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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 성공은 '이행'이 관건


지난 달 9일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하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를 규탄하는 대북제재 결의 1718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하지만 유엔 회원국들은 결의안 이행 방법을 둘러싸고 아직도 적지않은 이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20일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 문제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대북제재 성공 여부는 이행에 달려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국가간의 긴밀한 협조를 통한 이행 감시 등 다각적인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유미정 기자의 취재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오랫동안 여러가지 방법과 계획을 통해 국제사회의 규범을 어기는 국가들에게 정치, 경제적 제재조치를 가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들 조치 가운데 상당수는 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북한이 지난 7월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이어 10월 9일 핵실험을 실시하자 유엔 안보리는 이를 규탄하는 대북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20일 이곳 워싱톤에 소재한 한국경제연구소가 주최한 “제재와 북한 (Sanctions and The DPRK)”이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는 제재조치에 대한 역사적인 고찰과 북한의 핵무기 개발 종식을 위한 대북제재가 성공을 거두기 위한 조건에 관해 심도있는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이날 세미나에서 워싱턴 소재 `군축협회 ’의 폴 커(Paul Kerr) 선임연구원은 안보리의 대북제재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 국제사회는 북한이 결의안을 따르는 데 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커 연구원은 과거 제재의 선례 가운데 대 이라크와 리비아 제재를 통해 이같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커 연구원은 1990년대 이라크 전쟁 이후 사담 후세인은 이라크가 아무리 국제사회의 요구를 따르더라도 이라크에 대한 제재가 해제되지 않을 것임을 확신했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요구를 따르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반대로 리비아의 경우는 1998년 유엔 안보리가 프랑스 여객기 폭탄테러 조사에 리비아가 협조하면 제재조치를 중단하겠다고 약속했고 리비아가 이를 따르자 후에 리비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했다고 커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하지만 커 연구원은 현재 대북결의 1718에는 이같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커 연구원은 또 미국은 양자회담 등을 통해서 제재 대상 국가가 국제사회의 요구를 따르게 될 때 받게 될 혜택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는 이란이나 북한의 경우에 모두 해당하는 것으로, 특히 북한의 경우에는 안보에 대한 보장과 같은 명확한 혜택을 제시해야 제재가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 토론자들은 안보리 대북 제재결의가 잘 고안된 조치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재무부 산하 외국자산통제국 국장을 역임한 리처드 뉴컴(Richard Newcom) 씨는 대북 제재결의안이 강력하고 명확하게 마련된 것이기는 해도 북한이 핵 계획을 재고하도록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뉴컴 씨는 문제는 결의안의 실행과 이행에 있다면서 제재가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정책으로서 정당화되기 위한 중요한 조건들을 지적했습니다.

뉴컴 씨는 제재가 성공적이기 위해서는 제재의 위협이 심각해 보이고 정치적 경제적 비용까지 감수할 결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뉴컴 씨는 대북 제재 1718호의 경우 북한 선박의 해상검색을 포함한 전면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경우 대량살상무기 계획에 사용되는 부품들의 대부분과 사치품의 경우 그 전체를 외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잘 이행되기만 한다면 제재 효과는 상당히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뉴컴 씨는 또 제재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그 자체만이 아니라 외교와 잘 협조된 이행감시 활동 등이 연계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컴 씨는 과거 성공적이었던 다국적 제재 계획들을 살펴보면 국가 간 고위 외교급 이행감시 노력을 통해 참여국들이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정기적인 점검이 이뤄졌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성공 사례로 보스니아와 코르소보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슬라비아 대통령에게 가한 제재를 들었습니다. 뉴컴 씨는 당시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은 고위급 전담그룹을 만들어 선박 검색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감시하는 등 긴밀히 협조했었다고 말했습니다.

뉴컴 씨는 결국 유엔은 제재를 이행하는 단체가 아니므로 제재의 성공은 이해관계를 가진 당사국들 간의 긴밀한 협조와 조율, 그리고 이행 감시활동 등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북한이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BDA로부터 시리아와 같은 타 지역으로 금융활동을 이전할지도 모른다는 질문에 대해 리처드 뉴컴 씨는 미국은 이를 제재할 능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뉴컴 씨는 미국은 북한 은행 계좌의 소재와 특별히 금융 활동 전담반의 협조와 금융정보반과의 정보 공유로 북한 계좌의 이동에 대해 상세히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뉴컴 씨는 북한은 도망가기를 원하지만 숨을 곳이 없으며 미국은 이같은 북한의 시도를 제재할 수단과 정보, 그리고 의지를 모두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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