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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출신 대입지원자들의 소감 [탈북자 통신: 최윤희]


요즘 한국의 대학들은 원서를 제출하기 위해 모여든 고등학생들로 흥성거리고 있습니다. 24살, 조금은 늦은 나이지만 탈북자 김희영 씨도 서울 지역에 있는 세 개 대학에 원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원서를 제출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합니다. 그녀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지금부터 만나보겠습니다.

김희영씨는 북한에 있을 때 몹시 대학에 가고 싶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출신성분이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꿈을 꺽어야 했습니다. “북한에서는 대학 가려고 하면은 집안 성분을 먼저 따지고 하다나니까, 집안성분이 나빠서 못 갔어요”

북한의 고등중학교 학생들이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먼저 각 고등중학교에서는 졸업시험을 통해 점수를 매겨 성적과 함께 학생들의 출신성분 자료를 시.군 교육부로 올립니다.

교육부에서는 성적과 출신성분을 따져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학생들을 추려냅니다.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출신성분이 낮을 경우 대학진학은 어렵습니다

북한에서 15년 동안 교사로 종사했던 이철민( 씨는 이런 사례를 직접 목격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 씨가 고등중학교 교사로 있을 때 모든 과목에서 10점 만점을 받아 최우등생이 되었던 한 남학생이, 아버지의 출신성분이 문제가 되어 협동농장 평농장원으로 전출되었습니다.

당시 북한에서는 “고등중학교 모든 과목에서 10점 만점을 맞고 최우등생으로 졸업”하게 되면 “군위원장 표창장과 함께 본인이 원하는 상급학교에 추천받을 수 있는 자격”을 준다는 규정이 있었지만 출신성분이 나쁜 이 남학생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규정이었습니다.

김희영 씨는 북한에서 좌절된 대학진학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지난 6개월간 부지런히 컴퓨터와 논술, 영어를 공부했습니다.

“대학가기 위해서 먼저 컴퓨터를 배웠고요 컴퓨터는 기본적인 거니까 컴퓨터를 배웠고요 그 다음 논술 시험도 보고 면접도 한다고 해서 논술도 배우고 과외로 영어도 배우고 그랬어요.”

그리고 최근 고대하던 대학에 입학원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김희영 씨는 입학원서를 제출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합니다. 김 씨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입학원서를 제출하기 위해 지원 대학에 갔다가 접수 창구 앞에서 한참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학교에 들어가서 하자니까 등록하는 것, 원서제출 원서를 주면 작성하라고 하는데 거기에서 많이 혼란가드라구요. 어떻게 써야 되는지 처음 쓰는 것이라 정말 많이 물어보며 거기서 했어요. 다른 학생들은 와서 한 5분이면 작성하고 가는 거 한 20분 붙들고 있고 그랬거든요.”

이미 이런 경험을 치른 탈북 대학생 문태성(서강대 3. 2000년 입국) 씨는 대학에 진학하려는 탈북자들이 입학원서 접수를 힘들어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원서 접수하는 데는 거의 학교에서 바라는 서류랑 학교에서 내는 양식에 알맞게 작성을 해가야 되는데 어떻게 보면 그걸 처음 접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그 양식 작성을 한데 있어서 대개 오차를 많이 범해요.”

김희영 씨에게 입학원서를 작성하는 일도 어려웠지만 큰 난관은 ‘자기소개서’였습니다. “그냥 말처럼 자기를 소개하는 글”이라고 가볍게 생각했지만 결코 만만치 않았다고 합니다. 대학에서 원하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하지 못해 한 차례 퇴짜를 맞은 김씨는 집으로 돌아와 이틀간을 자기소개서 쓰는데 투자해야 했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며 이틀간을 자기소개서를 쓰는데 거기 샘플들을 찾아보고 또 거기에 비춰 내가 생활한 것, 경험 이렇게 쓰게 되는데, 정말 말처럼 자기 소개소서가 쉽지 않더라구요. 너무나도 어려워서, 어 이렇게 자기를 소개하는 글이 어려운 거 처음 알았어요.”

김희영 씨처럼 대학진학을 원하는 탈북자들은 입학 초기부터 크고 작은 어려움들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문태성 씨는 대학진학을 원하는 탈북자들이 처음에는 어려움을 겪지만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고 격려를 보냈습니다.

“대학을 준비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 우선 자신의 마음 자세겠지요. 자세를 어떻게 갖고 입시준비를 하는 가에 따라서 모든 승패결정이 일어나기 때문에 사소한 일이나 어떠한 문제에서도 자신의 모든 것을 발휘해가지고 적극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대학에 들어가서도 공부하는 데 있어서도 어려운 점이나 그런 걸 다 극복하고 잘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추석이 끝나면 김희영 씨는 본격적으로 면접과 시험을 치러야 합니다. 부담감은 크지만 그래도 희영 씨의 마음은 희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대학에 지원하게 된 동기도 그 땅에서 성분으로 인해서 학교도 못 다녔고 대학에 다니려는 꿈도 포기해야 했으니까 이 땅에 와서 하려고 하는 것은 정말 내가 열심히 하면 무엇이나 할 수 있다는 것,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거 느꼈거든요. 그래서 대학에 입학만 된다면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할 거예요. 그래가지고 내 능력껏 정말 배운 것 만큼 이 나라와 국가를 위해서 사회를 위해서 또 내가 하는 일이 너무 기쁘게 즐겁게 정말 일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서울에서 보내드린 탈북자 통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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