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북한, 경의선과 동해선 열차 시험운행 취소 통보


북한은 25일로 예정된 경의선과 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을 하루 앞둔 24일 남한측에 전화통지문을 보내 시험운행을 취소한다고 전격 통보했습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한 교착상태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순조롭게 진전을 이뤄온 남북관계가 당분간 경색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북한의 일방적 결정의 배경과 향후 남북관계 전망을 살펴봅니다.

북한은 24일 전화통지문에서 남북한 당국의 군사적 보장조치 결여와 남한의 국내정세를 거론하면서, 25일로 예정된 경의선과 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을 취소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습니다.

북한은 `북남 철도 및 도로연결 실무접촉' 북한측 단장인 박정성 철도성 국장 명의로 된 이 전통문에서 남한 내부 정세와 관련해 `친미, 극우보수 세력들이 존엄 높은 공화국기를 악질적으로 불태우고 6.15 세력에게 매일같이 무모한 반격을 가하며 나라의 정세를 극도로 험악한 대결과 전쟁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다'고 취소 이유를 언급했습니다.

남북한 양측은 지난 13일 실무접촉에서 열차 시험운행과 관련해 분 단위 일정까지 구체적으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이런 마당에 시험운행을 하루 앞두고 북한이 일방적으로 합의를 취소함에 따라 남북관계는 당분간 냉각기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우선 이달 말로 예정된 제 12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개최가 불투명해졌고, 특히 6월 말로 예정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북한 방문시 열차를 이용하는 방안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에서는 이번 일로 인한 파장이 오래 지속될 경우 김 전 대통령의 방북 자체가 불투명해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의 이번 결정은 지난 16일 부터 사흘 간 열린 남북 장성급회담이 아무런 합의 없이 결렬된 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이 회담에서 서해 해상경계선 재설정 문제를 거론하면서 군 당국 간 실무접촉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남한측은 이 문제를 포함한 군사 분야 현안을 국방장관 회담에서 논의하자며 북한의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이같은 상황으로 미뤄볼 때 북한의 이번 결정은 남북관계를 담당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와 내각의 열차 시험운행 방침에 군부가 강력히 제동을 건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남한 정부 당국자는 연합뉴스와의 회견에서 "북한 체제는 군부 중심의 통치가 이뤄지는 사회"라면서 "내부 입장조율 과정에서 군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북한의 이번 취소 통보는 전격적으로 이뤄지긴 했지만 기류변화는 이미 주 초부터 감지됐습니다. 북한은 22일 남한측의 열차 시험운행을 위한 실무접촉 제안을 거부한 데 이어 23일에는 시험운행 탑승자 명단을 교환하자는 제의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이 과정에서 서해 해상경계선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습니다.

한편 남한 정부는 통일부 명의의 성명을 통해 북한의 일방적 결정에 유감을 표시하면서 성의있는 조치를 촉구했습니다. 통일부는 성명에서 "남북한 당국간에 구체적인 행사 일정까지 합의된 상황에서 합의사항을 손쉽게 파기하는 것은 남북 화해협력과 한반도 정세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성명은 또 "남한 정부는 민족의 혈맥인 철도가 어떤 경우에도 합의한 대로 이어져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 열차 시험운행이 조속한 시일 내에 이뤄지도록 북측이 성의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신언상 통일부 차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측의 일방적 취소 결정에 남한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여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측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열차 시험운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조치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지만 기존의 대북한 지원과 경제협력을 유보하는 등의 조치가 있을 것으로 보는 견해는 거의 없습니다.

남북한은 오는 29일 개성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을 위한 제2차 실무접촉을 열 예정입니다. 또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는 대북 경공업 및 쌀 차관 지원 문제 등을 논의할 경협위 12차 회의가 예정돼 있습니다. 이 두 회의는 북한의 경의선과 동해선 열차 시험운행 취소가 앞으로 남북관계 전반에 미칠 파장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