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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한 돈세탁 관련 홍콩 델타은행 제재 - 북한 정부 강력반발  


북한의 위조지폐와 마약 거래 및 돈세탁 등을 지원한 혐의로 미국 정부가 최근 홍콩 소재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에 대해 금융거래 정지 조처를 취하자 북한측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6자회담에 불참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으며, 한국 정부는 미국측이 이 문제와 관련해 북한과 양자대화를 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4차 6자회담에서는 북한이 미국과 한국, 일본 등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는 대신 핵 계획을 포기하기로 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 핵 문제와 관련한 오랜 논란에 한 줄기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된 듯 했습니다.

하지만 합의 바로 다음날 경수로 지원 시기를 놓고 북한과 미국이 첨예한 견해차를 드러내면서 6자회담은 다시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마카오에 있는, 방코 델타 아시아은행에 대한 미국의 금융제재는 6자회담 개최 자체를 위태롭게 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산케이신문은 4일 익명의 워싱턴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은 미국과 직접 금융제재 해제 문제를 협의하기 전에는 6자회담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통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위조지폐 등 문제는 6자회담과 무관한 일이라는 미국측 입장을 옹호하면서도, 미국과 북한이 직접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정동영 한국 통일부장관은 5일 6자회담의 합의는 북한 핵 문제에 초점이 맞춰진 것인 만큼 다른 문제와 분리돼야 한다면서, 위조지폐 등 북한과 미국 간 다른 현안들은 두 나라가 양자협의를 통해 풀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 장관은 미사일 문제와 생화학무기, 재래식 군사력, 인권, 마약, 위조지폐 등을 북한에 대한 미국의 6대 현안으로 꼽으면서 금융제재 등을 놓고 미국과 북한 간에 마찰이 빚어지고 있는 데 대해 "이런 장애물을 예측했지만 너무 일찍 초반에 불거진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

6자회담의 한국측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부 차관보도 한국 언론과의 회견에서 원칙적으로 6자회담과 마카오 금융 문제는 직접 연결된 것은 아니라면서도 "이 문제가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상황이 빨리 처리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송 차관보는 미국의 금융제재 문제를 `6자회담으로 가는 길에 발생한 일종의 접촉사고'에 비유했습니다.

송 차관보는 북한과 미국 간 직접대화를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6자회담이 계속 진행되기를 원한다면 서둘러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정동영 장관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북한과 미국 간 양자협의를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송 차관보는 그러나 북한이 6자회담 불참을 미국측에 통보했다는 산케이신문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송 차관보는 또 한국과 중국은 1월에 6자회담을 열 필요성에 대해 합의했다면서, 아울러 6자회담 이전에 한국의 제주도에서 비공식 회의를 여는 데 대해서도 참가국들 사이에 의견이 모아진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6자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 9월에 열린 회담에서 북한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금융제재 문제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자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김 부상이 미국을 방문할 것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김 부상은 이에 따라 9일 뉴욕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미국측이 그의 방문 중 미국측 고위 인사와의 면담은 없으며 하급 재무부 관리가 제재와 관련한 실무적 내용만을 설명할 것이라고 하자 반발하며 방문계획을 취소했습니다.

워싱턴의 한반도 관측통들은 이번 일을 부쉬 행정부 내부에서 북한에 대한 외교적 신축성이 줄어들고 있는 징후로 파악하면서, 최근 워싱턴에서 대북한 강경론이 차츰 힘을 얻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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