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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히스페닉계 주도의 반이민법 시위 속에 두드러지는 소수인종 간 갈등


미국 내 화제가 되는 쟁점과 현안을 살펴 보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최근 미 전역에서는 반이민법에 항의해 히스패닉계가 주도하는 대규모 시위가 잇따라 열렸습니다.

문: 이와 관련해 소수인종 간 갈등이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지요.

답: 미국은 이민으로 이루어진 나라고 그런 만큼 수 많은 인종이 섞여 살고 있어 흔히들 인종의 용광로라고 합니다. 당연히 인종 간 갈등도 어제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최근의 반이민 시위를 놓고는 특히 흑인과 히스패닉계의 갈등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미국 내 다른 어느 지역보다 소수인종이 많고, 특히 히스패닉계가 흑인은 물론 백인의 수를 압도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좀더 심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불법이민자를 더 이상 받아들이지 말라는 반이민 시위에 참가한 흑인 사회활동가 헤이즈씨는 히스패닉계 불법 이민자들은 흑인들이 노예에 가까운 낮은 임금 때문에 하려 하지 않은 일들을 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문: 흑인들의 불만은 주로 히스패닉계 불법 이민자들 때문에 자신들이 낮은 임금을 감수해야 한다는 이유에서 비롯되는가 보군요.

답: 그렇습니다. 흑인들은 비록 노예로 미국땅에 오게 됐지만 미국에 오래 살면서 소수인종 가운데 가장 강력한 집단으로 자리잡았고, 불법 이민자는 극히 드문 게 사실입니다. 반면 히스패닉계는 미국 내 1천2백만에 가까운 불법 체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언어 등 미국사회에 동화돼 사는 데 도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멕시코 등 남미 출신이 대부분인 이들은 남미 지역의 임금이 워낙 낮아 미국에서 최저임금도 되지 않는 가격에 노동력을 제공하면서도 자신들의 출신국에 비해 훨씬 많은 소득을 벌어 들이고 있습니다. 흑인들은 이들 히스패닉계가 전체 임금수준을 낮춰 미국경제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로스앤젤레스는 현재 히스패닉계 이민자가 도시 인구의 절반을 넘어선 상태입니다.

문 : 히스패닉계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임금 외에 의사소통 등 다른 분야에서도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지요.

답: 로스앤젤레스에 가 보면 식당이나 호텔 등에서 허드렛 일을 하는 사람들이 거의 히스패닉계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은 `예스'나 `노' 를 빼고는 영어를 거의 한 마디도 하지 못한다고 해도 과장이 아닙니다. 불법 이민자들의 교육수준이 낮은 때문이기도 하지만, 히스패닉계가 과반수를 넘는 상황에서 영어를 배워야 할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는 점도 한 가지 이유일 것입니다.

지난해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영화 `크래쉬' (충돌) 의 한 장면을 보면 로스앤젤레스의 도로에서 차량 두 대가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는데요, 뒤에서 들이받은 여자는 히스패닉계고 받힌 사람은 한국 여성입니다. 그런데 둘 다 발음 등 영어 구사가 능숙하지 않아 대화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 특히 많은 히스패닉계와 한국계 이민자의 사례를 통해 시가 안고 있는 문제를 극적으로 드러내 보인 것입니다.

문 : 사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1992년에 흑인 폭동이 일어나서 당시 한국인 이민자들이 큰 피해를 입은 적이 있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당시 폭동도 오랫동안 누적된 소수인종들 사이의 불만이 로드니 킹 사건이라는 촉매를 통해 일시에 분출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LA 폭동 이후 14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 폭동사태의 원인이 됐던 인종 간 갈등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갈등은 도로에서 뿐 아니라 사업장, 학교, 심지어 교도소 등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습니다.

문: 흑인들은 히스패닉계가 자신들의 반이민법 시위를 과거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이끈 흑인 민권운동에 비유하는 데 대해서도 적이 못마땅해 한다고 하지요.

답: 흑인들은 자신들은 불법 이민자가 아닌 합법적인 미국 시민이며, 당시 민권운동은 오랫동안 노예상태에 있었던 상황에서 동등한 권리를 요구하는 정당한 주장이었다며 히스패닉계 반이민 운동과의 분명한 차이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흑인들은 또 흑인 민권운동은 아직 완결되지 않은 진행형의 일임에도 히스패닉계의 반이민 시위로 미국민들의 관심이 온통 옮겨 가면서 자칫 민권운동의 열기가 사그러들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밖에 앞서 말씀드린 대로 히스패닉계가 낮은 임금으로 자신들의 일자리를 뺏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이는 비단 히스패닉계 뿐 아니라 아시아계 등 다른 이민자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문: 사실 미국 내 소수인종 간 갈등은 이제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사회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정부나 단체 차원에서 이와 관련해 어떤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는지요.

답: 우선 법적으로 인종차별과 관련한 처사는 물론 발언도 범죄행위로 다루고 있습니다. 정부기관이나 사기업의 직원 채용에서도 인종 배분이 중요한 요소이고, 텔레비전 연속극에서도 인종에 따라 출연자들에게 골고루 배역을 주는 것이 일상화돼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인종간 갈등은 정부는 물론 각급 학교 교사, 고용주, 종교단체 등 사회 모든 분야에서 나서 적극적으로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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