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북한에 대한 새로운 양보는 불필요" -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차관보


북한 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6자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중국과 한국, 일본 등 6자회담 당사국들을 순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힐 차관보의 이번 방문을 통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해 보입니다. 좀더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25일 베이징에서 6자회담의 중국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과 6자회담 재개 등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총체적이고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 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그러나 우 부부장과의 4시간에 걸친 회담에서 중국이 북한의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좀더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설득하는데 실패한 것으로 보입니다.

힐 차관보는 회담이 끝난 뒤 우 부부장과 6자회담이 계속되게 할 필요가 있고, 또 북한이 회담을 계속해서 거부하는 것은 스스로를 위해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에 관해 논의했다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그러면서 "기자 여러분들에게 알려줄 새로운 소식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힐 차관보는 특히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설득하기 위해 당근을 제시하거나 지난해 11월 6자회담에서 합의된 원칙성명의 내용을 변경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힐 차관보의 이같은 발언은 북한이 6자회담 복귀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금융제재 해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미국은 북한이 정부 차원에서 미국 달러화를 위조제작해 유통시키고 있다면서 북한측 금융거래 창구인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등 관련 기관들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힐 차관보는 우 부부장과의 회담에서 중국이 북한의 회담 복귀를 위해 좀더 압력을 가하도록 요청한 것으로 보입니다.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두 사람의 회담이 끝난 뒤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이 북한 핵 문제를 이용하면서 회담 복원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는 국제적인 비난여론을 주목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런 주장에 동의하거나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류 대변인의 발언이 힐 차관보와 우 부부장의 회담 결과를 반영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그동안 중국이 북한 핵과 관련해 가능한 역할을 다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밝혀왔습니다. 중국은 남한과 더불어 북한에 대한 최대 경제 지원국입니다. 류 대변인은 "중국은 한반도의 핵 문제 해결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를 이용해 어떤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힐 차관보의 이번 아시아 순방과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방문국 정부 관계자들과 최근 미국 언론에 보도됐던 북한과의 평화협정 체결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점입니다. 미-북 간 평화협정 체결은 그동안 북한이 줄곧 요구해온 사안이며, 지난해 11월의 6자회담 원칙합의에도 포함돼 있습니다. 힐 차관보는 우다웨이 부부장과의 회담에서 평화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적당한 장소에서 적당한 동반국들과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것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습니다. 힐 차관보는 더이상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부쉬 행정부 내부에서 6자회담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 문제를 협상하는 쪽으로 방침이 섰으며 부쉬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승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평화협정 협상에는 6자회담 당사국 가운데 일본과 러시아를 제외한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 네 나라가 참가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중국 방문에 이어 25일 저녁 한국에 도착했으며 26일에는 일본으로 향할 예정입니다. 힐 차관보는 이들 두 나라에서도 베이징에서와 같은 주제로 논의를 할 전망이지만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도록 하기 위한 묘안은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6자회담 재개의 관건은 미국과 북한이 좀더 터놓고 직접 대화하는 데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