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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힐 차관보, 분주한 외교행보 - '분명한 한 목소리' 촉구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관련한 대응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동아시아 주변국들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힐 차관보는 현지시간으로 7일 중국 베이징에서 리자오싱 외교부장과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을 만난 뒤 이날 밤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좀더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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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힐 차관보의 서울 방문에 앞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대응책으로 이미 약속했던 비료 10만 톤 추가 지원과 쌀 50만 톤 차관 제공을 유보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그러나 11일 부터 나흘 간 부산에서 열릴 예정인 제19차 남북 장관급회담은 예정대로 개최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인천공항에서 한국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묻는 질문에 "한국에 뭘 해라,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또 "6자회담 참가국들이 북한에 단일하고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 정부 당국자들과 만나 깊이 있는 입장조율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서울 방문 중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6자회담의 한국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외교통상부 외교정책실장을 만날 예정입니다.

이에 앞서 힐 차관보는 중국 베이징공항을 떠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이를 중국에 알렸다는 사실을 중국측으로 부터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면서 미국은 지난해 9월 6자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을 실행에 옮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미국은 협상테이블에 앉아 지난해 9월 합의된 모든 요소들을 실행에 옮길 준비가 돼 있음을 분명히 했다면서 동시에 미국은 스스로를 보호할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북한은 이같은 미국의 입장이 매우 현실적인 것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과 미국의 북한에 대한 뚜렷한 견해차를 감안할 때 두 나라가 이번 사태를 놓고 공동보조를 취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부쉬 행정부는 단호한 조처로 북한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점에서 일본의 정책에 가깝습니다.

반면 한국은 지난 6년여 동안 북한과의 대화와 화해를 위한 이른바 `햇볕정책'을 고수해 왔습니다.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에 압박을 가하는 제재 등 조처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7일 대북한 비료 및 쌀 지원을 유보하는 외에 북한이 제안한 남북 군사회담도 거부하기로 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그동안 줄곧 북한이 계속 지원을 받고, 파탄난 경제를 개선하고자 한다면 핵과 미사일 계획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북한은 현재 고립을 심화시키면서 더욱 빈곤한 상태로 갈 것인지 여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이는 매우 슬픈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북한은 고립될 경우 경제상황을 개선할 수단을 버리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과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북한이 6자회담에 즉각 복귀할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이 오랫동안 주장해온 미국과의 직접대화를 지지하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6자회담이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유일하고도 적절한 방법이라며 이같은 요청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한편 힐 차관보는 베이징에서 중국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중국은 미국과 함께 미사일을 발사하고 주변국들을 위협하는 일을 용납할 수 없다는 분명한 신호를 북한에 보내야 한다고 설득했다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중국이 미국과 협력해 이번 사태에 대처할 것을 분명히 하기 바란다면서, 중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원하지 않으며 아무런 긍정적 역할도 하지 못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이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자신은 중국 정부 관리들과 긴밀히 협조해 향후 대응책을 마련해 나가는 방안을 협의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분노하고 있으며, 북한이 자신들이 주재하는 6자회담을 거부하고 있는 데 대해 실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지도부는 이념적 우방을 고립시킬 것을 우려해 북한을 강력히 비난하지 않았으며 제재에도 반대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현재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유감스런 일'로 지칭하는 성명을 제안하면서 더이상의 강한 조치는 거부하고 있습니다.

힐 차관보는 베이징 방문 중 리자오싱 외교부장 및 우다웨이 부부장과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협의했다면서 중국 정부 관리들이 며칠 안에 북한 관리들과 접촉할 것임을 밝혔다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중국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에 대해 어떤 요구를 할 것인지, 혹은 어떤 유인책을 쓸 것인지에 대해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그들은 이번 일이 중국과 미국 관계에서 큰 이해가 걸린 관심사임을 이해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또 중국측은 이번 일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절대로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힐 차관보는 서울 방문에 이어 일본으로 향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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