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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font color = 065883>[심층보도]</font></strong> 레닌의 시신 어떻게 하나? - 소련 붕괴 후 고민에 빠진 러시아


지금으로부터 거의 80년 전, 방부처리된 블라디미르 레닌의 시신이 모스크바 [붉은 광장]의 정교하게 만들어진 능묘에 안치됐습니다.

구소련 시절에는 참배객들이 러시아 볼쉐비키 혁명을 통해 역사의 방향을 바꾸어 놓았던 공산주의 지도자 레닌의 유해를 잠시 스쳐 지나가면서 볼 기회를 갖기 위해 능묘 앞에서 줄곧 몇시간을 줄을 서서 기다리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시대는 바뀌어 지금 러시아 인들은 레닌의 시신을 그대로 이곳에 놔 둘 것이냐의 여부를 놓고 논쟁이 한창입니다. VOA 모스크바 특파원이 보내온 이에 관한 자세한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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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을 보기를 갈망하는 참배객들이 장사진을 이루던 모습은 이제는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일주일에 사흘은 한때 러시아 혁명 지도자의 영묘로서 우러러 보던 흑적색의 석조 영묘에 사람들이 걸어 내려갈 수가 있습니다.

레닌은 유리관 속에서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누워있고, 그의 얼굴은 거의 밀랍 형상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레닌의 관을 둘러보고 난 후에 참배객들은 독재자 조세프 스탈린 등 다른 소비에트 지도자의 무덤을 보기 위해 밖으로 돌아나옵니다.

블라디미르 레닌은 1924년에 사망했습니다. 기술자들은 레닌의 유해를 국가비밀로 방부처리했습니다.

과거에 그에 대한 개인 숭배는 그의 유해를 이런 방식으로 계속 보존할 것이냐 하는 어떤 물음도 침묵시켰습니다.

그러나 1991년 소련이 붕괴되면서 그의 유해를 계속 모스크바 중심부에 놔둘 것이냐 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다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최근에 이르러 관리들은 오래 전에 죽은 레닌의 유해를 이제는 다른 곳으로 이장할 때가 되었다고 다시 제의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는 논쟁이 찬반 양론으로 갈라져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레닌의 영묘를 찾는 참배객들을 대상으로 한 약식 조사가 이것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세르게이와 올가는 러시아 극동지방에서 모스크바를 방문하기 위해 온 부부입니다.

세르게이 씨는 미래 역사의 러시아인 들에게 상기시켜 주기 위해 레닌의 유해를 현재의 영묘에 그대로 놔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세르게이 씨의 아내인 올가 부인의 의견은 다릅니다.

올가 부인은 사후에 사람을 숭배하는 것은 기독교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올가 부인의 종교에 관한 논평은 구소련 시절의 공식적인 무신론이 끝난 후 점차 영향력을 더해가고 있는 러시아 정교회의 우려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교회 지도자들은 그동안 유해를 방부처리해 사람들이 보게 만드는 것은 기독교 전통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말년에 레닌이 자신이 죽으면 러시아 제 2의 도시 상트 페테르스부르크의 어머니 무덤 옆에 묻히고 싶다는 유언을 했다는 점을 들어 이런 주장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83세의 올가 울리야노바 부인은 이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울리야노바 부인은 어떤 권위를 갖고 말합니다.

올가 울리야노바 부인은 레닌의 조카딸로 현재 생존해 있는 가장 가까운 친척입니다.

올가 울리야노바 부인은 그 당시 53세의 레닌은 아직 젊어서 그런 유언을 남길 나이도 아니었고, 또한 중차대한 국가대사에 매달려서 그런 사사로운 일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울리야노바 부인은 레닌의 유해가 현 능묘에 그대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울리야노바 부인의 논평은 레닌 유해 이장에 강력히 반대해온 러시아 공산당의 입장과 일치합니다.

1990년대 초에 레닌 유해의 이장 문제가 처음 거론됐을 때 러시아 공산당은 대규모 시가행진을 벌이며, 레닌의 유해 이전 논의를 비난했습니다.

러시아 정교회의 원로지도자 중의 한 사람이며 모스크바 교구의 홍보국장인 메트로폴리탄 키릴 씨는 이 문제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며, 이 문제를 결론내기 위해 국민투표를 제의하고 있습니다.

키릴 씨는 종교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를 고려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레닌의 유해를 매장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키릴 씨는 정치적인 격정을 피하기 위해 어떤 결정도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키릴 씨는 러시아 사회는 이미 투쟁으로 긴장돼 있기 때문에 행동은 국민의 화해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모스크바 여론재단의 사회학자인 이반 클리모프 씨는 이같이 민감한 문제는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클리모프 씨는 의미있는 토론은 정치적 토대가 아닌 사회 문화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클리모프 씨는 최근 모스크바 여론재단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러시아 인의 56%가 레닌의 매장에 찬성하지만, 이와 비슷한 숫자의 러시아 인들이 또한 레닌이 러시아를 위해 “나쁜 일보다 좋은 일을 더 많이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장에 레닌 유해의 장래에 관한 어떤 결론이 나올 것 같지 않기 때문에 러시아의 구소련에 관한 완전한 토론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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