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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다큐멘타리] 서울의 탈북자들


2006년 5월 3일 미국 동북부에 있는 뉴저지 뉴왁 국제 공항에 6명의 탈북자들이 내렸다. 미국 정부의 북한 인권법에 의거해 동남아시아 모국에서 미국으로 바로 입국한 첫번째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왜 가까운 한국행을 포기하고 광대한 태평양을 지나 지구 거의 반대편에 있는 미국으로 온 것일까? 6명중 한명인 나오미씨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한국에서) 성공한 사람들도 있지만 거기서 실패한 사람들도 엄청 많잖아요. 그리고 거기서 정착생활 제대로 못해서 스트레스를 받고 한국인들로부터 비난받는 탈북자들도 엄청 많잖아요. 그래서 저는 물질같은것은 몇 년 쓰면 다 없잖아요. 그렇지만 제가 미국에 가서 진짜 열심히 살면 다 노력한 댓가가 있으니까! 그래서 미국을 택한 거예요. 인권도 보장이 되니까”

나오미씨의 말대로 정말 한국에 살고 있는 많은 탈북자들이 삶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한국 생활에 기대가 너무 많았던 일부 탈북자들이 경쟁에서 뒤쳐지며 내밷는 불만이 과대 포장된 것일까? 곧 다가올 탈북자 만 명 시대를 맞아 한국에 살고있는 탈북자들의 삶을 들여다 보기로 한다.

이곳은 탈북자 천 명 이상이 밀집해 산다는 서울 강서구의 임대 아파트 단지! 이 곳에 살고 있는 탈북자 유옥순씨는 3년전 중국을 종단해 동남아시아를 거치는 천신만고끝에 서울에 도착했다. 그러나 유씨는 현재 직업이 없다.

“그러니까 일은 해보겠다고 할 수 없이 가면 받는데는 열에 한두군데 밖에 없는데….거기 가면 또 일이 엄청 힘들고 월급은 또 싸고 이러니까… 또 거기서 조금 일해보다가 또 나오고 또 다른데 가고….직업 문제가 제일 어려운 문제예요”

식당 여러곳을 전전하다 지금은 쉬고 있는 올해 나이 52살의 유씨는 정부가 제공하는 직업 훈련 학교를 6개월이나 다녔는데도 마땅한 일자리를 구할 수가 없다고 토로한다.

“근데 그거 배워가지고 아무것도 못해! 저도 미싱 학원 6개월짜리 나왔는데 그거 같다가 아무것도 못해! 그렇게 배워서 못해! 체력이 안되가지고…저도 요즘에 막 고민중인데…일은 해야겠는데…정착금은 다 떨어졌지”

유씨 같은 연령의 탈북자들이 구할 수 있는 직업은 한정돼 있다. 대개 몸으로 해야 하는 청소일이나 식당 주방일 또는 미싱같은 일이다. 그러나 북한을 탈출해 중국 등 제 3국에서 험난한 과정을 거친 탈북자들은 대개 체력이 약하거나 잔병이 많기 때문에 그러한 일을 하기가 벅차다고 말한다. 나이든 사람들에 비해 젊은 탈북자들은 구직 기회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형편은 크게 다르지 않다.

3년전 입국해 현재 신학대학에 다니면서 틈틈히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20대 후반의 허성우씨! 허씨는 이제 한국생활에 어느정도 익숙해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국에 처음 도착해서 직장을 잠시 다닐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고 한다.

“은성: 월급을 주면서 일을 시키는데…한국 사람보다 곱절의 힘이 들어가는 사람들이 북한 사람이다…그렇게 생각해서인지.. 일을 시키려고 할 때 왠만해서는 북한 사람 잘 쓰지 않습니다.”

북한 사람은 일을 잘 못할 것이란 선입견때문에 사업체가 탈북자의 고용을 기피하거나 고용하더라도 다른 직원들에 비해 월급을 적게 준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회사가 그런것은 아니지만 탈북자들은 그런 차별때문에 직장을 쉽게 옮기게되고 구직 과정에서 겪는 잦은 거부로 인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자신감도 줄어들게 된다고 말한다. 허성우씨는 특히 언어 문제를 지적하면서 북한사투리뿐 아니라 남한사회에서 자주쓰는 욕을 잘못 받아들여 깊은 상처를 받는 탈북자들도 많다고 말한다.

“북한 사람이 일할때 언어적인 부분에서 많이 상처를 받곤합니다. 왜냐하면 북한에도 언어가 폭력적인 말이 많지만 한국도 많아가지고 그런 것을 소화하지 못하면 일하는 곳에서 견디기 힘들고….이 사람이 자기가 북한 사람이라서 이렇게 대하지 않나…이런 선입관때문에 못견디고 나오고…그래서 적응을 못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감수성이 예민한 탈북 청소년들은 성인들보다 상처를 더 쉽게 받곤 한다. 탈북자들의 초기 정착 교육을 돕는 하나원에서 개원초부터 자원봉사와 강사 생활을 하며 탈북 청소년들의 정착 과정을 연구해온 삼육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윤숙 교수는 탈북 청소년들은 특히 무시를 받았을때 깊은 상처를 받는다고 말한다.

“중고등학교의 아이들은 그러나 조금 예민하다. 학교에서 수학능력이 떨어지고, 남북한 문화차이 극복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탈북 청소년들은 중국과 남한의 차이를 내게 얘기하곤한다. 중국에서는 자신들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없었는데 한국인들은 왜 이렇게 우리를 무시하냐며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한다.”

박 교수는 10대 청소년들이 이러한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내면 남한 학생들보다 더 왕성하게 활동하는 하는 경우를 자주 봤다며 젊은 탈북자 가운데 가장 심각한 연령은 20대 초반이라고 말한다.

“사실 적응에 가장 문제가 되는 연령은 20세에서 24세다. 그 나이는 학교에 가기는 그렇고, 학교를 포기하자니 남한 사회에서 주눅이 드는것 같구….그래서 일단 학교에 들어가지만..중도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 거기서 탈락하면 좌절하고 또 방황하고…그러다 보면 나이는 먹어가고, 그래서 중요한 청소년기 시절해 좌절을 반복하면서 허송세월을 보내게 된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 가운데2005년까지 대학에 입학한 학생수는 420 여명! 그러나 그 가운데 절반 가량이 학업을 중도에서 포기했거나 장기 휴학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의 김영수 교수는 탈북 대학생들이 대학에서 직면한 문제를 이렇게 설명한다.

“사실 자퇴나 휴학율이 높은 것은 사실인데, 문제는 공부를 해보니까 생각하는 것보다 어렵고, 영어나 한자도 익숙하지 않으니까 공부를 하면서 경쟁력을 갖기가 매우 힘들다. 그러니까 학교 안다녀도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또 한가지는 이들이 대학을 너무 쉽게 들어왔다는 점이다. 남쪽에서 특히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하기가 쉽지 만은 않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또는 후에 듣지만 몸으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쉽게 대안을 택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정부의 특례 입학 제도에 따라 남한 학생들과의 경쟁을 거치지 않고 대학교에 들어간 탈북 청소년들은 그러나 학력과 외국어에서 큰 격차를 보이며 뒤로 뒤쳐지는 경우가 많다. 학력 수준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외국에 유학간 학생들이 현지 학생들보다 2배 이상 노력해야 보조를 맞추듯 탈북대학생들도 학업에 집중해야 하지만 스스로 마련해야하는 생활비와 학교 교제비가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대학생 허성우씨는 그런 이유 때문에 적지 않은 탈북자들이 대학 생활에서 가장 추억에 남는다는 동아리 생활과 MT 에도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고 심지어는 대인 기피증에 시달리기도 한다고 말한다.

“은성: 쉽게 말하면 대인기피증 같은….초면에 자기가 북한 사람이라고 알려지는것이 떳떳하지 못한것입니다..”

남한 정착에서 겪는 어려움들은 일부에서 우려하는 정부의 정착 지원금 보다는 직업 문제와 사회적 차별, 언어, 교육, 정보 부족, 그리고 스트레스에서 오는 심리적 불안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탈북자들의 원할한 정착을 돕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이곳은 한국 통일부가 탈북자들의 사회 적응 교육과 기초 직업 훈련등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하나원! 한국에 입국하는 모든 탈북자들은 정부의 합동 신문과 조사를 거치면 우선 이곳에서 3개월간 합숙하며 교육을 받은 후 본격적인 한국 생활을 시작하게된다. 올해 (2006) 7월 기준으로 한국에 입국한 총 탈북자 8,645명! 그 가운데 82 퍼센트가 이 하나원을 거쳐갔다. 하나원에서 과장 생활을 거치는 등 오래 동안 탈북자들의 정착 교육을 담당해온 이충원 하나원장! 그는 많은 탈북자들이 현재 큰 문제 없이 살아가고 있다며 정착 실패가 많다는 지적은 성공을 구분하는 기준과 탈북자들의 기대수준 차이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착의 성공 여부를 일률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힘듭니다. 다만 성공적이고 안정적인 정착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남에게 손 벌리지 않고 자립, 자활해서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상태면 우선 1차 정착은 성공이고, 우리가 통상적으로 말하는 인생의 목표라든지..이런것들은 개인적인 인생의 성공 목표가 될 것입니다.”

한국 정부는 탈북자들의 자활, 자립을 목적으로 지난 2005년 법률을 개정, 1인 가족 기준으로 정착 기본금 천만원과 장려금 최고 1,540만원, 그리고 노인과 장애인들에게 가산금을 지급하고 있다. 기본금은 천만원, 이 가운데 3백만원만 초기 지급하고 나머지는 24개월에 걸쳐 분할 지급하고 있다. 돈을 일시에 날리거나 탈북 브로커들에게 흘러들어가는 병폐를 막기 위해서다. 한국 정부는 특히 탈북자들의 자활과 취업을 장려하기 위한 목적으로 장려금 제도를 증설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고 하나원의 원기선 교육 기획팀장은 말한다.

“ 3년이상 계속 한 직장에서 계속 근무하게 되면 총 9백만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국가 공인 자격증을 취득하면 2백만원을 더 주고 있습니다. 이런식으로 저희들이 제도를 개편해서 직업 훈련이든지 또는 취업 촉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원기선 팀장은 탈북자들의 입국 초기에는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으나 정부의 부단한 노력으로 이제는 2005년 법률 개정 이후 탈북자들의 취업률이 작년 ¼ 분기 보다 세 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한다. 탈북자들의 초기 정착 교육을 담당하는 하나원 역시 과거보다 이론수업을 줄이고 대신 심리 안정 프로그램 등 실용적인 시간을 대폭 늘리는 한편 노동부 산하 폴리텍 대학과 연계해 현장 실습을 강화하고 있다. 하나원의 이충원 원장은 탈북자들의 거쳐왔던 여러 형편은 이해한다면서 그러나 새로운 사회에 임하는 그들의 마음 자세도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버려야할 고정관념을 계속 지니고 있고, 남한 사회에 대한 문화적 경제적 열등감과 피해의식, 그리고 경험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아무리 얘기해도 믿지 않으려는 타인에 대한 불신! 그리고 자기 방어 흑백논리적 사고 경향, 탈북자라고 무시할 것이라는 편견, 자존심이 상하고 흥분을 잘하는 점.”

탈북자들 스스르도 그러한 지적에 대해 동의하고 있다. 일부 탈북자들은 남한 사람들과의 관계 이전에 비슷한 처지의 탈북자들끼리 서로 경계하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경계하죠 내가 진짜 친한 친구들 아닌이상 내가 그 사람 마음 모르니까. 많이 경계하죠. 내가 북한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북한 사람이 싫거든요.”

1년 반전에 한국에 입국한 정금성씨는 같은 북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그리 반갑지 않다고 말한다. 금성씨와 같이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친구 이강일씨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결국은 자기 자신을 싫어하는것과 같거든요. 왜? 자기와 똑같은 것을 싫어하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자기와 다른것! 뭔가 색다른것을 자꾸 추구하는것이 있고 자기와 똑같이 살아왔고 자기와 똑같이 당한것을 싫어해요. 왜? 자기가 그렇게 당해가지고…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내가 노는만큼 너도 놀테니까 서로 견제를 많이 하거든요.”

이러한 심리 문제 때문에 한국정부는 최근 하나원 교육 프로그램가운데 마음 가꾸기란 심리 안정 프로그램을 확대해 탈북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3개월전 하나원을 퇴소한 탈북자 이순지씨 역시 교육 프로그램 가운데 마음가꾸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마음 가꾸기가 참 좋았어요. 10명씩 조를 나눠서 각 조원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게 하고, 어떤 부족한점이 있나 얘기하고, 또 상대방에 대해 서로 마음을 터놓고 나눌수 있는 시간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만나서 서먹서먹했는데..시간이 지나면서 간단한 놀이를 하고, 자기가 쓴 글을 발표하기도 하면서 조금씩 사람들이 마음을 합치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난민이나 대량의 탈북자들을 지원한 경험이 거의 없었던 한국 정부가 그동안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 탈북자 지원에 대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탈북자들의 정착 실패율이 우리가 자주 접하는 언론 보도나 일부 단체의 지적처럼 절반 이상, 많게는 90 퍼센트를 정말 웃도는 것일까? 최근 한국의 월간중앙이 탈북자 2백 9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75 퍼센트가 삶에 대해 입국전 기대와 같거나 그 보다 더 좋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재 생활에 매우 또는 어느 정도 만족한다고 답한 응답자도 68.1 퍼센트로 70 퍼센트에 근접했다. 탈북자 3명 가운데 2명은 크게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평범하게 남한 생활에 적응해 가고 있다는 증거다. 많은 전문가들 역시 탈북자들의 만족도에 대해 비슷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서강대 김영수 교수의 말이다.

“사실 실패와 성공을 (구지) 따졌을때 90 퍼센트의 실패는 너무 많다. 내 생각에는 60~70 퍼센트는 성공을 하고 있다고 본다. 나머지는 자기가 기대했던것 만큼 성취를 못하니까 거기에서 오는 좌절이 크다 그럴까 . 욕심 없이 처음부터 새로운 사회에서 잘 살아보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성공하고, 북한에서 잘 살았거나 제 3국에서 기대치를 많이 갖고 온 사람들이 불만이 많아서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니까 심리적 좌절감을 더 많이 느낀다. 그리고 탈북자들의 경우 다른 탈북자와 비교하면서 자기 자신의 상대적 박탈감을 토로하기때문에 사실 정착 성공이냐 실패냐를 따지기 어렵다”

삼육대학교 박윤숙 교수는 조용히 착실하게 살아가는 탈북자들도 많은데 언론이니 일부 단체가 너무 부정적인면만 초점을 맞추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왜 언론에서 다루는 것이 버림 받은 탈북자! 국내에서 또 다시 문제가되는 탈북자들만 다루는 것인지 정말 짜증날 때가 많습니다. 저는 탈북자 정척 성공을 아주 평범하게 잘 살아가는것까지 포함해서 생각합니다. 남한 가정으로 시집가서 아기를 낳아 백일 잔치도 하고….그저 편안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탈북자들도 많습니다. 그런 사례들을 매스컴에서 다소 힘들더라도 많이 다뤄주는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하나원의 이충원 원장은 정부와 민간 단체가 제공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1차 정착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탈북자 개개인의 마음 자세라고 말한다.

“자본주의란 저절로 굴러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노력해서 획득하는 것이다. 지금은 정보화시대다. 새터민으로서 받을 수 있는 지원 제도에 대해 우리는 하나원 교육시간에 강의를 하고, 책도 주고 설명을 한다. 그러나 설명을 한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그 강의를 똑같이 듣고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 대충 들은 사람, 아예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 사람이 있다. 본인이 직면한 현실적 문제인데 말이다. 그 차이가 바로 사회에 나가서 나는 것이다.”

무엇보다 탈북자들의 마음 자세가 현실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고 불만으로 점철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 통일연구원 선임 연구원인 김병로 박사는 정부가 정착금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대신 사회 복지 혜택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착금으로서의 지원금은 조금씩 줄이는 대신에 사회복지 혜택쪽으로 돌려서 한국 국민들이 받는 일반적인 혜택을 탈북자들도 받을 수 있는 이런식의 제도적인 개혁을 해나가야된다고 봅니다.”

서강대 김영수 교수는 경제적으로 힘들다고 말하는 탈북 대학생들가운데는 자기 중심으로 주위를 보는 부정적인 사고도 일부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 학생들은 남쪽에서 그래도 여유롭게 사는 학생들과 자신을 비교한다. 그러나 남쪽에서는 탈북자 학생들에게 지급되는 돈보다 더 적은 금액을 갖고 살아가는 가난한 학생들도 많다. 그런점에서는 탈북 학생들이 모르다가 알면 부끄러워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사실 돈이 넉넉지 않으니까 대학보다 사회에 나가는 것이 낳지 않겠냐는 매우 현실적인 생각을 하면서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프로그램 개설등 외형을 크게 중시하면서 사실상 탈북자들이 직면한 본질적인 문제! 인간 중심의 사고에는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지적한다. 방학때마다 통일 교육원에서 탈북 학생들의 학업 부진을 집중적으로 가르쳐 좋은 반응을 얻어온 북한 인권 시민 연합의 한겨례 학교가 통일부의 예산 부족이란 이유로 장소를 옮기는 현실은 정부의 세심함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한계를 극복하고 탈북자들에게 정체성과 자부심, 그리고 한국에서도 더 잘 살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역할은 누구의 몫이 되야 할까?

흥겨운 음악과 젊은이들의 환호성이 어우러진 이 곳은 탈북 동포 돕기 대학생, 대학원생 자원 봉사자 수련회장이다. 민간 대북 인권 단체 북한인권시민연합이 지난 1999년 통일을 준비하는 일군을 양성한다는 목적으로 한국에서 처음 시작한 이 수련회는 올해로 8회째를 맞고 있다.

“강철환씨의 수용소의 노래를 읽고 북한 문제에 대해 첫 관심을 갖게됐구요. 다시 대학에서 북한 인권 관련의 강의를 듣고 더 가까워지게 됐고 그래서 여기 수련원까지 오게됐습니다.”

“기독교인으로서 같은 민족인데 그런 안타까운 모습을 보면서 주님이 마음을 부어주셨습니다. “

“(북한 인권 관련) 세미나를 갔었는데 근데 다 정치의 방편으로 사용하려고만 하고….근데 여기오니까 정말로 신경쓰는 사람들이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 시민들도 북한이라고 하면 모두들 아 인권문제! 하고 알 정도로 해외까지 ..외국인들까지 알고 있는데, 같은 피를 나눈 사람들이 이렇게 도우면 정말 좋은 기회겠다! 생각해서 시작하게돼서 기쁘구요. 앞으로 잘 배워서 훌륭한 자원봉사자가 되겠습니다.”

이 행사에는 대학, 대학원생뿐 아니라 탈북자,40대의 주부, 고등학생, 미주 동포 학생, 미국과 캐나다인 교환 학생 등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참석해 눈길을 끈다.

“ 사랑하기를 배우고 배우기를 사랑한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윤 현 이사장은 참가자들에게 탈북자들에 대한 사랑의 배움과 실천을 권고한다.

“탈북 동포를 사랑하기를 배우고 그들과 더불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배우기를 사랑하는 그런 마음을 가져야 할줄로 압니다. 탈북 동포를 통해 북한을 이해하고 북한 사람을 좀더 알아서 통일의 날을 대비해야 할 줄 압니다. 그런의미에서 여러분은 통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을것입니다”

탈북동포 돕기 자원 봉사자 수련회를 거쳐간 많은 젊은이들이 과거 혹은 현재, 탈북자들의 멘토이자 친구로 활동하고 있고 일부는 아예 이 분야를 직업으로 삼고 돕고 있을 정도로 탈북자들의 안정적인 정착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 탈북자 자원봉사 수련회가 삶의 전환점이 됐다는 북한인권시민연합 이영석 팀장의 말을 들어보자.

“바로 내 옆에 있는거예요. 그리고 정말 다르지 않다! 이렇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이렇게 힘든 과정에 있구나! 그래서 전 자원봉사 수련회가 소중한 거예요. 저에게는 하나의 좋은 추억이자 인생의 전환점이었습니다.”

정부 산하 통일 교육원에서 실시된 이 수련회는2박 3일의 짧은 기간이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북한 관련 영화 BG 북한의 실상과 탈북자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타리 영화 관람에서 부터 전문가들의 강의, 탈북자들의 강연과 음악회, 그리고 한국내 탈북자들의 실상을 참가자들이 직접 재현해 보이는 역할극과 분임 토론 등 사흘동안 바쁜 일정으로 수련회가 진행된다.

탈북자들의 고민과 아픔을 연극을 통해 발표하는 역할극 시간은 이 수련회의 백미다. 참가자들이 각 조로 나뉘어 탈북자들이 처한 다양한 상황을 서로 토의하며 스스로 만들어가는 소중한 체험! 남한 여자친구와 갈등하는 탈북 대학생!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자녀때문에 고민하는 아버지! 학업 부진으로 고민하는 탈북 청소년… 참가자들은 역할극을 통해 탈북자의 입장에서 바깥 세상과 자신의 모습을 보게되고 그러면서 어느덧 서로가 다르지 않다는 동질감에 젖는다.

저희가 탈북자를 대할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선과 악의 판단이나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기 보다 그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같이 공감하고 그 것이 저희가 나아가는 첫 걸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런 장면을 구성해봤구요. 40대의 나이에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며 이 수련회에 참가한 이혜연씨! 젊은이들과의 시간이 소중한 체험이 됐다고 한다.

“저는 이 젊은 분들이 저하고 나이 차이가 있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공감대가 제게 더 신선하게 오구요 제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그 활기있는 사고들이 저를 자극하는 게기가 돼서 저한테는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탈북자들의 실상을 다룬 영화 ‘서울 기차’를 우연히 보고 북한 인권을 더 배우기 위해 한국에 왔다는 미국의 UC 샌디에고 대학생 캐빈 쥬 씨

역할극에서 흥미로운 캐릭터를 맡아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던 캐빈씨는 내용을 많이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탈북자를 직접 만나 살아있는 체험담을 들을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며 엄지손가락을 높이 올린다. 옆에서 케빈씨에게 강사들의 말을 통역해주고 있는 미국 교포 함지호군은 기회가되면 탈북 중고생들의 학업을 도와주는 한겨례 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지금 직접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면 한겨레 대안 학교에서 계절학기 가르치면서 탈북자 청소년들이 어서 적응할 수 있게 …그래서 같이 한국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이번 수련회에서 조장을 맡아 바쁘게 움직이는 탈북자 이명철씨! 그는 이곳에 온 모든 사람들이 위대해보인다고 말한다.

“너무나 좋은것 같아요. 왜냐하면 왠만한 사람들은 이런 (자원봉사) 잘 하지 않는데 탈북 동포를 위해서 자원봉사를 한다는 자체가 한 사람 한 사람이 정말 위대한것 같아요.”

명철씨는 그러면서 남한 사람들에 대한 조그마한 소망을 꺼내든다.

“탈북자를 위해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탈북자와 함께하는 , 함께하면서 생활을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탈북자의 시선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한민족의 눈으로 시선으로 보면서 서로 친구처럼 오빠처럼, 형처럼 이렇게 서로 친하게 지내면서 살면 앞으로 통일을 위해서 준비하는 것이 향상되지 않나…그리고 통일이되면 수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탈북 동포 자원 봉사 수련회는 남북한이 미래 통일 시대를 대비해서 어떻게 탈북자들과 먼저 작은 통일을 일구어가야 할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자원 봉사란 말 자체가 아직 생활 전반에 걸쳐 익숙하지 않은 곳이 한국 사회지만….최근 곳곳에서 반가운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 통일부 산하 하나원의 원기선 기획팀장은 한국 정부가 2005년 탈북자 정착 도우미 제도를 시작하면서 대한 적십자사 자원봉사자를 중심으로 전국에 2천여명의 도우미들이 탈북자들의 멘토 역할을 하며 자원 봉사를 담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사람들이 1세대당 두 명이 배치돼서 초기 1년간 새터민들이 사회에 배출돼서 생활해나가는데 여러가지 안내와 상담 또는 보호담당관과 연계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멘토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탈북자들의 정착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면서 탈북자들에 대한 사회 복지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대학도 나타나고 있다. 그리스도 대학 사회복지 학과 박영희 교수의 말이다.

“ 저희 대학이 위치하고 있는 강서, 양천구에 천 명 이상의 탈북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사회에 있는 대학으로서 그리고 지역사회 이슈면서 국가적인 큰 과제라고 볼 수 있는 북한 주민의 이탈문제를 저희 대학이 가장 핵심적으로 추진하고 싶은, 하고자하는 그런 사업으로 정해서 중요한 저희 대학의 과제로 결정을 했습니다.”

대학들도 서서히 탈북 대학생들의 학교 적응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서강대학교 김영수 교수는 탈북자들에 대한 멘토링 제도와 탈북대학생들의 자체 동아리가 활기를 띄면서 이 대학의 자퇴와 휴학율이 크게 줄고 있다고 말한다.

“멘토링 시스템도 만들고, 북한 출신 대학생들이 구성되는 동아리등도 만들어서 대학다니는 느낌, 소속감, 그리고 보람을 느끼게 하니까 제가 서강대에 있습니다만 이번 학기에는 자퇴율과 휴학율이 월등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해서 이것을 지역간 네트워크도 만들고 대학간의 교류로서 모델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곧 탈북자 만 명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따라서 탈북자 정착은 이제 정부의 특정 정책이나 일부 민간 단체들만의 몫이 아닌 전 국민이 애정과 관심을 갖고 나서야 할 국가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남한 국민은 탈북자를 더이상 이방인으로 바라보지 말고 나의 이웃! 그리고 미래 통일을 위한 잠재적 일군으로서 자부심을 심어주고 따뜻하게 격려해야 할 것이다.

“저희가 자원봉사자가된다면 아마 어떤 판단보다는 무조건 내 편이 되줄 사람. 이런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 그렇군요!”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합니다. 탈북자들 역시 새술은 새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심정으로 과거의사고를 버리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고 탈북자 허성우씨는 말한다.

“오실때 잘 살아야 된다! 잘 살거다! 대접 받아야 한다! 이런 마음은 모두 버리고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가서 ‘북한에서 살돼 그냥 일한만큼 보수받고 열심히 살거다’ (환경만 바뀌는 것이다) 그런 마음 갖고 왔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들은 공산주의 사회 체제에서 살다보니까 주는 것을 받아들이는 체제에 익숙해있는데 그런 것들을 어서 마음에서 비워줬으면 좋겠구요. 모든것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가야하는 풍습도 지워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남한에) 가면 잘산다는 것, 편안하다는 것도 말고 그저 열심히 살아서 가족들도 다 살리고 친척도 도와주고 그 사회도 도와주고.. …그 사회에 가서 열심히 살겠다…그런 마음을 가지고 한국에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허성우씨와 같은 탈북자들! 그리고 탈북자들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한국의 자원봉사자들이 늘어 날때 탈북자 정착은 더이상 문제가 아니라 미래 통일을 위한 희망의 빛으로 보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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