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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본 전 조선노동당원의 북한 노동당 창당 60주년 기념 행사 [탈북자 통신 : 김민수]


10일 북한에서는 노동당 창건 60주년을 맞아 성대한 기념행사가 열렸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총대철학과 선군사상’을 강조하는 당 창건 60돌 행사를 한국에서 지켜본 전 조선노동당원 김철(가명. 69세)씨는 답답한 속내를 털어놓았습니다.

어린 시절 김철 씨에게 조선노동당은 노동계급을 위한 전위대, 인민을 위해서 헌신하는 당으로 인식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당은 “당 총비서 개인의 종속물로 전락”됐고 “독재를 합리화하는 기구로 전락”됐다고 김철 씨는 말합니다. 김씨는 “당이 인민을 위해 복무한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이것은 “빈껍데기에 불과하다”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김철 씨는 “북한 사회가 조락(凋落)하게 되자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선군정치”라며 북한 당국이 당 창건 60돌 기념행사에서 선군사상을 강조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는 북한 통치집단은 “체제가 무너지는 그날까지 선군사상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앞으로도 아마 이 선군사상이라고 하는 지도이념을 버리지 않을 거예요. 죽는 그날까지. 체제가 무너지는 그날까지. 왜냐하면 역사는 어느 나라나 할 것 없이 막다른 골목에 들어섰을 때는 반드시 어떤 계엄령과 같은 군사통치를 강화했다. 북한이 바로 그런 꼴이지.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김정일 1인 독재체제를 지탱하는 하위기관으로 전락한 노동당이지만 북한 주민들은 당원이 되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합니다. 당원이 되지 못하면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기 때문입니다. 김철 씨의 설명을 들어보겠습니다.

“왜냐하면 당원이 아니면 모든 사회생활에서 어떤 이러저런 불이익이 차려지거나 또 사람답게 평가를 받지 못하는 그런 게 있다. 두 번째는 따라서 당원이 돼야만 승진할 수 있다.”

당원이 되는 첫째 조건은 “출신성분”에 이상이 없어야 합니다. “성분이 나쁘면 아무리 당과 혁명을 위해 몸 바쳐 일을 해도 당원”이 될 수 없습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당 조직으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 각자의 사업장에서 남다른 노력을 하는 것입니다.

“우선 토대가 되느냐. 성분이 나쁘면 아무리 당과 혁명을 위해서 몸 바쳐 일을 해도 당원이 못된다. 다음은 성분이 좋은 사람이 당원이 되기 위해서는 당 조직으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된다. 인정을 받자고 하면 우선 당과 수령이 내놓은 시책을 말 그대로 충성으로 받들고 집행해야 된다. 특히 여기서 남다른 모범을 보여줬을 때라야만이 당원이 될 수 있다.”

북한 청년들은 당원이 되기 위해 수년간 군대에서 복무하거나 군입대를 못하는 청년들은 온갖 궂은 공사에 투입되는 돌격대에 나가기도 합니다. 김철 씨는 5년간의 군생활, 4년간의 대학생활, 8년간의 교원 생활을 거쳐서야 당원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가 당원증을 처음 받아 쥐었을 땐 나도 “사람다운 가치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 이제부터 나도 남들처럼 떳떳하게 말하고 생활할 수 있다”고 기뻐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당원이라고 하는 자부심”은 옅어져만 갔고 끝내 당에 대한 신뢰마저 무너졌다고 합니다.

“그 이후에 한 20-30년간 당생활을 하면서 내가 느낀 것은 당원이라고 하는 자부심보다도 헝클러져가는 사회에 대한 모습에서 참으로 정말 안타까운 따라서 당원이라고 하는 자랑보다도 사회 현실에 너무나도.... 말하자면 사회에 대한 불안심리, 위험하다고까지 느끼는 이런 생각을 많이 가졌어요.”

북한 주민들 사이에는 “당을 따라가면 우리는 죽는다”는 우수갯소리가 돈다고 합니다. 북한 주민들의 당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김철 씨에 따르면 식량난 이전만 해도 당에 대한 인식이 이렇게 부정적이지 않았습니다.

“90년대 이전, 북한 경제가 하락되기 이전에는 그래도 북한 사회전반으로 볼 때 당에 대한 신임, 신뢰도가 높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90년대 이후 특히 식량난이 극심해지면서 당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 이렇게 볼 수 있어요.”

90년대 중반 식량난 속에서 당을 믿고 신뢰한 당원들과 주민들은 무방비 상태에서 굶어 죽었다고 김철 씨는 전했습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당에 충성을 한다는 사람들이 당에서 설마 굶어 죽이랴 이런 기대감을 다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정작 식량난이 봉착해서 배급을 제대로 주지 못하고 공급되지 않다보니까 어디 순간에 무방비 상태에서 당한 거에요. 그래서 굶어 죽은 사람이 많다 이런 말이지요.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어머니 당이 굶겨 죽일 수 없다. 이건 한 순간일 것이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먼저 굶어 죽었고, 당을 믿지 못해 기를 쓰고 뙈기밭을 일구거나 장사를 한 사람들은 살아남게 된 것입니다.

북한의 당 기관에는 “어디라 할 것 없이 인민을 위하며 복무함”이라는 구호가 있다고 합니다. 김철 씨는 창건 60돌을 맞은 조선노동당이 “개인을 내세워서 독재를 합리화 하는데 전념하지 말고, 말 그대로 인민을 위해서 복무하면 당이 백성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산다”고 지적했습니다.

“당 기관에 가게되면 어디라 할 것없이 인민을 위하여 복무함이라는 구호가 붙어 있습니다. 어느 당기관에 가든지 인민을 위하여 복무함. 그 구호대로 참말로 인민을 위해서 해줬으면 좋겠다. 그럴 때 인민이 진짜 당을 따르고 신뢰하고 그렇지 않겠느냐 나는 그렇게 생각됩니다. 개인을 내세워서 독재를 합리화 하는데 전념하지 말고, 말 그대로 인민을 위해서 복무하면 당이 백성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산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보내드린 탈북자 통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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