복원’ 본의 비교 』논문을 담은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한만수 교수는 작가의 문학작품을 그대로 인정하는 한국문학과 작품을 평가하고 사회적 의미로 재해석하는 북한의 문학관이 큰 차이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만수, 평론가. 동국대학교 교수) - 한국에서는 개인의 오리지널리티 강조g서 예컨대 강경애가 남기 작품을 강경애가 쓴 작품을 그대로 읽어야 하고...그대로 보존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북한에서 나온 강경애 전집을 보면.. 강경애는 이러이러한 장점이 이런 부분에서 보면 , 따라서 이 작품을 강경애가 남긴 그대로 출판하는 것이 아니라 강경애가 남긴 작품 가운데 미흡한 부분은 아예 전집에서 밝히고 …

문: 그러니까 자본주의 사회는 문학작품을 개인의 소유로 생각하지만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문학작품이 개인의 것일 수는 있어도 그것이 출간됐을 때는 제3자가 현재적 시각에서 손질하는 것이 마땅한 권리라고 생각하는 것이군요.

자, 이런 남북한 문학적 인식의 차이가 있는 반면 이번 공동논문집을 통해 북한의 문학연구가 과거에 비해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는 소식도 있군요?

답: 그렇습니다. 한국의 평론가들은 먼저 이번 논문집을 통해 ... 북한 학자들의 연구가 탈냉전적 시각을 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논문을 쓰면 참고문헌이라는 항목을 기록하게 되어 있는데요. 북한학자들도 이번 논문에서 한국에서 출간된 『강경애 전집』이나 강경애 연구 논문들을 인용하며 참고 문헌란에 기록했다고 합니다. 사실 이것은 과거에는 전혀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재용, 평론가) “기본적으로 북쪽에서 사용한 text(강경애 전집)은 가 남쪽에서 출판된 것입니다. 그런데 남쪽에서 출간된 text를 북쪽에서 연구했다는 것은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지요. 그런 것은 과거 615이전의 냉전시대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그런 것들이 바뀌었다는 점은 대단히 큰 의미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한만수, 동국대 교수) “ 일제시대 작품들은 상당히 상당히 산재되어 있지요. 여기저기.. 그 시기 신문,잡지를 다 모아서 한사람이 접집을 꾸미는 일은 그렇게 쉽지 않은 일이지요. 그런데 강경애 전집의 경우에는 남한에서 이미 매우 충실한 전집이 나와 있구요. 그 전집이 상당히 충실하고 유용하기 때문에 .. 그렇기 때문에 북한에서 사용한 것 같습니다.”

이밖에도 북한의 문학연구가 실증적인 연구자세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도 높게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과거 북한 연구는 김일성 교시를 인용해 연구의 방향과 결론을 잡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런 교시나 강령, 주장 등이 현저히 줄고 실증적 논거로 뒷받침하고자하는 노력을 보이고 있고, 셋째, 한 작가를 포착하는 다양한 시선을 담고 있다는 점인데요. 이번 논문에서도 다섯 명의 학자가 강경애를 바라보는 시각이 서로 달랐다고 합니다.

문: 이번 남북 공동논문집은 사료 보존의 의미도 있다고 들었는데요?

답: 그렇습니다. 일제시대 작품들은 대부분 일본의 사후검열로 작품이 훼손되었던 경우가 많았는데요. 강경애 선생의 작품도 마찬가지였는데요. 한만수 교수는 이번 논문집에서는 붓칠로 훼손된 강경애 선생의 작품을 과학의 힘을 빌어 복원하는 문학사적 사료 보존의 의미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만수, 동국대 교수) “일제의 검열에 의해서 이미 잡지가 나온 다음에 검열 받는 경우에 . 삭제지시를 받은 부분을 붓질로 먹칠을 해 버립니다. 그래서 그동안은 먹칠된 부분에 대해서 어떤 것인지 읽을 수 없다.. 라고만 생각해 왔는데... 저로서는 그것을... 이렇게 과학이 발달했는데..의구심을 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문서검색실 팀과 공동작업을 통해서 그 먹칠 뒤에 원래 인쇄된 글씨가 무엇이었는가..이것을 재구성 해내는데 성공한 것이지요. ”

한국의 평론가들은 북한 문학 연구의 달라진 태도를 들여다 볼 수 있다는데 이번 공동 저작집 출간의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고, 이 남-북 공동논문집 출간을 계기로 남북 문학계와 학계, 출판계 교류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한만수, 동국대 교수) “우리가 항상 체제 안에 있으면 체제 안에서만 사고하게 되는데... 다른 체제에서 같은 대상을 볼 때 어떻게 달리 평가하고 인식하는 가라고 하는 것을... 서로 인식을 나누는 일이라는 것은.. .체제 밖을 우리가 인식하도록 만드는 충격과 인식의 갱신을 주지요...그런 의미에서 남한과 북한 모두 연구자들에게 자기 체제 밖에 있는 사람들이 동일한 대상을 어떻게 달리 보는가...라고 하는 것을 서로에게 새로운 인식을 전달해 주는 것은 .. 매우 중요한 학술적인 의미가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

한편, 이번 남-북한 첫 공동논문집에는 남측에서는 하정일 한만수하상일 홍기돈 서영인 전용호 교수 등 한국 문학계 소장학파들이 주축으로 참여했고, 북측에서는 한중모 김정웅 조웅철 김일수 등 사회과학원 문학연구소의 연구원과 조선대 조향숙 교수 등이 필자로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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