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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font color = 065883>[심층보도]</strong></font> 아랍 에미리트 회사의 미국 항만운영권 포기 - 그 정치적 파장


미국 내 6개 항만의 운영권을 인수하면서 열띤 안보 논란을 일으켰던 아랍에미리트 국적의 두바이 포츠 월드사가 9일 운영권을 미국 기업에 넘기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이 문제는 한달 만에 수습국면을 맞았습니다. 오늘은 이번 사태로 인한 정치적, 경제적 파장에 대해 윤국한 기자와 함께 살펴봅니다.

(문) 먼저 그동안의 경과를 좀 설명해 주십시요.

(윤) 두바이 포츠 월드사가 뉴욕과 뉴저지, 볼티모어, 펜실베이니아, 마이애미, 뉴올리언즈 등 미국 6개 항만의 운영권을 인수했다고 발표한 것은 지난달 10일 이었습니다. 이 회사는 아랍에미리트의 국영기업으로 68억달러에 항만운영권을 인수했는데, CNN 방송이 이 거래에 대해 처음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습니다. 이 방송의 경제 앵커인 루 답스씨는 2월13일 자신의 프로에서 이 거래로 `9/11 테러분자들과 중대한 연계가 있는 나라가 미국 항만에서 역할을 하게 됐다'며 위험성을 지적했습니다.

이후 한 달 동안 의회는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의원들까지 가세해 행정부를 압박했고, 급기야 하원 세출위원회는 8일 찬성 62대 반대 2의 압도적 표차로 두바이 포츠 월드사가 미국 항만을 운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부쉬 대통령은 공화당 의원들을 설득하는 한편 의회가 법안을 의결하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의회가 3분의2의 찬성으로 거부권을 기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애초의 입장을 바꿨습니다.

미 언론들은 백악관이 두바이 포츠 월드사에 대해 운영권을 포기하도록 요청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 회사는 9일 운영책임자인 에드워드 빌키씨의 성명을 통해 `미국과 두바이 간의 강력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운영권을 미국 회사에 넘기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문): 미국과 아랍국가들 간의 관계는 9/11 테러사태 이후 그렇잖아도 좋지 않은데 이번 일로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지 않겠습니까.

(윤) 아랍국가들의 반미감정은 잘 알려진 대로이고 또 어제 발표된 워싱턴포스트 신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이슬람에 대한 인식 역시 9/11 테러사태 직후보다 더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마당에 그동안 테러와의 전쟁에 어느 다른 나라보다 적극 협력했던 아랍에미리트의 국영기업에 대한 이번 처사는 아랍국가들을 분노하게 만들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사설에서 이번 일은 미국이 아랍국가들에게 '당신들이 아무리 현대화와 대미 협력의 길을 가더라도 미국인들은 알카에다와 당신들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분명한 메세지를 준 것이라며 우려했습니다. 이 신문은 이제 이슬람 국가라면 당연히 `왜 우리가 위험을 무릅쓰면서 미국과 우호관계를 유지해야 하느냐'는 의문을 갖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은 현재 전체 항만의 30%에 대한 운영권을 영국 등 다른 나라에 맡기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사태로 아랍국가들은 미국의 이중잣대에 대해서도 특히 불만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의 여파는 당장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는 9일로 예정됐던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아랍에미리트가 보잉사로 부터 구입을 희망했던 수천만달러 상당의 여객기를 포기하고 유럽국가들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문) 이번 사태의 와중에 의회는 두바이 포츠 월드사가 미국 내 항만 운영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의결하는 것 외에 앞으로도 다른 유사한 사례를 방지하는 입법을 하겠다고 밝히지 않았습니까. 이른바 경제 안보주의가 자유무역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윤) 미국은 현재 엄청난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만큼 수입 대금 결제를 위해 외국으로부터의 직접투자가 절실히 필요한 입장입니다. 이 때문에 연방정부 뿐아니라 주 정부들도 외국 정부와 기업의 투자를 적극 유치하려 하고 있는 마당에 이번 사태는 아랍국가들의 대미 투자에 적잖이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성명을 통해 의회에 대해 "외국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를 여론의 히스테리로 인해 질식하도록 만든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상공회의소의 부르수 조스텐 수석부회장은 "국가안보란 이름 아래 우리 경제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법을 이행하는 것은 중대한 실수"라고 말했습니다.

(문) 이번 일로 부쉬 대통령의 지도력도 크게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오던데요.

(윤) 그렇습니다. 부쉬 대통령은 애초 의회가 이 거래에 강력히 반대하면서 법안 의결을 다짐하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으름짱을 놨고, 또 민주당과 함께 반대에 나선 공화당 소속 의원들을 설득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 세출위는 두바이 포츠 월드사의 미국 내 항만 운영에 반대하는 법안을 62 대 2라는 압도적 차이로 의결했습니다.

데니스 헤스타트 하원의장과 빌 프리스트 상원 대표 등 공화당 지도부는 8일 백악관에서 부쉬 대통령을 만나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의회에서 기각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결국 백악관은 올 가을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더이상의 당내 분열과 이로 인한 정치적 피해를 막기 위해 아랍에미리트 측에 운영권 포기를 종용한 것입니다.

부쉬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물론 여론을 설득하지 못함으로써 당 소속 의원들에 대한 장악력이 크게 떨어지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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