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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신문들, 6자회담 결과에 희망, 우려등 논평 다양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20일자 사설에서 북한 핵 합의를 긍정 평가하면서도 앞으로 이행 과정이 결코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언론들은 또 이번 합의는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양자회담을 피하고 중국 등 주변국들을 참여시켜 북한에 다양한 압박을 가한 것이 주효했다면서 합의가 제대로 이행된다면 이는 미국 외교의 큰 승리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들은 그러면서도 이번 합의는 많은 핵심쟁점들을 건드리지 않은 채 비켜간 것인 만큼 앞으로 이행과정에서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먼저 뉴욕타임스는 이번 합의를 보면 외교가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구체적인 내용들이 만족스럽게 이행된다면 미국에게 엄청난 승리일 뿐 아니라 북한에게도 좋은 합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이번 합의는 미국이 대북 적대 전술을 포기하고 진지한 협상에 나섰기 때문에 가능했다. 라이스 장관은 이같은 전술 변화에 가장 큰 공이 있는 사람이며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도 빼어난 협상기술로 이를 뒷받침했다.

이번 합의는 그동안 줄곧 북한이 값비싼 외교적 고립을 끝내고 체제에 대한 생존보장을 바라고 있으며 이를 위해 핵무기를 협상카드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해온 이들의 말이 옳았음을 보여준 것 같다. 북한이 이번 합의를 지킨다면 주권국으로 국제사회에 받아들여져야 한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사설에서 이번 합의는 미국 외교의 승리라면서, 1994년 북한과 미국이 서명한 기본합의와 이번 합의가 다른 점은 중국이 합의에 개입하고 있는 점이라고 밝혔습니다.

[ 이번 합의는 과거와는 달리 지켜질 것이라고 믿을 수 있는 중요한 한 가지 이유가 있다. 즉, 중국이 한반도의 비핵화에 사활적 이해가 걸려 있으며 미국 및 일본과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점이다. 중국은 북한을 압박해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며 이는 북한과의 양자회담이 아닌 6자회담을 주장해온 부시 대통령의 말이 맞았음을 확인하는 것이다.

중국의 개입은 클린턴 행정부가 1994년 김정일과 맺은 기본합의에서는 없었던 핵심 요소다. 사실 북한은 과거 약속들을 거의 다 어겼기 때문에 북한의 말 자체는 소용이 없다.

일부에서 이번 합의를 외교의 승리로만 묘사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만일 부시 대통령이 존 케리나 콜린 파월 등 미국이 북한과 직접협상을 하도록 촉구한 사람들의 말을 따랐다면 이번 합의는 없었을 것이다. 또 미국이 북한을 압박해 불법수출과 확산으로 얻는 돈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지 않았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은 북한이 이번 합의를 이행하고 있다는 것을 검증하는 일을 도울 것으로 믿는다. 합의가 잘 이행되면 북한은 이라크와 파키스탄의 칸 넷트웍, 그리고 리비아와 함께 반확산이 성공한 사례로 추가될 수 있을 것이다. ]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합의가 놀랍고도 좋은 뉴스라면서도 과거의 행적을 들어 북한에 대한 깊은 불신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 합의는 놀랍고 좋은 뉴스지만 위험 또한 상당하다. 만일 북한의 약속이 진지한 것이 아니라면 이번 합의는 단지 김정일 정권에 대한 외부의 좀더 일치된 압박을 물리치면서 이웃으로부터 북한이 받는 식량과 에너지 생명선을 유지하고 늘리는 것이 될 뿐이다. 북한이 노리는 것은 진정한 핵 비무장이라기 보다는 이런 것임을 그동안의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이번 합의를 지키려면 김정일 정권은 스스로 보유를 주장하고 있는 알려지지 않은 수의 핵무기를 공개하고 해체해야 한다. 또 영변 원자로와 숨겨진 우라늄 농축시설을 폐기해야 한다. 수많은 자국민을 강제수용소에 가둬놓고 있는 북한과 같은 전제국가의 비무장을 완전히 검증할 수 있는 사찰절차를 생각하기는 어렵다.

김정일의 약속을 수용함으로써 부시 행정부는 진전에 장애로 보이는 것을 피하고 북한의 비무장에 외교적 초점을 계속 맞추고 있다. 4년반 만에 처음으로 부시 행정부는 일관된 전술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만일 김정일이 진지하다면 핵 폐기와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에 대한 합의가 비교적 신속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미 2년 이상 지속돼온 협상은 더 끌게 될 것이고 이는 미국과 전세계 안보에 불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북한이 합의 이후 곧바로 경수로가 제공돼야 핵을 폐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선 사실을 중요하게 언급하면서 바로 이 때문에 부시 행정부가 양자회담이 아닌 다자회담 형식을 택한 것은 좋은 판단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 북한이 합의가 있은 지 하루도 안돼 경수로를 제공하지 않으면 핵을 폐기할 수 없다고 한 것은 북한의 잘못된 행태에 비춰볼 때 전혀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미국과 북한은 각각 합의를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비타협적인 상황에 맞닥드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더 비합리적인 것은 분명하며 바로 이 때문에 부시 행정부는 다른 나라들이 협상에 개입하도록 했던 것이다.

이번 합의는 이 것을 가장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이들 조차 목표라기 보다는 원칙성명임을 인정하고 있다. 이 원칙을 적용하는 어려운 일은 11월 열리는 회담에서 시작될 것이다. 합의 직후 나온 북한의 담화로 이 협상은 이제 더 어렵게 됐다. 하지만 최소한 원칙은 이제 분명하다는 데 이번 합의의 가치가 있다. ]

주간 이코노미스트지 역시 그동안 6자회담이 상당기간 동안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합의는 환영할 만한 뉴스라면서, 하지만 이 합의가 위기를 완전히 끝내는 것은 전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 6자회담의 당사국들은 가장 어려운 문제들 일부를 옆으로 밀어내는 것으로 간신히 합의를 볼 수 있었다.

김정일의 예측불가능성과 그의 정권의 합의 불이행 역사를 돌이켜 볼 때 북한이 실제로 국제원자력기구 (IAEA) 사찰관들에게 핵시설을 개방하고, 이를 폐기하기 시작하기까지는 회담의 성공을 축하하기는 이르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핵 폐기와 관련한 일정표가 없다.

북한은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무기 제조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 제조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김정일 정권의 핵심에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누구든, 또 미국의 정보기관 조차 북한 우라늄 계획의 장소와 규모를 알지 못한다. 따라서 기구 사찰관들이 궁극적으로 입국이 허용된다 해도 모든 것을 다 본다고 확신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합의는 합의가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나은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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