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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 = 9c4500>[오늘의 화제]</font> ABC 방송의 9-11 테러 5주년 특집에 클린튼 전 대통령 관리들 발끈


며칠 뒤면 미국을 경악속으로 몰아넣었던 9.11 테러 공격이 발생한지 5주년이 됩니다. 이 때문에 미국 언론들은 앞다퉈서 9.11 테러 관련 특집물들을 내보내고 있고 방송국들의 경우 9월 11일 전후에 맞춰 다큐멘타리나 드라마를 방영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곧 방영될 한 방송사의 특집물을 놓고 클린턴 전 행정부의 많은 전직 관리들이 수정을 요구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되고 있습니다. 어떤 얘기인지 김영권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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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2001년 부쉬 행정부 1기에 발생했던 9.11테러와 그 이전의 클린턴 행정부는 왠지 직접적인 연관은 없을것 같은데, 우선 논란이 되고 있는 텔레비젼 프로그램부터 소개해주시죠?

답: 미국의 대형 공중파 방송가운데 하나인 ABC 방송이 오는 9월 10일과 11일 양일에 걸쳐 무려 6시간에 달하는 9.11 특집 다큐 드라마를 방영할 예정입니다. “The Path to 9/11”<9/11로 가는 길> 이란 제목의 이 영화는 ABC가 지난 2년간 4천만달러, 한국 원화로 4백억원이 넘는 엄청난 액수를 투입해 만든 야심작입니다. 이 작품은 특히 9.11 테러 자체 혹은 주변 이야기들을 그린 다른 영상물과는 달리 9.11 테러가 발생하기까지 여러 정치적 외교적 배경을 뒤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심층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 그런데 클린턴 행정부의 전직 관리들이 이 특집 방송물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이유는 뭔가요?

답: 9/11 테러의 배후 주범이자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두목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암살 시도를 마치 자신들이 묵과한 것처럼 ABC 방송물이 그리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이 다큐드라마에서 본인이 포함된 한 장면은 허위이자 자신을 중상모략하는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샌디 버거 전 국가 안보 보좌관은 이 작품이 자신의 개인적인 행동을 명백히 잘못 전달하고 있다며 분노를 표출했으며 클린턴 전 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냈던 브루스 린드세이 현 클린턴 재단 소장은 미국의 가장 비극적인 소재가운데 하나를 갖고 미국 대중을 비양심적으로 인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클린턴 행정부의 전직 관리들과 민주당 의원등 2만 5천명은 민주당 고위 관리 4명이 작성한 이 항의 서한을 6일 ABC의 모회사인 월트 디즈니의 최고 경영자인 로버트 이거(Robert A. Iger) CEO에게 발송하고 논란의 소지가 있는 장면 삭제와 이 작품의 복사본을 요구했습니다.

문: ABC 측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답: ABC의 모회사인 디즈니는 이들의 요구를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ABC 엔터테인먼드국의 한 관계자는 익명을 통해 이 작품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그린 다큐멘타리가 아니라 허구가 가미된 다큐드라마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이 작품의 일부 주요 장면이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담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9.11 테러 조사 위원회의 보고서에 기초해 제작됐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9/11로 가는길”을 제작 지휘한 마크 플랏(Marc platt) 수석 프로듀서는 이 작품이 비록 복잡한 내용과 실존 인물들을 그리고 있지만 매우 공정하게 다루려고 노력했다고 말했습니다. 플랏씨는 또 작품의 제작 의도는 어느 한쪽에 치우친 평향된 정치적 시각을 다루려는 것이 아니라 9.11 테러가 발생하기까지 일어났던 여러 진실의 과정들가운데 핵심 요소들만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샌디 버거 전 국가안보 보좌관은 이 작품이 실제 이야기를 마치 다른 인상이 풍기도록 새롭게 만들고 있다며 이는 거짓말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클린턴 행정부의 전직 관리들이 말하는 문제의 장면들은 어떤 것들이 포함돼 있는지 좀더 구체적으로 전해주시죠?

답: 예를 들면 1998년 봄에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중앙 정보국 CIA가 오사마 빈 라덴의 거처를 확인하고 이를 일망타진할 준비가 돼있다며 명령을 요청했으나 샌디 버거 국가 안보 보좌관이 자신은 권한이 없다며 이를 거부하는듯한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버거 전 보좌관은 그러나 클린턴 대통령과 자신 모두 빈 라덴에 대한 CIA의 군사 작전 허가 요청를 거부한 전례가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9.11 조사 위원회 보고서는 이 작품이 그리듯이 CIA의 빈 라덴 공격 검토와 아프간 반군의 작전 불참 내용을 밝히고 있으나 이후 조지 테닛 CIA 국장이 이 작전 계획의 실현 가능서이 적다는 이유로 포기를 결심했다고 기재하고 있습니다. 또 1998년 빈 라덴에 대한 미사일 공격 실패와 관련해 이 영화는 울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파키스탄에 경고했다는 장면이 나오지만 울브라이트 장관은 그런 일이 결코 없었다며 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 예닐곱 장면이 사실과는 전혀 다르다고 클린턴 행정부의 전직 관리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문: 그런데 작품 내용말고도 이 특집물이 보수세력에 유리한 방향으로 제작 홍보되고 있다는 설도 나오고 있는데 어떤 얘기인가요?

답: 제작사가 작품의 고증과 현실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외부로 부터 9.11 테러 조사 위원회에 참여했던 위원을 공동 수석 프로듀서로 영입했는데 이 인사가 공화당 출신의 토마스 킨 9.11 테러 조사위원회 위원장이란 점입니다. 그러나 제작사는 9.11 조사 위원회의 민주당 위원은 영입하지 않아 형평성, 균형 차원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것입니다.

그러나 이 작품의 마크 플랏 수석 프로듀서는 자신이 순진하고 고지식했다며 킨 전 위원장만을 영입한 것이 정치적 비난으로 연결될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클린턴 행정부의 전직 관리들은 또한 ABC가 이 작품의 복사본을 보수적인 논평가들에게만 홍보용으로 전달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ABC 측은 그러나 복사본은 이념에 상관없이 다양한 언론 단체와 논평가들에게 보냈다며 워싱턴에서 가진 시사회에도 공화당과 민주당 인사 모두에게 초청장을 보냈다며 음모는 없다고 일축하고 있습니다.

9.11 테러가 발생한지 5년이 지나고 있으나…아직도 미국 정계에서는 잘잘못을 놓고 이렇게 의견들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논란의 이 다큐드라마는 9월10일 일요일과 11일 월요일에 각각 세시간씩 총 여섯시간에 걸쳐 ABC 방송을 통해 방영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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