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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개성공단 사업진전에 최대 걸림돌’- 경남대 임을출 교수


남북한이 합작으로 설립한 북한 개성공단은 한반도 평화공존과 경제협력의 실험장으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판자들은 개성공단이 남한 정부의 또다른 퍼주기라며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정부 일각에서는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7천여 북한 근로자들을 착취하고 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현장을 10여차례 방문하며 체험한 경험을 정리해 `웰컴 투 개성공단’이란 책을 펴낸 북한 문제 전문가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로부터 개성공단과 관련한 여러 관심사에 대해 들어봅니다. 대담에 윤국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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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최근에 <웰컴 투 개성공단> 이라는 책을 펴 냈지요? 서울에서는 <웰컴 투 동막골>이라는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으로 아는데 책 제목이<웰컴 투 동막>을 연상 시키기도 합니다. 제목을 그렇게 한 이유가 있는지요. 그리고 <웰컴 투 개성공단>이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좀 설명해 주시지요.

[답변]: <웰컴 투 동막골> 영화가 상징하듯이 지금 개성공단은 남북한의 경계가 허물허진 곳, 상호적인 정치이념 논쟁이 없는 곳, 남북한 통합의 실현장, 오직 상호간 평화와 경제적 번영만이 화두로 넘실거리는 곳이 개성공단 입니다. 그래서 <웰컴 투 동막> 영화를 연상시키는 <웰컴 투 개성공단>이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개성공단이 어떻게 탄생했으며 현재 쟁점은 무엇이고 앞으로 개성공단을 성공시키기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 이런 내용들을 현지 취재를 통해 다뤘습니다.

[질문] : 임 교수께서는 개성공단을 수시로 방문해서 현안을 점검하고, 또 현지 북한 근로자들과도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압니다. 지금까지 몇 차례나 공단을 방문하셨습니까?

[답변] : 10여차례 공단을 방문했고요, 당일 방문 뿐만 아니라 3~4일 현지 근로자들과 숙식을 같이 하면서 개성공단의 이면을 보려고 상당히 노력했습니다.

[질문]: 그러면 개성공단에 대해서는 가장 전문가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공단의 현황에 대해서 보신 결과를 간략하게 말씀해주십시오.

[답변] : 지난 2004년에 전체 2000만평의 개성공단 가운데 1단계 100만평 부지 조성작업이 시작돼 왔구요. 그 중에 시범단지 2만 8천 평에 15개 기업이 공장을 가동 중에 있습니다. 지금 현재 북측 근로자는 7천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1단계 본 단지, 100만평 조성이 올해 말에 완료되는데요 이미, 이 가운데 5만평 24개 지역이 분양을 끝냈고 나머지 60만평의 시범단지가 올 하반기에 분양 됩니다. 1단계 100만평에는 한국기업 3백여개가 입주하게 될 예정이고 북측 근로자는 많게는 10만명이 일하게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질문] :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들을 직접 만나 보셨을 텐데, 근무태도 등 그들에 대한 느낌이 어떻습니까.

[답변]: 개성공단은 철저하게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에 기초해 운영되는 경제특구입니다. 중국도 그랬듯이,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넌다는 점진주의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북한이 선진국 경제특구에 적용되는 규범과 원칙을 수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북한 근로자들은 국제 규범에 맞춰가려고 상당히 애를 쓰고 있고 가장 큰 현안인 생산성 향상에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사실, 공단 입주 초기에는 남북한 근로자들이 서먹서먹했고 적지 않은 문화충돌이 발생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한 가족이나 다름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어떤 기업의 경우 남쪽 공장장을 북쪽 근로자들이 아버지라고 부르기도 하구요, 또 남쪽 공장장은 북쪽의 여성근로자를 딸처럼 생각하고 대합니다. 또 다른 남쪽 기업들의 경우, 매일 아침 출근하는 근로자들을 공장 입구에서 따뜻하게 맞아주는 것으로 아침 일과를 시작하기도 합니다. 남쪽 기업의 목표가 제품의 경쟁력 확보에 있듯이 북한 근로자들도 남쪽 기업들이 수익을 많이 남겨야 국가 경제나 가정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쪽 근로자들도 모두가 생산성 향상에만 몰두하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북쪽 근로자들은 새로운 선진기술과 정련기법을 익히는 등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초과근무도 마다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질문] : 북한 정부당국의 입장에서는 개성공단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있는 걸로 생각되십니까?

[답변] : 개성공단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안보를 양보하고 대신 경제적 실리를 얻으려는 의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현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위원장은 경제특구를 통한 단계적 개방, 개혁의 의지를 사실 일관성 있게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가령, 개성공단이 북한법에 의해 개발되고 북한당국의 지도를 받고는 있지만 사실상 공단의 개발과 관리 운영은 전적으로 남측 사업자에 일임된 상태입니다. 북한은 개성공단이라는 경제창구를 통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편입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외자유치를 통해 선진 기술과 경영기법을 도입해 다른 나라와 경쟁하고, 그러면서 경제를 재건하려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 지도부는 북한 내 당·정·군 고위 실무관료들을 보내 끊임없이 학습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는 심천 경제 특구 등과 비교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미국을 비롯한 서방 자본을 많이 유치할 수 있을지를 늘 고민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질문]: 최근에 제이 레프코위츠 미 국무부 북한인권 특사가 개성공단의 근로조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노동 착취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았습니까.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변] : 한국과 미국 사이에 개성공단을 보는 시각에 차이는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현재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가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평가는 현장을 오래 지켜본 사람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 있습니다. 실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사실 개성공단 노동자들은 다른 노동자들에 비해 선택된 주민이라고 지금 상당한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 지금 개성공단의 근로환경은 남쪽에 있는 공단보다 더 쾌적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고정 월급을 비롯해서 다양한 인센티브도 제공받고 있습니다. 북한당국도 개성공단 노동자에 대해서는 각별한 대우를 해주고 있구요. 최근래에는 오히려 개성공단 내의 근로자와 북한 내의 기업 근로자 간에 임금이라든지 대우 격차가 벌어지는 바람에 내심 또 다른 빈부격차를 초래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상당히 우려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개성공단은 다른 북한 내의 주민들에 비해 보다 나은 근로조건과 대우를 받고 있는 그런 현실입니다.

[질문] : 미국 정부의 북한 인권특사가 노동착취 가능성을 언급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개성공단 내 북한 근로자들에 대한 급여를 북한 정부 당국이 받아서 대신 지급하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닙니까. 문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답변]: 중국의 사례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1970년대 말 80년대 초에 경제특구를 추진하면서 초기 10년 간은 주로 ‘외국기업 복무총공사’ 라는 인력공급 기관을 통해 근로자를 채용하고 외국기업들이 지불하는 임금을 받아서 다시 중국 쪽 근로자에게 전달하는 기능을 해왔습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이런 조치를 취했습니다. 첫 째는 중국 근로자에 대한 개인정보를 포함한 각종 기업 관련정보를 외국기업에 맡길 수 없다는 것이었고 둘째는, 과거 한국도 마찬가지 였지만 만성적인 외자에 시달리고 있는 저개발 국가가 외화를 국가가 관리하는 외환 집중제도를 실시해 왔습니다. 북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당분간 체제와 경제가 안정될 때까지는 보수적인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북한도 임금 직불에 이미 합의했습니다. 환전소 등 제도적 장치가 갖춰지면 개성공단 내 근로자에 대한 직불이 실시될 것으로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예상하고 있습니다.

[질문]: 미국 정부 뿐만 아니라 남한 정부 내에서도, 또 남한 사회 일각에서 개성공단이 남한 정부의 또 다른 형태의 퍼주기 아니냐’ 이런 비판을 하고 있는데요. 어떻습니까?

[답변]: 개성공단은 북한에게 일방적으로 주는 퍼주기하고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성격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많은 중소기업들이 국내의 높은 인건비와 임대료 등 이유 때문에 국내에서는 더 이상 제조업을 운영하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중국이나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의 많은 중소기업들이 현지임금이 갈수록 올라가고 있고 각종 첨단 제품을 생산하기 바라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많은 제조업체들이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퍼주기라는 인식보다는 우리 중소기업들을 살리기 위해서도 개성공단과 같은 경제특구가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인식을 많이 공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질문]: 지금 미국과 북한 사이에는 핵 문제를 놓고 교착상태가 오래 지속되고 있지 않습니까. 개성공단이 북미 관계에서 갖는 의미랄까요. 어떻게 말씀 하실 수 있겠습니까.

[답변]: 북한은 개성공단을 추진하면서도 늘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어쩌면 북한은 개성공단을 통해 자신들의 개혁개방 의지와 국제사회와의 화해 제스처를 보여주려는 그런 시도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도 북한에 대해 중국식 개혁개방을 강조하며 북한의 정책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성공단은 북한의 정책변화를 보여주는 가장 구체적인 현장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경제적 체제 전환은 미국이 우려하는 북한의, 북한이 주는 안보위협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개성공단과 북한을 오랫동안 지켜본 제 견해입니다.

[질문]: 최근 캐서린 스티븐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담당 수석 부차관보가 개성공단을 둘러보고 좋은 평가를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러면서도 스티븐스 부차관보는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개성공단도 더 이상 진전은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말하지 않았습니까. 이 같은 견해에 동의하십니까.

[답변]: 예, 동의합니다. 핵 문제와 북미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한 생산설비를 반출하고 입주 기업들의 수출시장을 확보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문제가 개성공단 사업 성공의 최대 걸림돌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금 워싱턴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 협정 협상에서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이 합의되지 않을 경우, 사실상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미국시장 진출이 막히는 그런 결과와 같습니다.

한국 내수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수출에 의존하는 기업들에게는 큰 타격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중장기적으로 개성공단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보통신 관련, 기술집약적 제품을 많이 생산해야 하는데 전략물자 반출이 어려워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개성공단은 높은 인건비와 토지비용 때문에 더 이상 국내에서 기업활동을 할 수 없는 수많은 한국 중소기업들의 돌파구로서 의미가 가장 큽니다. 따라서 개성공단은 핵 문제 해결노력과 병행해 추진될 것으로 그렇게 예상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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