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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위생월간 이면에 현실적 어려움을 토하는 탈북자들 [탈북자 통신 김민수]


북한에서는 해마다 3∼4월이 위생월간으로 지정되어 전국적으로 주민들이 거리와 마을 강하천 공장들에 대한 보수정비에 동원되고 있습니다. 겨울철에 방치되었던 각종 시설을 정비하고, 깨끗한 환경을 조성하자는 것이 당국의 취지입니다.

그러나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위생월간 이면의 여러가지 현실적 어려움을 실토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김민수]통신원의 보도입니다.

김기혁(가명, 99년 입국)씨는 ‘위생월간’이 환경을 깨끗이 하자는 취지도 있지만 다른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기혁] “취지는 봄철을 맞으면서 환경을 깨끗이 하자는 취지로 하고 있는 데요 가장 큰 취지는 4월 달이 김일성이 생일입니다. 4월 15일이. 그때를 맞으면서 충성심 캠페인으로 더 치우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실제로 북한 당국은 위생월간에 주민들에게 “위생월간을 맞아 거리와 마을을 깨끗이 꾸려 사회주의 우월성을 높이 발양시키고, 태양절(김일성의 생일)을 뜻 깊게 맞이하자”고 독려하고 있다고 탈북자들은 말합니다.

위생월간에는 자기집 주변은 기본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그리고 인민반이나 기관. 기업소별로 도로, 강하천, 김일성.김정일 관련 시설을 나눠 정비를 하도록 당국에서 할당량을 정해 줍니다. 정비시 소요되는 자재나 도구들은 자체로 마련하고 있습니다.

[김기혁] “국가에서 (자재는) 보장은 안 해주고 무조건 하라고 할당량을 내리니까 주민들이 자기 돈을 내어서라도 (자재를) 구입을 해야 돼고, 아니면은 정 할 수 없는 사람은 도둑질이라도 해야지 검열에서 통과가 되기 때문에 참 3-4월이 되면 걱정이 앞서는 그런 날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모든 물자가 부족한 북한 땅에서 위생월간에 쓰일 자재들을 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자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할당된 과제를 수행하지 못하면 상급기관의 검열과 총화를 통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김기혁] “검열에서 통과가 안 되면 일단은 가정이라고 하지요. 가정들도 다 위생검열을 받는데 통과가 안 되면 엄청난 비판과 불이익이 따릅니다. 공장 기업소 같은 경우에는 영업정지를 당하고요.”

특히 김일성. 김정일 관련 시설인 혁명사적지, 기업소와 학교에 설치되어 있는 연구실, 도처에 있는 영생탑(김일성 관련)과 만수무강 축원탑(김정일관련)등의 위생사업을 맡은 부서는 더 고달픕니다. 이 시설들은 유리나 잔디, 커텐천, 페인트 등 북한에선 고급에 속하는 자재들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김기혁] “제일 먼저 진행해야 될 것이 김일성 김정일의 발자취가 어려 있다는 혁명사적지나 만수무강 축원탑, 영생탑 이런 것에 제일 먼저 위생사업을 해야 되는 데요, 그런 쪽에 하려면 자재가 필요하지 않습니까. 그런 자재들을 제일 먼저 구입을 해야 하는데 보장은 안 해주고 무조건 해야 되니까 그때는 정말 힘들고 고달프지요.” 북한은 감자고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전히 식량 사정이 열악합니다.

때문에 새싹이 나오는 봄이 되면 주민들은 모자라는 식량을 충당하기 위해 산나물 채취 등 대용식품을 확보하는 데 신경을 써야하지만 위생월간은 그 시간마저 박탈하고 있습니다. 유정선(가명, 2005년 입국) 씨가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유정선] “특별히 북한 경우는 봄 기간부터 정말 어렵게 사는 집들이 대부분이 많아요. 그렇게 먹고 살아가는 데 힘들어가지고 그런 곳에 정신을 많이 집중하고 정말 신경쓰고 살아가는데 이런 문제들이 있으면, 끼(니)를 에우기 위해서 식량도 사야 되고, 그런 돈이 없는데 횟가루 칠을 해라고 하면 그것도 만만치 않거든요 사려고 하면. 무엇이나 다 사서 해야 되니까.

많이 힘들어 하지요 그런 게 제기될 때마다.” 북한 주민들은 새해 벽두부터 공동사설 관철을 위한 새해 전투, 2월에 있는 김정일 생일 준비를 위한 충성의 전투에 이어 김일성 생일 준비(4월15일)와 위생월간 기간까지 쉴 새 없이 시달리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두 번째 봄을 맞고 있는 유정선 씨는 “언제 쯤이면 북한 주민들도 한국 사람들처럼 자유롭게 봄을 맛볼 수 있을까”라며 가슴 아파 했습니다.

[유정선] “이 남한에서는 봄이 되면 북한하고는 전혀 다르게 봄 나들이를 다니고 또 모든 건물이 봄색으로 변화되고, 나가면 정말 아 봄이구나 하는 그런 분위기로 일색화 되어 있는 것을 볼때 참 북한이 언제면 남한처럼 힘들지 않게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을까. 정말 봄이 힘들게 맞이하는 봄이 아니고 정말 그 봄을 맛보는 그런 나라가 될까....” 봄은 왔지만 북한에는 봄이 오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보내드린 탈북자 통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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