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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핵 포기시킬 당근 꺼내나?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한국전쟁 정전협정의 종료와 대북 금융제재 해제 등 여러 유인책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지난 주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에이펙 정상회의에서 관련국들이 북한 핵 문제 해결 의지를 재확인 한 것을 계기로 6자회담 재개 준비를 위한 각국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에 관해 좀더 자세히 전해 드리겠습니다.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주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가진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경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정전상태에 있는 한국전쟁의 공식 종료를 선언하는 방안에 대해 깊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20일 기자들에게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자는 얘기가 나왔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미국 백악관의 토니 스노 대변인은 한-미 정상회담 브리핑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미국이 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목록 중에는 한국전쟁의 종료를 선언하고 경제협력과 문화, 교육 등의 분야에서 유대를 강화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 당국자는 경제지원과 안전보장, 평화체제 문제는 실제로 9.19 공동성명 속에 포함돼 있다면서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옮기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스노 대변인의 이같은 발언은 미국이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북한에 대한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여러 방면에서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며, 북한이 체제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일종의 틀이 될 것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이후 줄곧 정전협정 무용론과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해 왔습니다. 한국전쟁은 종전이 아닌 정전 상태로 마무리돼 언제든 전쟁 재개가 가능한 상태로 정리됐기 때문에 북한은 미국으로부터의 체제전복 위협을 항상 느껴왔고 이는 바로 북한이 계속해서 평화체제 전환을 주장해온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지금까지 북한의 태도 변화가 우선이라면서 평화협정 체결에 소극적이었습니다. 그러던 미국이 입장을 바꾼 것은 김정일 정권에 대한 체제보장 수준의 당근이 아니고는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할 방도가 없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 신문은 에이펙 기간 중 미국이 북한에 대해 핵 포기의 대가로 한국전쟁 종전 선언이라는 새로운 유인책을 제시했다며, 모든 것은 북한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부시 대통령이 에이펙 기간 중에 핵무기와 핵기술을 포기할 경우 북한에 제공할 새로운 유인책을 제시했다고 전했습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도 북한이 베트남처럼 미국과 관계개선에 나설 수 있으며 에이펙과 같은 지역공동체에도 합류할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 것으로 이 신문은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미국은 차기 6자회담에서 평화협정 체결 가능성과 함께 금융제재 해제를 당근으로 제시하면서 북한이 영변의 5 메가와트 원자로 폐쇄와 국제원자력기구, IAEA 요원들의 북한 핵 시설들에 대한 활동 재개와 같은 구체적인 핵 포기 조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20일 조만간 재개될 예정인 6자회담과 관련해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세 나라 간에 상당한 의견접근이 이뤄졌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아베 총리는 하노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구체적인 성과를 낼 필요가 있으며 일본과 미국, 한국 세 나라 간에 상당한 의견조율이 이뤄졌다면서 이번 에이펙 정상회의 기간에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의 성과를 강조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북한에 대해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경청해 성실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핵 포기를 거듭 촉구했습니다.

한편 에이펙 정상회의에서 관련국들이 북 핵 문제 해결 의지를 재확인한 것을 계기로 12월에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6자 회담 준비를 위한 각국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2-3주 정도 남은 기간 동안 각국은 성과있는 회담을 위해 치밀한 사전 작업을 벌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6자 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20일 베이징을 방문하고 21일 6자회담 중국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과 만날 예정입니다. 또 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도 조만간 중국이나 러시아 방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함께 한-미-일 세 나라는 북한에 요구할 초기 조치의 내용과 그에 따른 상응조치와 관련해 이번 주 외교채널을 통해 후속 협의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들 세 나라는 지난 15일 하노이 회동을 계기로 긴밀히 공조하기로 다짐했지만 초기 조치의 수위와 관련해 다소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안팎에서는 앞으로 재개될 6자 회담에서 북한의 핵동결 조치에 대해 중유를 공급하도록 돼 있는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 상의 초기 조치 수준만 합의돼도 성공이라고 전망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반면 미국은 2002년 11월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계획 파문 이후 중단됐던 중유 공급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핵시설 동결 뿐 아니라 일부 핵 시설 또는 핵무기를 폐기하는 수준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문제들에 대한 의견조율 작업도 활발히 이뤄질 전망입니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5개국의 의견이 수렴되면 중국이 북한과 접촉해 5개국의 협의 내용을 전달한 뒤 북한측의 의견을 듣게될 것으로 예상되며, 6자회담 재개 날짜도 이 과정에서 확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6자회담은 현재 12월 4일에 시작하는 주나 12월 11일에 시작하는 주 중에 재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11일 시작하는 주에 필리핀에서 아세안 +3 회의가 열리는 점을 감안하면 12월 4일 시작하는 주가 유력해 보인다고 한국 언론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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