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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지원단체, 식목일 기념 유실수 10만여그루 북한에 제공 [도성민]


‘일년의 계획은 곡식을 심는 것과 같은 것이 없고, 십년의 계획은 나무를 심는 것과 같은 것이 없다.(一年之計 莫如種穀, 十年之計 莫如種樹)’ 라는 말이 있는데요. 봄을 맞아 하늘도 청명해 나무 심기에 적당한 이맘 때, 한국에서는 국가 기념일인 ‘식목일’ 지정해서 10년을 내다보는 ‘푸른 산 푸른 숲 가꾸기’ 행사가 펼쳐집니다.

오늘은 남북한의 청소년단체 학생들이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인근에서 ‘우정의 나무’를 심었다는 훈훈한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어제는 산림황폐화를 막기 위해 2004년부터 연탄을 지원하고 있는 한국의 이 민간단체가 주관한 나무심기 행사가 있었는데 개성에서의 ‘봄 기운’ 전해왔습니다. 자세한 소식 VOA 서울통신원 연결해 알아봅니다.

VOA: 오늘 4월 5일 한국의 식목일이지요?

서울: 그렇습니다. 조선 순종이 직접 나무를 심은 것을 기념해 시작된 이 식목기념일이 일제치하 때인 1919년에는 4월3일로 정해졌다가 광복 이듬해인 1946년부터 현재까지 4월5일을 식목일로 정해 범국민적인 ‘나무심기의 날’로 여러 식목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4월 5일 식목일도 국가 공휴일이었는데, 제 61회를 맞는 올해 ‘식목일’부터는 주5일, 40시간 근무제 확대와 다른 나라에 비해 국가 지정 공휴일이 많다는 이유로 공휴일에서 기념일로 바뀌었구요. 또 다음달 열리는 531 지방선거의 영향으로 그동안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서 무료로 진행되었던 대규모 나무묘목 나눠주기 행사도 없어지면서 ‘식목일’도 예전 같지 않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VOA: 그러군요. 하지만 ‘나무심기’라는 것이 단기간 안에 그 변화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10년 세월을 두고 투자해야 한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서울: 그렇습니다. 그래서 식목일이 공휴일이 아니어도. 또 꼭 식목일이 아니어도 나무를 심는 것은 10년, 20년 후대를 위한 중요한 투자, 좋은 공기와 울창한 숲을 남길 수 있는 일종의 앞서 사는 사람들의 의무라고 할 수도 있는데요. 사실 북한도 지난 95년 100년만의 대홍수를 겪으면서 나무심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대적인 주력사업으로 펼치고 있는데. 지난 97년 부터는 국토관리사업으로 또 99년부터는 3월 2일을 ‘식수절’로 지정하고 이때를 전후해 북한주민들의 나무심기를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VOA: 자, 이런 나무심기 행사가 어제 북한 개성에서 열렸네요. 잣나무 10만 그루가 판문점을 넘어 개성에 들어간 것이지요?

서울: 그렇습니다. 개성공단이 내려다보이는 야산에 심을 계획으로 잣나무 3년생 10만 그루, 대추나무 1,500그루가 어제 4일 아침 경의선 CIQ을 통해 북측에 전달되었습니다. 이 나무심기 행사는 지난 2004년부터 금강산 온정리에 연탄을 지원하고 있는 대북지원단체 (사)사랑의연탄나눔운동이 주관했는데요.

땔감 채취로 북한의 산림이 황폐화 된 만큼 나무땔감을 대신할 연탄을 제공해 주고 또 그 빈자리에 다시 나무를 심어 울창한 숲을 만들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사)사랑의 연탄나눔운동의 원기준 사무총장은 지난 겨울에 비해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진 개성시내의 모습을 보면서 순풍의 ‘봄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 아직 꽃이 활짝 피었다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은데 개성시내에 다니다 보니까 시 지난 겨울에 내내 다니면서 거리의 사람들을 많이 보지는 못했었는데, 벌써 날씨가 따뜻해지니까 길에 나오는 사람들이 많았고, 밭에서 밭을 일구는 분들도 굉장히 많았고.. 아무래도 봄을 준비하는 움직임들이 바빠지는 것 같습니다.”

VOA : 북한의 따스한 ‘봄바람’을 맞으면서 나무를 심는 다는 것.. 한국사람들에게도 조금은 뜻 깊은 시간이었을 것 같은데요. 193명의 한국사람들이 함께 했다구요.

서울 : 그렇습니다. 4월 안으로 ‘2006 개성나무심기’에 참여할 한국사람들의 가운데 첫번재 팀 193명인데요. 어제 아침 6시 50분 서울을 출발해 8시경 개성에 도착했고, 한사람에 10그루씩의 잣나무를 심은 뒤, 또 북한식 점심을 먹고, 선죽교과 고려박물관..개성공단의 생산현장을 둘러본 뒤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제는 개성과 서울도 일일생활권이라고 하기에 충분한 것 같습니다. 의미 있는 식목행사에 북한의 문화와 남북경제협력의 장을 두루두루 살피고 돌아왔으니까요. 사실 어제는 한반도 지역에 비소식이 있었습니다. 오후 들어 서울지역은 비가 잦아지긴 했지만, 개성지역에는 적은 양이지만 비가 계속 내렸었거든요. 그래서 어려움이 없었을까 했는데 오히려 땅이 촉촉해져서 나무심기에 적당했고 흩뿌리는 정도의 비였기 때문에 시원한 느낌이었다고 합니다.

VOA: 이번 행사의 공식 명칭이 ‘2006 개성 나무심기’인가요?

서울: 네. 한국에서도 대개 큰 규모의 행사가 있으면 행사의 공식명칭을 현수막으로 내걸기도 하는데요. 북측에서는 한국에서는 쉽게 표현하는 ‘행사’라는 수식어 보다는 ‘사업’이라는 용어를 쓴다고 하네요. 그래서 ‘어떤 행사를 합시다’라는 말 보다는 ‘ ~사업을 합시다’ 이렇게 표현해야 한다고 합니다.

“ 북쪽에서는 행사라는 말을 싫어합니다. 일과성 행사다 해서.. 저희는 주로 사업이라는 말을 많이 쓰거든요. 아무래도 문화적 차이인데요. 행사라고 하는 것은 보여주는 것이라고 이해를 하기 때문에 남쪽에서 어떤 행사를 하자 하면 거부감을 갖고 계세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사업을 하자~ 좋은 일을 하자는 의미에서 ‘사업’이라는 말을 하지요.”

VOA: 개성시 인근의 ‘진봉산’ 에 나무를 심었네요. 개성공단 하고도 가깝다면서요?

서울: 네. 개성공단이 내려다보이는... 개성공단에서 보면 서쪽에 있는 해발 350m의 야산인데. 자생적으로 자라난 소나무가 조금씩 올라오고는 있지만 북한의 도시 인근의 여는 산처럼 벌거숭이 민둥산이라고 하는데요. 이 진봉산 기슭에 어제 3년생 잣나무 2천 그루를 식재한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 모레인 4월7일, 10일 17일, 19일 네 차례 더 모두 1000여명의 한국사람들이 총 1만 그루의 잣나무를 심어, 10년 뒤 울창한 숲이 되는 그 밑그림을 그리고, 앞으로 수년에 걸쳐 이 진봉산을 가꾸어 성공적인 북한지역 산림녹화의 모델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기왕이면 북한사람들이 바라는 숲을 만들어 주기 위해 어떤 나무를 원하는지 물었더니 나중에 소득이 될 수 있는 유실수로 잣나무와 대추나무를 꼽았다고 합니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겠습니다만 통일은 정말 말로 하는 것이 나이고 급하다고 되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한 걸음 한걸음 지금부터 나무 한걸음을 심는 마음으로 여러 가지 우리들이 차분하게 일을 시작해야만 10년이 아니라 20년, 30년이 되더라도 그때 제대로 열매를 맺고 통일도 이루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VOA : 잣이 열리고 대추가 열릴 때가 되면, 남과 북의 관계에도 어떤 열매를 맺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군요.

서울 : 요즘은 묘목도 개량종이 많아서 열매를 맺는 시기가 빨라지기도 했지만 적어도 제대로 된 열매를 수확하려면 앞으로 10년 정도는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VOA: 이번 개성 나무심기 ‘사업’ 진행도 순탄치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원래는 지난달에 나무심기를 끝낼 계획이었던 것으로 아는데요.

서울: 네. 지난달 27일 시작해서 29일, 31일 이렇게 사흘간 진행할 예정이었었는데 북측과의 절차상의 문제로 열흘 정도의 협의하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합니다. 이 절차상의 문제라는 것이 행사 참여자에게 방북을 허가한다는 초청장의 문제인데 아이들과 여성들의 참여는 곤란하다는 것이 북측의 입장이었다고 합니다.

본래 이 행사가 통일을 꿈꾸는 꿈나무를 심자는 의미를 담고 있어서 300여명의 초.중.고등학생들이 참여할 예정이었고, 또 이번에 다수의 여당 국회의원들이 함께 했는데 부부동반의 행사를 계획하면서 이들을 포함해 초청장 명단을 보낸 것이 문제였고 이를 둘러싼 의견을 조율하는 데 열흘이 넘는 시간이 걸린 것입니다.

“ 학생들이 ‘통일 꿈나무’고 하니까 아이들이 가는 것이 의미가 있겠다 해서 아이들도 300명이 넘게 신청했구요. ‘가정주부’라고 저희가 쉽게 생각하고 넣었는데 북측에서는 이런 큰 사업에 애들이 뭐하려고 여길 오느냐 가정주부가 뭐 할 일이 있겠느냐~ 이런 생각으로 그분들 초청장 명단을 좀 곤란하다 연락이 왔어요. 그런 오해들은 자주만나면 쉽게 풀리구요. 그렇게 만나다 보니까 이제는 웬만한 일은 잘 넘어갑니다.”

서울: 요즘 개성지역에서의 남북한의 협의도 활발하고 해서 서로의 의사를 교환하는 방법도 훨씬 수월하지 않을까 했었는데 아직도 한국과 북한 사이는 쉽게 들었다 놓았다 하는 전화가 아니라...전화통지문 fax를 보내고 답장을 받고, 또 약속을 통해 초청장을 받아야 개성에 들어갈 수 있는 조금은 구시대적인 방법을 쓰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직접 목소리를 들으면서 말하거나 보면서 의논하는 것 보다는 일 처리가 느려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어제 나무심기에는 북한의 민경련 책임자들과 개성지역의 최고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지도층 10여명이 함께 나무도 나르고 이야기도 나누고 했는데요. 그동안 금강산과 개성지역에 연료용 연탄을 보낼 수 있는 자금을 지원해 준 한국의 후원자들과 뜻깊은 시간을 나눴다고 합니다.

“저희들이 재작년에 시작할 때 제일 걱정이 돈 걱정이었는데요, 돈 보다는 역시 마음이 모아지고 뜻이 모아지면 못할 것이 없다고 .. 그동안은 저희들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참여하시고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잣나무 10만 본이 한 3천만원정도 되거든요, 적지 않은 양인데.. 연탄 한 장 값과 똑같습니다. 그래서 연탄 한 장이 주는 의미도 있고 또 잣나무 한 그루가 주는 의미도 같기 때문에 그래서 저희들이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서울 : 남측 참여자들은 식수행사를 마치고 개성공단에서 옷을 만드는 업체를 방문했는데요. 공장의 밝은 근로환경과 또 북한근로자들의 수준 높은 일솜씨도 참 반가운 모습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일하는 근로자들의 표정이 굉장히 밝더라고요. 봉제공장하면 굉장히 먼지가 많고 분위기가 어두운 것을 생각했었는데 굉장히 밝고 작업조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또 근로자들의 손놀림이 아주 익숙했고요. 저희들이 지나가면서 옷 만드는 과정 봤는데, 그게 한 2~3일 뒤면 남측의 백화점에 걸린다고 하더라구요. 너무 신기했구요. 너무 예쁘게 잘 만드는 근로자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저 옷을 자기가 입고 싶어하겠구나~ 그런 생각도 들었구요.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겠지요.”

VOA: 사랑의 연탄나눔 운동~ 올 한해도 여러 대북지원 사업이 계획되어 있군요.

서울: 네. 먼저 모레부터 4차례 개성 진봉산 식수가 이어지구요. 이어서 다음주 13일에는 지난해에 이어서 금강산 지역에도 잣나무 10만 그루 심기 시작됩니다. 또 이 단체의 본연의 일인 연탄지원 사업이 이어지는 데요. 금강산 온정리 주민들에게는 예년과 같은양인 탄을 지원하고 금강산지역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적은 양이지만 개성지역에도 지난달까지의 30만장 지원에 이어 지속적인 연탄지원과 산림녹화사업을 병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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