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16. 카트리나 재해복구 자원봉사를 가다 (5)


태풍의 비즈니스 적 측면

자연재해로 집을 잃은 사람들, 그들을 돕기 위해 미 전역에서 몰려온 아름다운 사람들, 지난 8월 Katrina가 휩쓸고 지나간 곳에 이런 미담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갑자기 공사의 수요가 증가하다 보니 날림을 시공하고 돈을 받는 업자들도 많은 모양입니다. 창문 틀을 달 차례였는데 벽이 뒤틀려 있는 것을 보니, 엉망으로 공사를 해놓고 석고보드로 가려 놓았을 뿐이군요.

또 지난 학기와 이번 학기 계속 재무 수업을 수강해서 그런 것인지 제 머릿속에는 다분히 이해타산적인 생각이 오갔습니다. ‘정부가 피해가정들에게 18개월 무상임대 트레일러를 제공하고 다들 집을 고치니, 트레일러 회사와 Lowe’s (집 수리 용품을 판매하는 체인) 주식이 많이 올랐겠군’ 이런 생각이요. 보험회사 주식은 떨어졌을까? Ken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보험회사는 어떤 상황에서도 손해 보는 일을 안 만들지. 보험료를 올리면 되니까”. 그렇군요. 처음 들렸던 집주인 Martha도, 오늘 방문해 창문을 달아준 집 주인 Charlotte 도 말합니다. 많은 보험회사들이 바람 피해에만 배상을 하고 수해로 인한 피해에는 배상하지 않았답니다. 집이 지붕까지 잠겨 집안의 모든 물건이 사라졌는데, 무너진 철조망에만 배상을 하는 보험회사의 논리는 도대체 무엇인지 진심으로 알고 싶습니다.

집이 있는 사람만 임시로 살 트레일러를 받을 수 있었고, 정부의 저이자 대출은 신용도가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해당되지 않으며, FEMA 의 대출도 보험에 들어있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Katrina 는 공평하게 있는 사람에게나 없는 사람에게서나 모든걸 앗아갔지만, 보상대책은 공평하지 않은 듯 합니다.

아무튼 중고 트레일러 비즈니스를 한다면 내년 봄은 참으로 적기일 겁니다. 작년 9월 이후부터 정부가 조달하기 시작한 트레일러의 무상임대 기간이 끝나는 기간이 시작될테니까요.

환경적 측면

Katrina 같은 이런 태풍은 그저 불의의 사고 일까요? 지구 온난화로 인한 환경 재해일 가능성도 전혀 배제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태풍자체도 환경오염에 원인이 있지만 재해복구과정도 그다지 친환경적으로 보이지는 않네요.

미국의 집에는 한국 집보다 많은 물건들이 있습니다. 필요한 것은 안 사고, 절약이 미덕인 (적어도 전통적으로는) 한국가정에서 20년 동안 자란 제게는, 모든 Needs를 만족시키는 미국 가정의 엄청난 소비행태에 놀랄 때가 많습니다. 이번 수해도 많은 수요를 발생시켰습니다. 임시로 살 트레일러부터, 석고보드 공구 등 온갖 집수리 물품, 그리고 새로 집을 채워 넣을 가구까지. 엄청난 소비를 발생시키는 거죠. 공사와 쓰레기 더미들은 고스란히 쓰레기 입니다. 또한 당장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물품을 구하기 어렵고 질병의 위험이 있다 보니, 일회용품을 많이 사용하게 됩니다. 그것도 고스란히 환경오염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3월 17일 아침, Mississippi 를 떠났습니다. 5일간의 노력은 Di’berville 8000명 주민 중 1350명이 사망하고, 8억달러 의 경제적 손실을 입힌 Katrina 의 흔적을 지우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제가 베이스보드를 잘라 붙이고, 창문틀을 달아 준 그 가정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집이 예전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회복했으리라 믿고 싶습니다. 사실, 떠날 때 약간의 회의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4일 걸려 가서, 5일 도와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차라리 40명이 버스 타고 내려가는 돈을 모아서 보내주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생면 부지의 모르는 사람이 나를 도우러 40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왔다’, 그 사실만으로,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 내면의 치유가 시작되는 것이었습니다. 건축 프로페셔널은 아니지만 날림공사가 아니라 내 집을 고치듯 하나하나 꼼꼼하게 하는 못질들이, 8시간 만에 집과 가족과 일터를 모두 잃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료하는 것이었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