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은 오랫동안 중국에 의해 '핵심 중의 핵심 이익'으로 간주되어 왔습니다.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5월 14일에서 15일에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에서 타이완 문제가 분명히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루비오 장관은 지난 8일 바티칸에서 타이완이 "이번 방문의 초점은 아닐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양국 정상의 타이완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이 주목됩니다.
미국, "우리의 정책은 변함없다"
루비오 장관은 지난 5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타이완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논의 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이어 8일 바티칸 주재 미국 대사관 기자회견에서도 타이완 문제가 반드시 거론될 것이라고 재확인하면서도, 이번 방중의 주된 목적은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루비오 장관은 "우리의 정책은 변함이 없다.”라며 미국의 입장을 다시 한 번 명확하게 밝혔습니다. 미국은 “현 상황을 강제로 바꾸려는 어떠한 시도도 원치 않으며, 그것(현상 변경)이 세계의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타이완 해협의 안정은 중국과 미국, 그리고 전 세계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이것이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며, 앞으로도 이를 지지하고 옹호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중국은 타이완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보며 무력 사용 위협도 불사하고 있습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7일 정례 브리핑에서 "타이완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이며, 중미 관계의 정치적 기반"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앞서 4월 30일 루비오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간의 전화 통화 당시, 중국 측은 왕 부장이 타이완을 미중 관계의 "가장 큰 위험 요소"로 지적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은 당시 통화에 대한 공식 성명을 내지 않았으나, 국무부는 VOA의 논평 요청에 "미국은 타이완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앞서 바티칸에서 루비오 장관은 미국과 중국이 서로의 입장을 잘 알고 있다며, “우리는 확실히 중국의 입장을 들었고, 우리의 입장도 중국 측에 확실히 전달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시진핑 주석,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타이완 무기 판매' 문제 제기 가능성
미국의 대타이완 무기 수출은 중국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켜 왔습니다.
지난 2025년 12월, 트럼프 행정부가 타이완에 대해 약 110억 달러 규모의 무기 판매 계획을 승인하자, 중국은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명했습니다. 이번 승인은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 두 번째로, 앞서 미국은 타이완에 대해 3억3천만 달러 규모의 전투기 판매 계획을 승인했습니다.
타이완에 대한 무기 판매 문제는 지난 2월 4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의 전화 통화에서도 거론됐습니다. 중국 정부 성명에 따르면, 시 주석은 “타이완 문제는 중국과 미국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으며, “미국은 타이완에 대한 무기 판매 문제를 각별히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에서 시 주석이 이 문제를 다시 꺼낼 것으로 예상합니다. 보니 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중국파워프로젝트 국장은 시 주석이 미국에 무기 제공을 중단할 것을 "간접적으로" 촉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린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과 같이 "두고 보자(We'll see)"라는 답변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기 판매가 타이완 방위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와 방위 산업에도 큰 이득이 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에 '안 하겠다'고 말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대규모 무기 거래가 정상회담 사이에 자꾸 성사될 경우 중국이 향후 회담 개최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린 국장은 지난해 12월 미국이 타이완에 대한 대규모 무기 판매를 승인한 후에도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개최할 의사를 보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해진 패턴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번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올해 세 차례 더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시 주석은 여름에 워싱턴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를 방문하거나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선진20개국(G20 ) 정상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준비 중입니다.
미국은 타이완과 공식적으로 외교 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타이완관계법(TRA)에 따라 타이완과 강력한 비공식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타이완의 주요 방어용 무기 및 서비스 공급국이기도 합니다.
미 의회 역시 초당적으로 오랫동안 타이완에 대한 방어용 무기 판매를 지지해 왔습니다. 또 타이완의 자위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방수권법(NDAA)에 관련 조항을 수시로 포함시켜 왔습니다. 또한 지난 2월 10일, 미국 하원은 ‘타이완보호법(Protect Taiwan Act)’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법에 따르면, 중국의 행동이 타이완의 안보를 위협할 경우, 미국은 중국을 국제 금융 기구에서 배제하게 됩니다.
중국의 '타이완 견제' 요구 가능성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3월 말에서 4월 초로 예정됐었던 중국 방문을 연기하자, 시진핑 주석은 4월 7일부터 12일까지 타이완의 제1야당인 국민당(KMT)의 정리원 주석을 초청해 이례적인 회담을 했습니다. 정리원 주석은 중국 방문 기간에 타이완 해협 양안의 사람들이 “같은 중국 국가에 속한다”는 시진핑 주석의 견해에 공감하며, “우리는 모두 중국인이며 한 가족”이라고 말했습니다.
보니 린 CSIS 중국파워프로젝트 국장은 정리원 타이완 국민당 주석의 발언이 시진핑 주석에게 유리한 입지를 마련해 주었다고 봅니다. 린 국장은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타이완의 주요 정당 지도자가 중국과 협력할 의사가 있으며, 우리도 그와 협력할 수 있음을 보여줄 수 있다”면서, “미국이 해야 할 일은 타이완을 제지하고 그 분리주의자들과의 협력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리원 주석의 발언은 타이완 총통실로부터 비판을 받았습니다. 타이완 총통실은 정 주석에 대해 “주권을 팔아넘기는 정치적 도구”라고 지칭했습니다. 타이완의 라이칭더 총통과 정부는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은 서로 종속관계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해 왔습니다. 중국은 라이칭더 현 타이완 대통령과 그의 민주진보당(DPP)을 “분리주의자”이자 “불온분자”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타이완 입법원이 지난 8일, 7천800억 타이완 달러(미화 약 250억 달러)를 상한선으로 하는 특별 국방 예산을 통과시켰다는 점입이다. 이 금액은 민진당 정부가 요청한 미화 400억 달러보다는 적지만, 미국에서 제조된 무기 구매를 보장하는 규모입니다.
정리원 타이완 국민당 주석은 이날(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타이완의 국가 안보는 양쪽 모두에서 확고히 구축되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충분히 강력한 국방력을 갖추어야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양안 평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양안 간 대화와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책 용어의 미묘한 변화 압박?
린 국장을 비롯한 관측통들은 시 주석이 미국의 타이완 정책 문구 수정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입장입니다.
린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타이완의 독립에 대한 미국의 반대 입장을 재고해야 한다는 점을 은근히 시사할 수도 있다.”며, “미국은 역사적으로 타이완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기 때문에, ‘지지하지 않는다’에서 ‘반대한다’로 입장을 전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 트럼프 대통령에게 타이완의 평화적 통일에 대한 미국의 지지 입장을 변경할 것을 제안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과거 미국은 대개 타이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지지하고 현상 유지에 대한 일방적인 변경을 반대해 왔다”라고 린 국장은 말했습니다.
일부 분석가들은 미국 정부의 타이완 정책 문구가 조금만 바뀌더라도 중국은 이를 중대한 변화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마크 몽고메리 사이버기술혁신 담당 선임 국장은 실제 변경 가능성을 낮게 보았습니다. 지난 7일, 양국 정상회담과 관련해 FDD가 주최한 브리핑에서 몽고메리 국장은 미국이 문구를 조금이라도 바꿀 경우 “중국이 이를 즉각 선전전에 이용”할 것이라며, “그들은 이것이 미국이 중국의 입장을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한 뒤, 타이완의 사회적 회복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대규모 법적 공세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유마오춘 허드슨연구소 중국센터장은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타이완 문제에 대해 주요 돌파구를 마련하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 수위를 조정한다 해도 그 의미는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유 센터장은 “미국 정책의 핵심은 타이완이 결코 무력으로 점령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기 때문에, 발언 수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유 센터장은 또한 타이완 문제가 이미 미국에는 국제적인 사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타이완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과 미국 간에 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동맹국과 파트너국들이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에 돌입할 것이라는 겁니다. 또한 중국이 어떤 행동을 취할 경우, 이들은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군사 동맹을 결성할 것이라고 유 센터장은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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