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화제가 되는 현안과 쟁점을 살펴 보는 `미국은 지금' 시간 입니다. 오늘은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지난주 있었던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미국 내에서는 북한에 대한 대처방안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뉴욕타임스는 부쉬 대통령이 9/11 테러사태 이후 유지해 온 강경 외교정책 기조를 바꿨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지요.
답: 부쉬 행정부의 대외정책은 그동안 힘을 바탕으로 한 강경한 일방주의로 규정돼 왔습니다. 실제로 부쉬 대통령은 9/11 이후의 세계에서 더딘 외교적 해결은 사치라면서 외부의 위협에 대해 외교적 해결보다는 물리력에 의존하려는 듯한 발언을 해왔습니다.
가령 '미국은 세계의 가장 위험한 정권들이 세계에서 가장 파괴적인 무기로 우리를 위협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 또는 `위험이 커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을 것' 이라는 등의 말은 부쉬 대통령이 가장 자주 해 온 표현으로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를 상징적으로 대변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부쉬 대통령은 최근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과 인내를 강조하는 쪽으로 현실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신문은 지난주 시카고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부쉬 대통령의 인식전환을 완성한 자리였다면서 그가 `현재의 문제들은 하룻밤 사이에 생긴 것이 아니며, 마찬가지로 하룻밤 사이에 해결되지 않는다'며 시간을 갖고 관련 당사국들과 협의해 문제에 대처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카우보이 외교의 종말'이란 제목의 최신호 커버스토리에서 "부쉬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기자회견에서 외교란 용어를 여섯 번이나 쓰며 다자주의를 언급했다'고 밝혔습니다.
문: 부쉬 대통령의 이런 변화는 이라크 침공 이후의 미국 내 현실을 감안한 것이지만, 비판론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답: 주로 강경론을 주창해온 보수파들 사이에서 비판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워싱턴의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미 기업연구소 (AEI)의 니콜라스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북한의 핵 도발에 대한 부쉬 행정부의 대응은 이빨 없는 추가적인 외교적 논의를 계속해서 새롭게 이어가는 것이 특징'이라면서 `북한은 클린턴 행정부 때보다는 부쉬 행정부 시절에 더 많은 전략적 성공을 달성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보수성향 주간지인 <위클리 스탠더드>의 발행인인 빌 크리스톨씨는 부쉬 행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관련해 최근 넘지 말아야 할 금기사항으로 다시 `적색선 (레드 라인)'을 언급한 것을 지적하면서 '미국 외교정책의 적색선, 핑크선, 자주색 선 등은 갈수록 지울 수 있는 잉크로 쓰여지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크리스톨씨는 `부쉬 대통령은 일주일 전만 해도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용납할 수 없다고 했는데 지금은 용납하고 있다'며 현재의 외교정책은 `클린턴 식'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한 마디로 유약하다는 것입니다. 보수파들은 기본적으로 적을 굴복시켜 양보를 이끌어 내는 것은 힘을 바탕으로 한 강경책이며, 외교는 많은 경우 시간낭비라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문: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촉발된 현 상황의 전개방향에 대해 뉴욕타임스 신문이 네 가지 시나리오를 제기했다고 합니다. 내용을 좀 소개해 주십시요.
답: 이 신문은 북한과 미국은 지난 수년 간 협상과 폭격, 공존, 붕괴 등 모든 가능성을 놓고 게임을 벌여왔다면서 북한에 대한 대처와 관련한 선택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신문이 예상한 시나리오는 미국과 북한 간의 일 대 일 양자대화, 영변의 핵시설 제거, 북한의 핵물질 판매, 북한의 자체붕괴 때까지 기다리기 등 네 가지입니다. 양자대화와 핵시설 제거 주장은 그동안 미국 정치권과 전문가 그룹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부쉬 행정부는 실효성과 현실적 이유 등을 들어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부쉬 대통령은 양자대화와 관련해 미국이 혼자 협상에 나섰다가 상황이 악화하는 경우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또 영변의 핵시설에 대한 폭격론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핵 연료는 지금 영변에만 있는 게 아니라 동굴, 터널 등 북한 내 어디에든 저장될 수 있고, 북한은 우라늄 핵 계획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폭격을 하기는 너무 늦었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평가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문: 부쉬 행정부는 북한이 국제암시장에 핵물질을 판매하는 것을 악몽이라며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뉴욕타임스는 보도하고 있던데요.
답: 워싱턴 소재 과학국제안보연구소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북한은 4~13개의 핵무기 제조에 충분한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핵무기를 4개 만들 정도의 핵물질을 갖고 있는 나라라면 하나도 포기하지 않으려 하겠지만 12개 이상 만들 핵물질이 있고 또 경제가 파산상태라면 암시장이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부쉬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선임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씨는 이같은 가능성에 대해 `누구도 알 수 없다'면서 "하지만 북한은 상황을 조금씩 고조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으며 다음 단계가 핵 실험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미 국방부는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체제생존을 중시하기 때문에 미국을 상대로 직접 핵을 사용한 공격을 가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